요즘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가 참 흔해졌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30인치에 2560x1600 해상도를 갖춘 모니터는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희귀한 물건이었고, 그래서 쓰는 사람이 매우 한정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것은 다나와의 모니터 인기 순위만 봐도 알 수 있지요. 10위 안에 올라간 모니터의 절반이 27인치라는 건,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가 더 이상 희귀한 물건이 아니라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런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의 보급에는 중소기업들이 앞장서 있습니다. 16:9 비율의 27인치 패널을 써서 30인치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를 내놓을 수 있게 됐거든요. 지금 모니터 시세를 보면 30만 원 대의 가격이면 2560x1440의 고해상도와 LED 백라이트를 갖춘 모니터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렇게 값이 싸졌으니 많은 사람들이 고해상도 모니터에 많은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겠지요.

 

그러다보니 모니터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제조사 간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가격 경쟁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지요. 내려갈 만큼 내려갔고, 제조 원가가 있으니 더 이상 가격을 낮추기도 어렵습니다. 부가 기능을 넣어서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런 기능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고, 다른 제조사에서 따라 하기도 그리 어렵지 않으니 이것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기 힘듭니다.

 

그럼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렴한 가격이나 풍부한 기능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젠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중소기업 제품이 놓치고 있었던 분야이면서,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라면 더욱 좋겠지요. 그래야 다른 회사 제품과 확실한 차별화가 이루어질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 다른 부분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동안 고해상도 대형 모니터의 보급에 앞장서 왔던 아치바 코리아는 어떻게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지, 그 해결책을 찾은 듯합니다. 지난 5월에 새로 내놓은 27인치 고해상도 모니터인 QH2700-IPSMS가 바로 그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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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입니다. 박스 디자인은 기존 QH270 시리즈와 비교해서 변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합니다. 제일 위쪽에 제품 특징이 간략하게 표기되어 있고, 그 아래쪽에는 제품 라인업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부가 기능을 제외하면 모니터의 외형은 같으니까 같은 박스를 쓰는 것입니다. 가장 아래쪽에는 모니터의 디자인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만 봐도 QH2700 시리즈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를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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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면 이렇습니다. 모니터 본체는 두개의 스티로폼 사이에 끼워져 있고, 그 위에 받침대와 전원 어댑터와 케이블, DVI 케이블, 설명서가 있습니다. 포장 방식이나 구성품 역시 기존 모델과 큰 차이는 없습니다. 어댑터 제조사가 바뀌긴 했지만 스펙은 그대로고, 포장했을 때 크기를 줄이기 위해 스탠드를 따로 분리해서 포장한 것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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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앞은 컴퓨터를 쓸 때마다 항상 보고 있어야 하는 곳인 만큼, 그 어떤 곳보다도 디자인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중소기업 모니터는 대기업 제품보다 디자인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QH2700-IPSMS은 여느 값비싼 모니터와 비교해도 꿀리지 않는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아래쪽의 심미안 로고가 없었다면 과연 이게 아치바의 모니터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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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H2700-IPSMS의 전면 디자인을 세련되게 만든 요소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베젤과 스크린 사이에 간격이 없어 화면이 더욱 커 보이는 효과가 있고, 그 위에 저반사 유리를 덮어 디자인의 통일성을 살렸습니다. 마무리는 스크린 아래의 헤어라인 컷팅입니다. 금속 재질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리면서도 거슬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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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전면의 저반사 유리는 그저 멋을 위해서 붙여놓은 것은 아닙니다. 우선 이름에 나온대로 반사율이 낮지요. 플라스마데 포지션 코팅 기술이 적용되어 반사율이 75%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스크래치에도 강합니다. LCD 패널보다 유리의 강도가 더 강하니, 유리를 장착하지 않은 모델보다 상처가 잘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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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전면 유리가 들어갔으니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졌을 거라 생각하실 분도 계실 텐데 실상은 반대입니다. 오히려 더 얇아지고 가벼워졌습니다. 무게는 4.6kg에서 3.44kg으로 1.15kg이 줄어들었고, 전면 커버의 두께는 3.2cm에서 2.2cm로 1cm가 줄었습니다. 이런 다이어트가 가능했던 건 이 모델이 단순히 디자인만 바꾼 것이 아니라 패널 자체를 바꿨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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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분이 다 바뀌었지만 유일하게 바뀌지 않은 부분이라면 이 스탠드겠네요. 두 개의 나사와 철판을 조합해서 조립하는 스탠드는 매우 든든하게 모니터를 지탱해 줍니다. 모니터 디자인을 바꾸는 김에 스탠드 디자인도 같이 바꿨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스탠드의 기능 자체에는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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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뒤쪽에 달려있는 버튼과 스피커입니다. 버튼이 앞에 달려 있다면 입력을 편하게 할 수 있겠지만 디자인에 거슬릴 테고, 뒤쪽에 있으면 입력은 조금 불편한 대신 디자인은 깔끔해 지겠지요. 모니터의 버튼 조작을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으니 두 방식 모두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대신 QH2700에선 버튼 위치가 아래쪽으로 내려와 손을 뻗어 누르기가 더욱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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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단자는 아래쪽이 아닌 옆쪽을 향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케이블을 꼽고 빼기가 매우 편해졌습니다. 일일이 모니터를 눕힐 필요가 없이 옆으로 살짝 돌려서 꽂으면 되니까요. 영상 단자의 종류는 VGA/HDMI 1.4/듀얼링크 DVI의 기본적인 구성을 갖췄습니다. 여기서 HDMI와 음성 입출력 단자가 필요하지 않다면 라이트 모델을, 더 많은 영상 입력 단자가 필요하다면 곧 출시될 DP 모델을 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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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를 켜 보았습니다. 2560x1440의 우월한 해상도를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웹 브라우저를 두개 띄우는 것이라 생각하는데요. 보시는 대로 1024 크기의 페이지 두개를 띄우고 나서도 공간이 남습니다. 물론 해상도만 큰 것도 아닙니다. 상하좌우 178도의 넓은 시야각, 6.5ms의 응답 속도, 10비트 10억 7천만 컬러의 색상 표현까지. 이제는 당연하다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다 AH-IPS 패널이라 가능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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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H2700 시리즈에 들어간 새 패널은 두께와 무게만 줄인 것도 아닙니다. 최대 밝기가 늘었지요. 기존의 QH270 시리즈 모델은 380cd/m2였는데 새 패널은 440cd/m2가 됐습니다. 60cd/m2, 15.79% 늘어난 것입니다. 평소 27인치 LED 모니터의 밝기에 부족함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면 신형 패널을 고르셔야 할 필요가 하나 늘어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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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밝기가 늘어난 건 좋은 일이지만 그럼 전기 좀 먹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실 분도 있을텐데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줄었거든요 기존의 QH270 시리즈는 최대 96.9W지만 새 QH2700 시리즈는 최대 73.7W로 23.1W, 23.88% 줄어들었습니다. 최대 전력 사용량뿐만 아니라 대기 전력도 0.5W 미만으로 줄어들어 ECO 대기 전력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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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D 인터페이스도 보다 세련되게 바뀌었습니다. 기능만 놓고 보면 기존 제품과 큰 차이는 없지만 고급스러워진 외관 디자인에 맞춰서 바뀐 것으로 보입니다. OSD에선 입력 포트 선택, 밝기, 명암, 감마, 색온도 등 모니터의 표시 설정을 조정하고, OSD의 위치와 투명도, 언어 설정과 스피커 음소거 등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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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아치바의 심미안 QH270-IPSDP를 메인 모니터로 쓰고 있었습니다. QH2700-IPSMS와는 입력 단자의 구성이 다르니까 두 모니터의 스펙을 직접 비교할 순 없지만, QH270과 QH2700 시리즈의 디자인과 패널 밝기 정도를 비교하는 데엔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 두가지는 시리즈 공통으로 적용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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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디자인 비교입니다. 왼쪽의 QH2700은 화면 전체를 저반사 유리로 덮고 있어서 평평합니다. 반면 오른쪽의 QH270은 베젤과 패널이 평평하지 않아 튀어나온 베젤이 눈에 보이지요. 오른쪽이 '매우 평범한' 모니터 디자인이고, 처음 봤을 때는 별로 디자인이 못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신형 모델하고 같이 놓고 보니 좀 떨어져 보이는 게 사실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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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에서 내려다보면 두 모델의 베젤과 스크린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다 쉽게 알 수 있습니다. QH2700의 날렵한 마감과 QH270의 약간 투박한 하얀색 테두리가 참 대조적이네요. 직접 만져보면 두 제품의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케이스의 재질이 다르거든요. QH2700은 금속, QH270은 플라스틱입니다. 물론 금속을 쓴 QH2700이 만져봤을 때 느낌도 더 고급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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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를 비교해 봅시다. 전면 패널의 두께만 따지면 QH2700은 2.2cm지만 QH270은 3.2cm입니다. 1cm가 차이나네요. 특히 QH2700의 경우 스크린 제일 위쪽은 두께가 0.57cm밖에 안 됩니다. 괜히 제품 이름 끝에 '엣지'를 붙인 게 아닙니다. 그럼 이쯤에서 가장 얇아 보이는 곳만 놓고 비교하면서 호들갑을 떠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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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구형인 QH270은 가장 두꺼운 곳이 4.9cm, 신형인 QH2700은 4.6cm. 그리고 신형은 입출력 단자가 있고 스탠드와 연결되는 부분만 튀어나와 있는데 비해, 구형은 모니터의가 전체적으로 두꺼운 편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신형이 구형보다 스펙이 줄어든 점이라면 딱 하나 있네요. 모니터 두께가 얇아지면서 내장 스피커의 출력이 5W에서 3W로 줄었다는 거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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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밝기 비교입니다. 둘 다 모니터 밝기를 최대값으로 놓고 찍었습니다. 신형인 QH2700이 월등히 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야 구형 QH270을 쓰면서도 밝기를 절반 정도로 낮춰놓고 쓰는 사람이라서 신형 모니터의 밝은 밝기가 크게 끌리진 않지만, 설정할 수 있는 옵션의 폭이 넓다는 건 분명히 큰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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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 볼까요. 아치바의 QH2700-IPSMS 모니터는 기존 QH270 시리즈의 기본 구성 요소인 27인치 대형 화면과 2560x1440의 고해상도, IPS 패널의 뛰어난 시야각과 응답 속도, LED 백라이트,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등의 장점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여기에 신형 패널을 쓰면서 최대 밝기는 16% 늘어났지만 전력 사용량은 24% 줄어들었으며 ECO 대기전력 인증을 받았고, 전면 커버의 두께가 31% 얇아지고 무게도 25% 가벼워졌습니다. 또 가벼워진 두께와 슬림해진 몸매에 맞춰 디자인을 고급스럽게 바꾸고 저반사 유리를 모니터 전면에 달았습니다.

 

특히 저 개인적으로는 디자인의 변경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글 앞에서 '다른 부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이라던가 '지금까지 중소기업 제품이 놓치고 있던 분야'나 '다른 회사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도 이 디자인을 가리킨 것입니다. 제원이나 기능이야 같은 부품을 쓰면 되지만 디자인은 그 회사 제품의 정체성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이렇게 많은 점이 바뀌었지만 QH2700 시리즈의 가격은 기존 QH270 시리즈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 27인치 모니터 구입을 생각 중이신 분이라면 진지하게 고민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 봅니다. 중소기업 제품의 풍부한 기능이나 가격 대 성능비는 마음에 들었지만, 투박한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구입을 꺼리고 계셨던 분이라면 더더욱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