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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플렉스

 

 

2대 제조사의 SLR 참여

 

1959년에 캐논과 니콘이 연달아 SLR 카메라를 출시합니다. 당시에는 35mm SLR의 기술 개발이 끝나, 레인지 파인더의 포컬 플레인 셔터 기종을 대신해 업계의 주류에 올라선 시기였습니다. 즉 펜타프리즘, 퀵 리턴 미러, 자동 조리개라는 '3신기'가 전부 나와, 이를 활용해서 카메라를 특수 용도에서 일반용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준비가 끝난 시점에, 캐논이 캐논 플렉스를, 니콘이 니콘 F를 내놓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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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 F

 

그러나 그 후의 전개는 달라집니다. 니콘 F가 십 몇년 동안 계속해서 나온 것과 달리, 캐논 SLR은 몇 번의 모델 체인지를 통해 1971년의 캐논 F-1이 나오면서 니콘 F에 대항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회사가 채용한 렌즈 마운트가 큰 관련이 있습니다.

 

 

자동 조리개와 R 마운트

 

앞서 말한대로 캐논은 스피곳 마운트를 씁니다. 이 스피곳 마운트 자체가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거기에 대해서는 나중에 말하고, 우선 제일 큰 문제는 자동 조리개의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자동 조리개는 렌즈의 조리개를 평소엔 개방 상태로 유지해 뷰파인더를 밝게 해서 초점이나 구도를 맞출 수 있도록 하고, 셔터 버튼을 눌러서 촬영을 시작한 순간 설정해 준 조리개로 조이는 기능입니다. 이 때까지 자동 조리개는 촬영을 마쳐도 개방 상태로 돌아가지 않았고, 필름 감개 레버와 연동해서 개방하거나 수동 레버를 조작해서 개방 상태로 바꾸는 것이 많았지만, 캐논은 촬영 후에도 개방 상태로 돌아가는 완전 자동 조리개를 처음부터 썼습니다. 이것은 슈퍼 캐논 매직 시스템이라 명명하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마찬가지로 완전 자동 조리개를 쓴 니콘과 다른 점은 이 자동 조리개 구동 스프링을 렌즈 쪽에 넣었다는 점입니다.

 

렌즈 뒤쪽엔 2개의 핀을 넣어 바디 쪽의 레버와 연동하는 구조입니다. 한 쪽은 자동 조리개의 구동 스프링을 돌려놓는 핀이고, 다른 쪽은 압축 실행 신호를 전달하는 핀입니다. 바디 쪽에서 필름을 감으면 레버로 렌즈의 핀을 움직여 스프링을 장전하고, 셔터를 조작하면 또 다른 핀으로 조리개를 조이고, 노출이 끝나면 개방 상태로 복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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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마운트의 렌즈. a핀이 자동 조리개의 구동 스프링을, b핀이 자동 조리개를 실행하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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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마운트의 바디. a 레버로 필름을 감을 때 자동 조리개의 구동 스프링을 조작하고, b 핀의 상하 운동으로 자동 조리개를 실행합니다.

 

이 방식을 쓴 렌즈 마운트는 초대 캐논 플렉스, 그 후속작인 캐논 플렉스 R2000과 RP, 그리고 다음 RM에 썼기 때문에 R 마운트라고 부릅니다.

 

 

R 마운트의 문제점과 FL 마운트

 

렌즈 내부에 자동 조리개의 구동 스프링을 넣은 이유는 각각의 렌즈가 최적의 구동력을 얻기 위해서라 보이지만, 실제 사용에선 문제가 있었습니다. 렌즈를 장착할 때 바디가 필름을 감기 전인지 감은 뒤인지, 렌즈의 구동 스프링이 장전이 됐는지 안 됐는지를 맞추지 않으면, 자동 조리개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렌즈 교환은 필름을 감기 전이나 감고 나서 모두 할 수 있습니다. 필름을 감기 전에 렌즈를 떼서, 감고 난 뒤의 바디에 장착하면 스프링이 장전되지 않아 자동 조리개가 작동하지 않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래서 1964년에 나온 캐논 FX는 렌즈를 바꿔 니콘이나 미놀타와 똑같이 자동 조리개의 구동력을 바디에서 공급하도록 해 이 문제를 고쳤습니다. 그 결과 렌즈와 바디의 연락은 1개의 레버만 쓰게 됐습니다. 이것을 FL 마운트라 부르며 캐논 FTQL 등에서도 활용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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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FX. 이 카메라부터 FL 마운트를 쓰면서 자동 조리개의 구조가 바뀌게 됩니다.

 

R 마운트와 FL 마운트의 크기는 같아 서로 장착은 가능합니다. 따라서 자동 조리개를 쓰지 않는다면 R 마운트 바디에 FL 마운트 렌즈, 혹은 FL 마운트 바디에 R 마운트 렌즈를 쓰는 조합도 가능합니다.

 

 

조리개 값 연동과 TTL 측광

 

캐논이 FL 마운트에서 자동 조리개 시스템을 바꿨을 때, SLR 업계는 TTL 노출계 연동이 화두였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전까지 카메라에 내장된 노출계는 렌즈와 상관 없이 따로 피사쳬에서 빛을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빛을 측정하도록 한 것이 TTL(Through The Lens) 측광입니다. 당시엔 SLR의 자동 노출 시스템이 완전지 않아, 노출계 연동-매뉴얼로 설정한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가 맞는지, 언더인지, 오버인지를 미터기로 보여주는 것에 그친 시스템이었으나, 이 때 렌즈 마운트에 따라 개방 측광과 비개방 측광으로 나뉘게 됩니다.

 

노출계는 바디에 있으니까, 역시 바디에 들어간 셔터의 속도는 별 어려움 없이 정보를 갖다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리개는 렌즈에 있어, 이것을 노출계에서 쓰기 위해선 렌즈에서 설정해 둔 조리개 값을 바디로 전달하는 장치가 렌즈 마운트에 필요하게 됩니다.

 

이런 연동 수단을 마운트에 넣지 않아도, 렌즈의 자동 조리개를 일시적으로 개방해서, 실제 사용 값으로 조이면 바디에 있는 노출계가 조리개 값을 인식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조이는 측광이라 부르며 펜탁스 등의 M42 마운트 SLR에서 널리 썼지만, 조리개를 조여서 측광하는 동작이 필요하고, 그 때는 뷰파인더가 어두워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렌즈 마운트에 조리개 값의 연동 장치를 넣고, 조리개가 개방된 상태에서도 노출을 맞출 수 있는 걸 개방 측광이라 부릅니다.

 

캐논도 TTL 연동 노출계를 내장한 펠릭스(1965년)이나 FT QL(1966년) 등의 기종을 출시했지만 FL 마운트에서는 설정한 조리개 값을 바디에 전달하는 수단이 없었기 때문에 압축 측광이 됩니다.

 

미놀타나 탑콘 등의 경쟁사는 비교적 빠르게 설정 조리개 값을 연동하는 방법을 렌즈 마운트에 넣어 개방 측광을 실현했기 때문에, 캐논은 상대적으로 늦게 도입한 것이 됩니다. 이것을 단번에 만회하자는 계산으로 나온 것이 FD 마운트입니다.

 

 

선진적인 FD 마운트

 

1971년에 캐논 F-1과 함께 등장한 것이 FD 마운트입니다. R 마운트나 FL 마운트의 스피곳 형식의 마운트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TTL 측광용 조리개 연동 레버와 렌즈 개방 조리개값을 전달하는 핀을 추가했습니다. 드디어 경쟁사를 따라잡은 것 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단순히 따라잡은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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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F-1. 이 때부터 FD 마운트가 됩니다.

 

FD 마운트의 조리개값 연동 레버는 렌즈에서 설정한 조리개 값을 바디에 전달할 뿐만 아니라, 바디에서도 조리개 값을 설정할 수 있는 양방향 전보 전달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즉 렌즈의 조리개 링을 바디에서 조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음에 올 자동 노출, 특시 셔터 우선 AE, 프로그램 AE를 예측한 포석입니다.

 

당시엔 SLR의 AE(자동 노출)이 실현을 앞둔 상황이었습니다. 캐논 F-1과 같은 해에 나온 펜탁스 ES가 조리개 우선 AE를 갖춘 SLR로 등장하고, 니콘이나 미놀타, 올림푸스도 개발을 진행중인 단계였습니다. 셔터 우선 AE도 코니카가 내놓은 적은 있었으나 기술적으로는 아직 초기 단계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이 정도 기능을 렌트 마운트에 넣는 것은 대단히 선진적인 것이었습니다.

 

캐논 F-1은 서브 EE 파인더라는 액세서리로 바디에서 조리개 제어 기능을 썼지만, 그 후 1973년에 캐논 EF의 셔터 우선 AE, 1976년의 AE-1에선 자석과 라쳇 휠을 사용한 전자 조리개 제어를 도입, 1978년의 A-1에서 프로그램 AE를 포함하는 멀티모드 AE 등의 혁신적인 기술로 연결됩니다. 특히 A-1에서는 조리개 우선 AE나 매뉴얼 모드에서도 바디에서 설정한다는 조작계를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스피곳 마운트의 한계

 

FD 마운트에서 선진적인 기술을 지원하게 됐다 해도 스피곳 마운트의 기본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캐논이 채용한 스피곳 마운트가 의외로 숨겨둔 함정이 있습니다.

 

탈착 시 렌즈와 바디를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릴 필요가 없다는 건, 레버나 핀에 의한 기계 정보의 전달에 알맞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은 반대로, 예상치 못한 함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렌즈에서 설정한 조리개 값을, 레버의 각도에 따라 바디에 전달한다고 가정합시다. 일반적으로는 바디 족의 레버는 스피링에 의해 개방 족으로 열려 있으며, 이것을 렌즈 쪽의 레버로 밀어 정보를 전달합니다. 다시 말해 레버가 밀려진 각도가 조리개의 설정값을 나타낸 셈입니다. 바요넷 마운트의 경우에는 렌즈를 돌려 양쪽의 레버 커플릿이 떨어진 상태로 렌즈를 빼고, 장착할 때도 양쪽 레버가 떨어진 상태로 렌즈를 카메라에 달고, 렌즈를 고정하기 위해 렌즈를 돌릴 때도 양쪽의 레버를 모두 움직이는 모양이 되니까, 렌즈에서 설정된 조리개 위치가 어디건 상관 없이 영동됩니다. 하지만 상대 회전이 없는 스피곳 마운트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레버끼리 맞물리지 않거나 렌즈의 조리개 레버가 바디 쪽 레버 뒤로 돌아거버려 조리개 값이 전달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을 피하기 위해 FD 마운트에서는 렌즈를 풀 때 렌즈의 고정 링을 돌리면, 조리개 값의 연동 레버를 개방 쪽으로 강제로 밀어버리는 도구를 넣었습니다. 상대 회전이 없는 스피곳 마운트이기 때문에 이런 추가 기구가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피곳 마운트의 제일 큰 단점은 렌즈를 뺄 때 손이 3개가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즉 바디를 잡는 손, 렌즈를 잡는 손, 그리고 고정 링을 회전하는 손입니다. 렌즈 크기가 작다면 렌즈를 잡으면서 링을 돌릴 수도 있지만, 대형 초망원 렌즈라면 어렵습니다. 그리고 고정 링에 잠금 장치가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런 조작성의 문제는 R 마운트 시절부터 제기된 것이지만 좋은 해결책이 없었습니다.

 

 

뉴 FD 렌즈

 

1979년에 캐논은 뉴 FD 렌즈를 출시해 '손이 3개 필요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그 아이디어는 '발상의 역전'이라 할 수 있는데, 경통의 바깥쪽을 전부 고정 링으로 만든 것입니다. 즉 경통을 바깥 부분과 렌즈 배럴의 2중 구조로 해서, 바디 사이에 상대 회전이 없는 건 안쪽의 렌즈 배럴 뿐이고, 바깥 부분 전체를 돌려 렌즈를 탈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바요넷 마운트와 똑같이 편리한 조작성을 도입했고, 바깥 부분과 렌즈 배럴 사이에 락 버튼을 넣을 수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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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 렌즈(왼쪽)과 뉴 FD 렌즈(오른쪽)의 비교. R 렌즈의 고정 링(a)가 아래로 늘어나 경통 바깥 부분과 일체형이 됐다고 보면 됩니다. 고정 버튼(b)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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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FD 렌즈의 마운트 부분.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바요넷 고정장치 안쪽에 위치한 검은색 부분은 렌즈를 탈착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바깥 부분에 있는 초점 링, 줌 링, 렌즈 배렬과 기계적인 제휴를 제대로 하기 위해, 꽤 복잡한 매커니즘을 필요로 하게 됐습니다.

 

 

자동 초점과 EF 마운트

 

1987년에 캐논은 EOS 시리즈 최초 기종인 EOS 650/620의 출시를 기회로, 렌즈 마운트를 바꿔 EF 마운트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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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 마운트의 바디와 렌즈, 기계적인 정보/에너지 전달 수단은 전혀 없이 전기 접점만으로 교정보/에너지를 전달합니다.

 

대구경 바요넷 마운트를 채용함으로서 해묵은 스피곳 마운트의 한계에서 벗어나는 것과 동시에, EF 마운트는 큰 기술 혁신이 더해졌습니다. 위상차 검출 방식의 자동 초점 기능은 물론, 초점 구동 모터를 렌즈에 내장하고, 조리개 조작도 모터 구동으로 함으로서 렌즈 마운트에서 기계적인 정보/에너니 전달 수단을 완전히 없애버린 것입니다. 거기에 정보 전달은 CPU에 의한 디지털 통신 방법을 써서, 당시 최신 기술을 쓴 것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EF 마운트는 지금도 그대로 제일 발전한 렌즈 마운트로 활용중입니다. 그 배경에는 스피곳 마운트나 독자적인 자동 조리개 시스템을 쓰느라 고생한 캐논 기술진의 쓴 경험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EF 마운트는 그 전까지 R, FL, FD 마운트와 호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옛날부터 캐논을 써온 사용자의 저항도 상당히 컸지만,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캐논이 선진 기술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출처: http://dc.watch.impress.co.jp/docs/review/lensmount/20120522_53434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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