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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사장 겸 CEO 폴 오텔리니. CES 2012에서.

 

인텔은 1월 20일에 경영 체제를 바꾼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장 겸 CEO인 폴 오텔리니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지만 지금까지 수석부사장이었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51세)를 COO로 승진시켰습니다. 인텔에 COO 직책이 생긴건 폴 오텔리니가 사장 겸 COO에서 사장 겸 CEO로 승진한 2005년 3월 이후 처음이며, 이로서 지금까지 불확실했던 폴 오텔리니의 후계자가 정해졌습니다.

 

다른 충격적인 인사 집행도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인텔 PC 클라이언트 사업본부장으로 PC 클라이언트 사업을 오랬동안 촐괄해온 사무엘 물리 에덴이 인텔의 이스라엘 사장 겸 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국으로 돌아갔다는 것입니다.

 

2001년에 최초의 센트리노 모바일 테크놀러지를 해설하는 영상을 통해 대중에게 모습을 보인 이후, 인텔 노트북 컴퓨터 마케팅을 쭉 담당하면서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노트북으로 시장을 바꾸는데 성공했던 물리 에덴은, 업계나 매체 모두 큰 관심을 받는 존재였지만 이로서 세계 무대에선 종적을 감추게 됐습니다.

 

이런 인텔 경영진의 변화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자신의 후계 인사나 용퇴를 둘러싼 사정, 순조로운 재무 결산을 발표한 직후이기 때문에 변화를 내세우기에는 좋은 시점이라는 폴 오텔리니의 의도가 보이는 듯 합니다.

 

 

불투명했던 인텔 CEO의 후계자. 사라져간 후보자들

 

인텔의 후계자가 드디어 정해진 것일까요? 2005년 3월에 폴 오텔리니가 사장 겸 CEO에 취임하고 이제 7년째가 됩니다. 인텔 내규에서는 이사의 정년을 64세로 정하고 있는데, 현재 폴 오텔리니는 61살이니 3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인텔의 새 CEO가 누가 될 것인지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2000년대 말에 새 인텔 CEO는 2명으로 압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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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EVP(Exective Vice President)이자 인텔 중국 사장인 션 말로니(Sean Maloney)고, (사진은 2009년 가을 I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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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명은 현재 EMC의 사장 겸 COO인 팻 겔싱어(Patrick Gelsinger)입니다. (사진은 2007년 IDF)

 

말로니는 오텔리니와 같이 세일즈 마케팅 사업본부를 인솔했던 적이 있고, 한창때에는 인텔의 부흥을 이끌어낸 앤디 글로브 명회회장의 테크니컬 어시스턴트(이사에게 기술을 지도하는 젊은 현직 엔지니어, 인텔의 출세 코스 중 하나)를 담당하는 등, 화려한 경력으로 오텔리니의 후계자 1순위에 올랐습니다.

 

말로니와 경쟁했던 사람이 겔싱어입니다. 젊었을 때는 386 프로세서의 개발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한때는 인텔에서 CTO를 담당하는 등, 기술에 조예가 높은 경영자로 알려졌습니다.

 

이 경쟁 구도가 깨진 것은 2009년 9월 말에 겔싱어가 인텔을 떠나 EMC로 옮긴다는 사실이 발표되면서였습니다. 그 배경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이것으로 오텔리니의 후계자는 말로니가 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견해가 됐습니다.

 

하지만 2010년 3월에 말로니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상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말로니는 원래 6월의 컴퓨텍스 타이페이에서 기조연설을 할 계획이었지만 결국 다른 수석부사장인 데이비드 펄뮤티(David Perlmutter)가 기조연설을 대신하고, 말로니는 동영상으로만 등장했습니다. 대신 2011년 기조연설에 나왔으며 지금은 인텔 중국 사장으로 IT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국 시장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회복했다고는 해도 건강 문제에 의문이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상장 기업의 CEO는 이사회의 결정하며 주주가 승인하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건강 문제를 의심받는 말로니를 주주들이 승인할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오텔리니의 후계자는 결국 원점에서 다시 이야기하게 된 것입니다.

 

 

크르자니크가 오텔리니의 후계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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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수석부사장 겸 COO, 브라이언 크르자니크(Brian Krzanich)

 

지금까지 인텔 CEO의 교체 패턴을 보면 우선 후계자가 COO나 사장직을 이어받은 다음, CEO와 함께 경영을 하는 견습 기간을 몇 년 거친 후 CEO가 됩니다. 실제로 오텔리니도 2002년에 사장 겸 COO로 취임했을 때, 전임자인 크레이그 배럿 박사가 인텔 CEO 겸 회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즉, 누군가가 COO가 된다면 차기 CEO로 낙점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따라서 브라이언 크르자니크가 COO가 됐으니 오텔리니의 후계자는 크로자니크로 결정됐다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COO 취임은 오텔리니가 사장 겸 COO로 취임한 2002년의 상황과는 크게 다릅니다. 구체적으로 크르자니크의 인텔 내부 서열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인텔 이사직은 다음과 같은 이름으로 서열을 구분합니다.

 

1.President(사장) 
2.Exective Vice President(집행? 행정? 경영? 조직? 관리? 하여간 제일 높은 부사장) 
3.Senior Vice President(수석 부사장) 
4.Vice President(부사장) 
5.Appointed Vice President(예비 부사장이라고 해야할듯) 

 

사장은 오텔리니 1명이지만 Exective Vice President는 말로니, 펄뮤티(이번에 CPO, 최고 제품 책임자로 이동), 아빈드 소다니(Arvind Sodhani, 인텔 투자 부문인 인텔 캐피탈의 수장)의 3명이 있습니다. 하지만 크르자니크는 그 아래 단게인 수석 부사장에 불과합니다. 수석 부사장 중에 최고위라고 해도 사내 서열은 5위밖에 안됩니다.

 

만약 CEO 후계자로 내정돼 있다면 사내 서열을 끌어올려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실제로 오텔리니가 사장 겸 COO로 취임했을 때는 사내 서열 2위였습니다). 따라서 이번 COO 취임은 CEO의 견습이라기보다는 오텔리니 후계자의 후보자로서, 크르자니크를 시험한다는 의도가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르자니크가 오텔리니의 후계자로 인정을 받으려면 인텔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이사회 멤버가 되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르자니크가 후계자가 됐다기보다는 후계자 후보의 1위가 됐다고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크르자니크는 누구인가?

 

그렇다면 크르자니크는 도대체 누구일까요? 크르자니크는 그리 유명한 사람은 아닙니다. 사실 그것도 무리는 아닌게 인텔이 공개하는 경력을 보면 크르자니크가 x86 프로세서의 판매나 마케팅 등 매체나 업계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크르자니크는 지금까지 줄곧 반도체 제조 공정이나 제조 공정 개발 등 제조 관련 분야에 종사해 왔으며, 1990년대엔 제조 시설을 관리하고 130나노나 180나노를 처음 시작하는 등, 인텔 제조 관련 사업을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 경력을 보면 이번 인사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제조사인 인텔에게 있어 제조 분야는 정말 중요합니다. 인텔이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항상 지지 않는 이유는 인텔의 제조 능력이 2위와 압도적인 차이로 앞서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만큼의 제조 물량을 소화하려면 항상 수요를 유지해야 하지만,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었다 해도 인텔은 제조 물량과 제조 공정에서 다른 회사보다 1~2년은 앞서가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반도체 제조사 1위의 자리를 위협받진 않았습니다. 즉, 인텔의 가장 핵심 부분이 제조 시설과 제조 기술입니다.

 

사실 인텔의 예전 CEO도 생산 관련 출신이 많습니다. 전 CEO이자 현재 회장인 크레이그 배럿 박사, 명예회장인 고든 무어, 공동 설립자인 로버트 노이스(작고함)도 모두 반도체 생산의 전문가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줄곧 생산 분야에 종사한 크르자니크가 인텔 차기 CEO에 어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니아스의 아버지, 물리 에덴 부사장은 이스라엘로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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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이스라엘 사장 겸 사업부장 사무엘 물리 에덴

 

이번 인사로 세계 무대에서 떠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최근 몇 년 동안 인텔 PC 클라이언트 사업본부를 이끌어옴 물리 에덴 부사장입니다. 이스라엘 출신인 에덴은 2001년 IDF에서 펜티엄 M 프로세서의 개발 책임자로 동영상에 등장했으며, 이후 바니아스 코어의 아버지로 상당한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바니아스 계열 프로세서는 코어 2 듀오로 이어져 노트북 PC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과 서버까지 커버하게 됐습니다. 지금도 인텔 주력 프로세서는 바니아스 코어의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에덴은 미국으로 건너와 노트북 PC 마케팅을 책임지는 부사장이 됐고, 2010년에는 노트북과 데스크탑 양쪽을 총괄하는 PC 클라이언트 사업분부장이 되면서 인텔 PC 마켓팅을 이끌어 왔습니다. 에덴은 이번 인사 이동으로 세계 무대에서 사라져 이스라엘로 돌아와, 이스라엘의 인텔 현지 법인이나 연구소를 총괄하게 됩니다. 에덴의 후계자는 지금까지 인텔의 데이터센터 사업본부-서버- 사업본부장이었던 커크 스카우겐(Kirk Skaugen) 부사장이 취임합니다.

 

에덴은 매체와 업계 모두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습니다. 에덴은 단순히 마케팅 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도 포함해 이야기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매체와 업계에서는 에덴이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것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오텔리니의 후계자 문제와 변화의 필요성

 

이번 대규모 인사 이동은 2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나는 앞서 말한 오텔리니의 후계자 문제이며, 다른 하나는 인텔도 변화한다는 것을 내세울 필요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텔 내규로 정해진 64세 정년까지 오텔리니는 3년 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유명 경영자로 이름을 남길려면 끝낼 때와 후계자를 잘 처리해야 합니다. 후계자는 크르자니크를 후보로 정했고, 끝낼 때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저번 CES 기조연설에서 인텔은 스마트폰 분야에 모토로라 모바일리티와 장기간 파트너 계약을 발표했지만, 인텔 관계자에 의하면 이것은 오텔리니가 직접 관리한 것으로 현장 담당자조차 자세한 내막을 모른다고 합니다. 즉, 인텔에게 남겨진 미개척지인 스마트폰 시장에 어느 정도 진입한 다음 오텔리니가 자리를 물러나는 이야기가 짜여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지금 시점-4분기/1년 전체 재정 결산 발표 다음날-에 인사를 발표했다는 점에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시점에는 주주나 투자가, 매채에게 변화한다는 인상을 주기 좋은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결산 발표가 나빴을때 새 인사를 발표하면 매충이 별로라서 인사를 조절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깁니다. 하지만 우수한 결산을 발표한 뒤라면 그런 인상이 생길 리는 없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인텔의 강점은 2위인 삼성을 크게 압도하는 생산 물량과 향상된 제조 기술이며, 이것이 몇 년 동안 역전될 염려는 없습니다. 그러나 IT 업계는 항상 변화가 큽니다. 인텔도 1~2년만에 ARM 아키텍처 태블릿이 x86 아키텍처 넷북을 압박하는 시련을 겪었지요. 변하지 ㅇ낳으면 추격당할 가능성이 있는게 IT 업계입니다.

 

이런 시점에서 오텔리니는 변화에 대해 큰 인상을 주는 인사 이동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출처: http://pc.watch.impress.co.jp/docs/column/ubiq/20120124_50678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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