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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을 건 마운트 변경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SLR등의 렌즈 교환 카메라 제조사가 렌즈 마운트를 변경한다는 것은 사운을 건 큰 일입니다. 노출 제어나 오토 포커스의 기술개발이 마무리 된 지금은 별 일이 아니지만 발전 도중이었을 때는 새 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새로운 정보의 통신을 렌즈 마운트를 통해서 진행할 필요가 생깁니다. 제조사 쪽은 마운트를 변경하지 않고 어떻게든 새 기술을 대응하려 하지만 그것이 계속되면 조금씩 조금씩 모순이 축적하게 됩니다. 아무리 방법을 생각해도 답이 없으면 마운트를 바꾸는 것입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우선 표준 렌즈가 달린 바디를 사고, 교환 렌즈를 하나씩 사서 늘려 갑니다. 새 바디가 나오면 바꾸거나 추가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렌즈를 활용하려면 같은 마운트의 바디가 있어야 하니, 대다수는 같은 제조사의 바디를 삽니다. 다른 회사의 제품, 즉 렌즈 마운트가 다른 카메라 바디를 사면, 처음부터 교환 렌즈를 다시 장만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독자적인 렌즈 마운트를 유지하는 것은 제조사가 사용자를 묶어 두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따라서 렌즈 마운트의 변경은 기존 사용자를 묶어두던 것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인 만큼 될 수 있는 한 피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나 마운트를 바꾸지 않으면 새 기능을 도입할 수 없고 기술의 발전에서 뒤떨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언제 어떻게 렌즈 마운트를 바꿀지가 대단히 중요한 것이며, 그 대처법은 회사마다 서로 달랐습니다.

 

 

M42 마운트 이후

 

1960년을 전후로 SLR의 기초 기술이 확립되면서 1970년 대 초까지 새로운 제조사의 참여가 잇따랐습니다. 야시카, 마미먀, 리코, 올림푸스, 후지필름 등이 SLR을 만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업 진출의 어려움은 몇 가지가 있지만 제일 큰 것은 렌즈를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렌즈 교환 카메라를 낼려면 광각부터 망원까지 다양한 교환 렌즈를 확보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카메라 바디와 함께 다양한 교환 렌즈를 개발하는 건 많은 돈과 인력을 필요로 하고 부담도 큽니다.

 

그래서 많은 제조사가 M42 마운트를 채용했습니다. M42 마운트는 전 세계에 방대한 교환 렌즈가 깔려 있고 거기에 특허도 없으니 쉽게 쓸 수 있습니다. 새로 진출할 때는 최소한의 종류만 갖추면 어떻게든 제품을 낼 수 있습니다. 독자 마운트를 내서 사용자를 확보하는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수익이 좋은 교환 렌즈 사업에 비교적 쉽게 진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M42 마운트로 SLR에 참여한 제조사가 1970년대 후에는 기로에 서게 됩니다. TTL 측광에서 자동 노출, 그리고 자동 초점이 도입되면서 M42 마운트의 한계가 온 것입니다.

 

 

펜탁스는 K 마운트로

 

이런 상황에서 1975년에 M42 마운트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는 펜탁스는 K2, KX, KM의 세 기종을 내놓으면서 K 마운트라는 바요넷 마운트를 새로 도입합니다. 지난번에 소개한 M42 마운트 기반 조리개 연동 기구는 결국 펜탁스 ES, ES II, SPF의 3개 기종으로 끝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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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는 M42 마운트에서 바요넷 형식의 마운트인 K 마운트로 전환했습니다. (사진은 KA 마운트)

 
K 마운트는 자동 조리개 레버와 설정 조리개 전달 레버를 갖춘 전통적인 바요넷 마운트로, Ai 방식의 니콘 F 마운트의 장착 회전 방향을 반대로 만든 것과 비슷합니다. 재밌는 건 발표와 동시에 순정 마운트 어댑터를 내서 그전까지 나왔던 M42 마운트 렌즈도 장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단 자동 조리개나 개방 측광의 노출 제어는 하지 않아 상당히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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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탁스는 M42 마운트 렌즈를 K 마운트에스 쓸 수 있도록 한 순정 마운트 어댑터를 냈지만 자동 조리개나 조리개 값 연동 기능은 사용할 수 없어 사용 방법이 복잡합니다.

 

그러나 이 회유책은 그리 성공한 것 같진 않습니다. 이 때 나온 3개의 새 기종이 신제품으로서 매력이 별로였던 점도 있으며, 이 때 마운트가 바뀌면서 상당한 사용자가 떠난 것인 현실입니다. 그래도 그건 1976년에 크기를 줄인 MX와 ME를 내놔 만회할 수 있었습니다.

 

이 K 마운트는 그 후 신기술을 대응하기 위해 몇 가지 작은 개조를 거쳐 지금까지 살아 남아 있습니다. 1983년에는 조리개 자동 제어 기능에 대응한 KA 마운트, 그리고 자동 초점 시대가 되면서 KAF (1987년), 파워 줌을 지원하는 KAF2 마운트 (1991년)로 진화했습니다. 또 렌즈도 여기에 맞춰 다양한 시리즈를 내놔 현재는 바디에서 조리개 값을 설정하고 렌즈의 조리개 링을 생략한 제품이 나왔습니다. 이것은 니콘 F 마운트의 변화와 흡사합니다.

 

 

유니버셜 마운트에는 실패한 K 마운트

 

펜탁스는 K 마운트를 공개해 유니버셜 마운트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바요넷 마운트에서 M42 마운트 같은 존재가 되기로 계획한 것입니다. 실제로 그전까지  M42 마운트를 썼던 리코를 비롯해 치논, 코시나 등의 제조사가 K 마운트의 SLR을 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조리개 자동 제어나 자동 초점 기능이 추가되면서 각 회사마다 독자적인 사양을 마운트에 넣게 되어 호환성이 사라지고, 결국은 유니버셜 마운트의 지위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펜탁스의 K 마운트만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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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 마운트는 펜탁스 외에 리코, 치논, 코시나 등이 참가했지만 조리개 자동 제어 기구의 도입으로 호환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되면서 M42만큼 널리 퍼지진 못했습니다. 사진은 나름대로 인기를 모았던 리코 XR500

 

 

옛 콘탁스 마운트에서 벗어난 야시카(쿄세라)

  

야시카 (나중에 쿄세라가 인수) SLR의 역사는 의외로 오래됏습니다. 1960년에는 야시카 펜타매직이라는 기종을 내놨는데 그 때는 전용 바요넷 마운트였습니다. 재밌는 건 자사 교환 렌즈 외에도 M42 마운트나 엑사타 용 마운트 어댑터를 내서 '세 가지 렌즈를 쓸 수 있다'고 광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마운트도 2기종 만으로 끝나고 1961년에는 M42 마운트의 야시카 펜타 J를 내놔 다시 시작합니다. 그 후 1972년의 야시카 TL 일렉트로 AX까지 M42 마운트 시대가 계속됩니다.

 

이 야시카 TL 일렉트로 AX는 전자제어 셔터를 이용한 조리개 우선 노출 SLR 중에 펜탁스 ES 다음으로 세계 두번째의 자리에 오른 기종이지만 M42 마운트 특유의 압축 측광을 써야 하며, 일반적인 방법과는 반대로 카메라 앞쪽의 버튼을 누르고 있을 때만 조리개가 개방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자동 조리개 연동 기구를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라 M42 마운트의 한계를 내보이는 결과가 됐습니다.

 

그 야시카에서 1975년에 갑자기 콘탁스 RTS가 나옵니다. 레인지 파인더 시절 유명했던 서독 짜이스 이콘의 콘탁스는 IIIa와 IIa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오지 않았지만 야시카가 칼 짜이스 재단에서 브랜드를 사용권을 얻어 와 최신 전자 기기를 탑재한 자동 노출 SLR 카메라로 다시 만든 것입니다.

 

렌즈 마운트는 M42 같은 구형 콘탁스 마운트가 아닌 바요넷 마운트인 신형 콘탁스 마운트입니다.

 

이 신형 콘탁스는 칼 짜이스 브랜드의 교환 렌즈에 힙입어 높은 인기를 누리고 마운트 변경은 성공하게 됩니다. 나중에 야시카 브랜드의 보급기도 내고 신형 콘탁스 마운트를 같이 씀으로서 심각한 사용자 유출 없이 렌즈 마운트 변경의 위험을 극복했습니다.

 

 

신형 콘탁스 마운트의 그 후

 

이렇게 일정한 사용자 층을 획득한 신형 콘탁스 마운트 바디와 렌즈는 자동 초점 시대가 되면서 그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자동 초점 기능을 넣을 때 쯤 초점의 구동이나 렌즈에 모터와 인코더를 넣는 것에 칼 짜이스가 어려움을 표한 게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힌형 콘탁스 마운트의 AF SLR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육지책으로서 1996년에 콘탁스 AX가 나왔습니다. 이것은 백 포커싱이라 하여 촬영 렌즈가 아닌 촬상면을 앞뒤로 움직여 자동 초점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은 DSLR이라면 센서만 움직이면 되겠지만 이것은 아날로그 카메라인 만큼 필름을 앞뒤로 움직입니다. 카메라를 이중 구조로 해서 필름 뿐만 아니라 포컬 플레인 셔터나 뷰 파인더의 광학 계통까지 들어 있는 안쪽 바디 전체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바디가 터무니없이 커지고, 그마저도 망원 렌즈에서 필요한 이동 거리를 확보할 수 없으면서 렌즈의 수동 초점을 같이 써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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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탁스 AX는 카메라를 이중 구조로 해서 안쪽 바디를 앞뒤로 움직여 자동 초점을 잡는 백 포커싱을 채용했습니다. 렌즈에서 자동 초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나온 고육지책이지만 바디 크기가 커지고 초점거리가 긴 렌즈는 바디만의 움직임으로 초점을 잡을 수 없는 등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콘탁스 AX의 카탈로그)

 

그 후 2000년에는 드디어 자동 초점 기능을 갖춘 콘탁스 N 마운트가 나와, 콘탁스 N1, NX, 그리고 2002년에는 최초의 35mm 풀프레임 DSLR인 콘탁스 N 디지털이 나왔지만 이미 때는 늦어 2005년에 쿄세라가 카메라 사업에서 철수했고, 콘탁스도 종적을 감추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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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에 콘탁스는 마운트를 N 마운트로 바꾸고 일반적인 자동 초점 SLR을 실현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뒤였습니다.

 

 

출처: http://dc.watch.impress.co.jp/docs/review/lensmount/20121012_5654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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