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맨. 이 세상의 온갖 풍파를 겪은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의 브랜드입니다. 지금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라면 아이팟을 먼저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21세기가 되기 전만 해도 소니 워크맨이야말로 그런 제품의 대명사였습니다.

 

1979년. 당시엔 사람들이 휴대용 음악 재생 기기라는 걸 쓰지 못하던 때였습니다. 세계 최초의 워크맨인 TPS-L2가 바로 그때 탄생했지요. 그때는 이 작은 기기가 카세트 플레이어 기능을 갖췄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요. 이후 워크맨은 35년의 역사를 이어 내려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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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세트 워크맨. 휴대용 플레이어의 선조

 

인터넷에서 떠도는 짤방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카세트와 연필이 찍힌 사진인데 그 아래에 '이게 뭔지 안되면 당신은 늙은거임'이라는 말이 써져 있지요. 확실히 카세트 테이프는 지금 이 시대에 비해 뒤떨어진 물건이긴 하죠. 이제는 어학 교재에 딸린 테이프에서나 볼 수 있는 물건입니다. 하지만 20세기 70년대 말에 카세트 테이프는 당시 가장 유행하던 음악 저장 매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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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소니 TPS-L2

 

워크맨이 카세트 플레이어의 시초는 아닙니다. 그 이름에는 어디서든지-걸어다니면서 들을 수 있다는 뜻이 담겨져 있지요. 초기 모델인 TPS-L2는 390g에 달했지만 스테레오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어 시대의 한 획을 그은 제품이 됩니다. 이후 나오는 워크맨에도 이 제품의 기능을 그대로 계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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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녹음이 가능한 워크맨 WM-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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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오토 리버스, 반복 재생 기술과 노이즈 캔슬링을 갖춘 소니 W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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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무선 이어폰 지원 워크맨인 소니 WM-505

 

1982년 2월에 나온 소니 WM-R2의 경우 녹음과 재생 기능을 모두 갖춘 워크맨이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오토 리버스와 반복 재생 기술, 그리고 노이즈 캔슬링을 갖춘 소니 WM-7은 1982년 10월에 나왔고, FM 라디오를 최초로 탑재한 소니 WM-F2는 1982년 1월에, 무선 이어폰 기능을 넣은 소니 WM-505는 1988년 3월에 나오는 등, 정말 많은 제품들이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런 기능들은 지금까지도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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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색 워크맨이 워크맨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나온 WM-F70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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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15주년 기념 버전 WM-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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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20주년 기념 WM-WE01

 

휴대용 플레이어의 선조로서, 카세트 방식의 워크맨은 몇가지 기념판이 나왔습니다. 그 중 1988년 7월에 나온 워크맨 10주년 기념 WM-F701C는 은으로 만든 케이스를 씌웠고 2백대 한정 제작으로 소장 가치가 매우 높았습니다. 또 15주년 기념판 WM-EX1은 1994년 7월에 나와 36시간 연속 재생, 25배속 고속 선곡, 5분 쾌속 충전 등의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19997년 7월에는 20주년 기념판 WM-WE01이 나오는데 내장 배터리와 무선 이어폰 수신기, 작은 리모콘까지 같이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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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 전지를 장착한 소니 WM-F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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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수납할 공간이 있는 소니 WM-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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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충전으로 100시간 충전 가능한 소니 WM-EX9

 

그리고 참신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1986년 4월에 나온 소니 WM-F107은 태양 충전 기능이 있어 직사광선 아래에서 4시간동안 있으면 100% 충전이 됩니다. 소니 WM-51은 이어폰을 넣을 수 있는 워크맨으로 1987년 2월에 나왔습니다. 그리고 100시간 재생이 가능한 소니 WM-EX9는 1998년 10월에 나와 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불러 일으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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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WM-DD9
 
카세트 워크맨 중 가장 독특한 제품이라면 1989년 6월에 나온 WM-DD9일 것입니다. 고품질, 고성능, 고음질을 갖춘 제품으로서 개선된 DBB--EX DBB 기술을 갖춘 소니 카세트 워크맨의 최고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워크맨 패밀리 중에서 가장 빛났던 카세트, 그리고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였던 제품이지요.
 
2010년 10월 20일에 소니는 카세트 워크맨의 생산을 중단하고, CD, MD, 플래시 방식의 워크맨의 생산과 판매는 계속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만약 지금 카세트 워크맨을 구해서 써보고 싶다면 중국산 짝퉁을 쓰는 방법밖에 없을 겁니다.
 
 

CD 워크맨. 소니 음악 왕국의 시작

 

카세트와 비교하면 CD의 지명도는 더 높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CD가 소니와 필립스가 같이 개발한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요. 소니의 첫번째 CD 워크맨, 당시에 디스크맨이라고 불렀던 제품은 1984년 11월에 나온 D-50입니다. 그보다 2년 전에 소니는 CD 플레이어인 CDP-101을 내놓긴 했지만 그건 크기 때문에 들고 다닐 수 없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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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CD 워크맨, 소니 D-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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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D-J50

 

CD 워크맨의 발전은 카세트 워크맨과 마찬가지로, 기술이 성숙한 후 후기 모델은 더더욱 얇은 두께와 긴 배터리 시간과 많은 기능을 추구하게 됩니다. 1991년 7월에 나온 소니 D-J50의 경우 두께가 겨우 14.8mm밖에 안돼 가장 얇은 CD 워크맨의 자리에 올랐지요. 참고로 D-50은 36.9mm. 그때 판매 가격은 54800엔. 얇은 두께와 좋은 음질을 모두 갖추는 데 성공하면서 나중에 슬림형 CD 워크맨은 갈수록 그 비중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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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ESP 떨림 보정 기능을 넣은 소니 D-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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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CD 워크맨. 소니 D-777

 

사실 소비자들은 CD 플레이어를 살 때 음질 외에 다른 한 가지 기술을 절대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안티 쇼크, 진동 방지 기술입니다. 왜냐면 CD 플레이어를 휴대하면서 들을 때 생기게 되는 진동은 CD와 CD 플레이어의 수명을 크게 줄이고, 듣는 사람 자신도 유쾌하지 않거든요. 안티 쇼크 기술의 돌파구는 1992년 4월에 나온 D-515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나중에 널리 쓰이게 되는 ESP 전자 진동 방지 시스템을 썼거든요. 나중에는 1995년 4월에 10초의 ESP 진동 방지 기술을 쓴 D-777이 나오는데 이것은 CD 워크맨 중 제일 고전적인 제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얇은 몸체, 폴리카보네이트 케이스, 껌전지, 1비트 듀얼 디코더까지. 여기에 비하면 나중에 나온 CD 워크맨은 그냥 그랬다고 할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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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D-E01

 

이후 소니의 CD 플레이어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가 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친숙한 기계라면 1999년 7월에 나온 소니 D-E01이 있겠군요. 둥그런 몸체에 슬롯 로딩, G 안티 쇼크 시스템, 주황색 리모콘, 62시간 연속 재생 등등. 워크맨 20주년이자 CD 워크맨 15주년 기념으로 나오기도 했으며, 그 설계는 후기 모델에 준 영향이 큽니다. EJ2000, NE10, NE20이 모두 D-E01의 혈통을 이어받은 셈이죠. 2003년에 소니는 NE 시리즈를 내놓는데 D-NE1은 CD 워크맨 최초로 ATRAC3/ATRACplus와 MP3 포맷을 넣은 CD를 재생할 수 있어, CD 한장으로 더 많은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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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D-EJ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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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D-NE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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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RAC3/ATRACplus와 MP3 포맷 재생 기능이 있는 CD 플레이어의 마지막 세대 플래그쉽, 소니 D-NE20

 

소니가 1989년에 콜롬비아를 인수한 후 현재 소니 뮤직은 세계 3대 레코드사 중에 하나가 됐습니다. CD의 발명과 CD 워크맨의 인기를 더해 소니는 자신만의 음악 왕국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요. 지금 CD 워크맨은 그리 많이 보이진 않으며 오직 소니의 홍콩 사이트에서만 보급형 모델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CD 자체는 여전히 남아 있으니 CD 플레이어는 계속해서 살아 남을 것입니다.

 

 

MD 워크맨. 언제 어디서나

 

테이프나 CD와 다르게 소니가 개발한 미니 디스크, MD는 시장에서 주류 미디어로 올라서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MD 워크맨이 단종된 것도 이해가 가는 것이지요. 1992년에 나온 MD 플레이어의 초기 모델인 소니 MZ-1이 690g에 달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배터리를 뺀 무게였고, 두께 43mm의 두꺼운 몸체, 7~8시간을 충전해야 1시간을 들을 수 있는 비효율적인 구조까지 문제가 많았지요. 허나 1997년에 소니 MZ-E35가 나오면서 그제야 MD는 소형 휴대용 플레이어로 가치를 인정받게 됩니다. 두께는 19.1mm, 무게는 155g에 불과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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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MD 기기. 소니 MZ-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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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MZ-E35

 

하지만 MD는 CD보다 분명 장점이 있었습니다. 데이터를 지울 수가 있다는 것도 그렇고, CD의 1/4 크기에 CD와 같은 양의 음악을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음악을 녹음하는 과정은 전형적인 일본식 발상인지라 번거로운 편이었습니다. CD 플레이어에서 광 출력으로 MD에 연결한 다음 SP 포맷으로 음악을 녹음하는 것이니까, 이렇게 음악을 넣는 데에는 딱 CD 재생 시간만큼 시간이 필요했지요. 2001년에 나온 최초의 넷 MD인 MZ-N1이 되서야 사용자들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통해 MD에 음악을 넣을 수 있게 됐습니다. 소니는 이듬해에 2세대 넷 MD를 내놓는데 이 모델 역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금까지도 크기가 가장 작은 MD 플레이어로 꼽히는 MZ-N10이 그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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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 MZ-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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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의 리즈시절. 소니 QUALIA 017

 

비록 MD 워크맨은 카세트나 CD만큼 인기가 높진 않았지만, 꿈과도 같은 전설적인 모델이 MD 워크맨으로 나왔으니 이름하여 QUALIA 017입니다. 팔라듐-은 합금 케이스에 정밀한 수제 가공을 거친 제품으로 2004년 6월에 출시됐습니다. 한달에 15대만 생산했으며 당시 가격은 3백만원에 달했습니다(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네요. 환율 계산을 두번 거친거라. 그래도 백만원 이상은 가는듯). 하지만 개발 초기부터 기다렸던 Hi-MD 기술의 지원이 없었다는 건 아쉬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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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Hi-MD 기기. 소니 MZ-NH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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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MD 워크맨. 소니 MZ-RH1

 

하드디스크 기반의 MP3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서, MD의 용량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소니는 2004년에 최초의 Hi-MD 플레이어인 MZ-NH1을 내놓습니다. Hi-MD 디스크를 사용해 기존 MD의 6배에 달하는 1GB를 저장할 수 있었고, CD의 WAV 파일을 그대로 저장하는 것이 가능해져 MD의 음질이 대폭 높아졌지요. 하지만 Hi-MD 기술의 보급이 너무 늦어져, 소니는 하드디스크 방식의 MP3 플레이어의 발전을 따라갈 수 없게 됐습니다. 결국 2011년 9월에 MD 워크맨의 단종을 발표합니다. 최후의 플래그쉽 MD 워크맨인 MZ-RH1이 종적을 감출 때까지, MD 워크맨의 누적 판매량은 2200만 대가 넘었습니다.

 

 

플래시 메모리 워크맨. 고품질 컨텐츠에 도전

 

소니의 첫번째 낸드 플래시 메모리 기반 워크맨은 2003년에 나온 NW-MS70D입니다. 최초의 아이팟이 나온 후 2년만에 나온 것인데요. 당시로선 정말 큰 용량이었던 128GB의 메모리스틱을 쓸 수 있었지만 MP3 포맷은 아니었습니다. 소니 자체의 비공개 표준인 ATRAC 포맷이었지요. 하지만 1년 후에는 부득불 MP3 포맷을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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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낸드 플래시 기반 워크맨. 소니 NW-MS70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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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모양의 디자인을 한 소니 NW-E400/E500/A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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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뢰 모양의 소니 NW-S700

 

사실 낸드 플래시 워크맨은 테이프, CD, MD 워크맨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습니다. 아이팟의 뒤를 따라간다는 이미지가 더 강했거든요. 향수병 모양의 NW-E400/E500/A600, 어뢰 모양의 NW-S700에 이어서 최초로 동영상 플래시가 가능한 워크맨인 NWZ-A800가 나왔습니다. 물론 워크맨 30주년 기념판인 NWZ-X1050와 방수가 되는 스포츠 시리즈 MP3인 소니 W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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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재생 기능을 갖춘 최초의 워크맨. 소니 NWZ-A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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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맨 30주년 기념판. 소니 NWZ-X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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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 담아서 판매한 방수 워크맨. 소니 NWZ-W273

 

압축 기술 때문에 초기의 플래시 메모리 기반 플레이어는 CD 수준의 음질을 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니가 앉아서 구경만 할 회사는 아니죠. 새로운 Hi-Res Audio 전략과 워크맨 35주년 기념판인 NWZ-ZX1는 그런 부분에 대비한 소니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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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크맨 35주년 기념판. 소니 NWZ-Z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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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http://www.evolife.cn/html/2014/762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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