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4gamer.net/games/999/G999902/20151114005/ 여기에 올라온 글인데 뒷부분의 일본 이야기는 한국 사정과 좀 차이가 나서 패스하고, 앞부분만 소개합니다.

 

일본의 PC 하드웨어 커뮤니티에선 '아스크 세'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스크는 일본의 대형 하드웨어 유통사인데, 이곳에서 취급하는 부품이 해외보다 매우 비싸기에 그만큼 마진을 많이 붙인다, 한마디로 아스크가 매기는 세금과도 같다고 해서 이런 말이 생겼지요.

 

이 글은 그 아스크 세를 비롯한 일본의 그래픽카드 유통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래픽카드 외에 메인보드 같은 다른 부품에도 어느 정도 공통된 부분이 있고, 한국도 유독 국내 유통 가격이 비싸다고 까이는 경우가 많은지라, 참고할만한 글인듯 싶어 올립니다.

  

먼저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볼까요. 그래픽카드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은 제조 원가입니다. GPU, 그래픽 메모리 칩, 전원 회로, 기판, 쿨러가 여기에 포함됩니다.

 

제품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체로 GPU와 그래픽 메모리 칩이 제조 원가의 5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GPU와 그래픽 메모리는 최근 GPU 제조사가 한 셋트로 묶어 그래픽카드 제조사에 납품하는 추세라고 하네요.

 

NVIDIA는 지포스 GTX 900 시리즈에서 인증 메모리를 도입했고, AMD는 라데온 R9 퓨리 시리즈에 HBM 메모리가 GPU와 한 패키징을 이뤘거든요. 이는 GPU 뿐만 아니라 그래픽 메모리를 납품하면서도 마진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제조 원가를 NVIDIA는 FOB(Free On Board. 판매지는 항구에 선적할 때까지를 부담하며, 이후에는 구매자가 알아서 한다는 의미로, 지금도 무역 업계에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라 부르며, AMD는 AIB(Add In Board, 그래픽카드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합니다. 그래픽카드 제조사가 지불하기에 AIB 비용이라고도 합니다. NVIDIA는 Add In Card라고 합니다)라 부릅니다.

 

이때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각각의 카드에 알맞는 기판, 전원부, GPU 쿨러 등의 추가 비용을 더하며, 혹은 이 부분에서 비용을 절감하기도 합니다. 그 결과 그래픽카드 제조 업체의 출하 가격에 어느 정도의 마진을 붙여 정한 가격이 나오는데 이를 Targeted FOB Price라고 합니다. 이 가격에서 FOB/AIB를 뺀 것이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수익으로 대게 7~10% 정도가 됩니다.

 

하이엔드 그래픽카드의 경우 어떤 제조사건 레퍼런스 스펙에 맞춰 내놓곤 하는데요. 이건 간단히 말해 발표 직후에 그래픽카즈 제조사가 단합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최종 사용자들의 이미지가 나빠지고, 특정 그래픽카드 회사만 유리/불리해질 수 있으니 일단 처음에는 레퍼런스를 지키고 출하해 달라는 약속을 하고 나오는 것입니다.

 

이 약속한 기한을 Time to market이라 하며 그 기한마다 결정된 수량(단위는 lot)을 공급하게 되는데, 2차 공급분까지는 NVIDIA는 NVTTM(NVIDIA Time to Market), AMD는 MBA(Made By AMD)라 하며, 각각의 회사에서 레퍼런스 디자인의 카드를 납품합니다. 즉 GPU 단위로 보면 NVTTM이나 MBA 카드의 FOB 비용은 어떤 그래픽카드 제조사건 기본적으로 같습니다.

 

그런데 북미 시장의 경우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지사는 아마존, 베스트바이, 뉴에그 같은 소매점에 직접 배송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더 작은 소매점에 공급하는 유통점도 있지요. 하지만 우리가 대게 '북미 지역 가격'이라고 말할 때 기준으로 삼는 건 위에서 열거한 사이트니까 지금은 그런 경우를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이러한 대형 소매점은 그래픽카드 제조업체에서 FOB 비용으로 공급받아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는데, 여기에서 MSRP(Manufacturer 's Suggested Retail Price)가 등장합니다. 이것은 북미 시장의 권장 판매 가격 쯤 되겠습니다. GPU 제조사는 GPU를 발표할 때 북미 시장의 MSRP를 발표하며, FOB 비용과 MSRP의 관계는 거의 자동으로 정해지게 됩니다. 즉 GPU 제조사가 그래픽카드 유통을 조절한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MSRP에 따라 대리점마다 얻을 수 있는 수익은 FOB의 7~14% 정도입니다.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하이엔드가 수익이 낮은 경향이 있습니다(물론 예외는 있습니다). 하이엔드 모델은 수율 문제도 있고 탑재되는 부품의 수도 많아 제조 비용이 비싸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돈벌이가 되진 않는다네요.

 

그럼 이제 본론. 왜 북미 시장의 MSRP와 매장 판매 가격이 일본(그리고 한국) 시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일까요. 여기에선 그 이유를 시장 규모의 차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지 법인을 만들어서 대량의 카드를 대형 소매점에 보내기에는 일본 시장이 너무 작다는 겁니다.

 

그럼 무슨 소린가, 대만의 메인보드/그래픽카드 제조사들은 한국만 해도 지사를 두고 있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법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법인과는 다릅니다. 그러한 대만 업체의 지사는 그래픽카드의 재고 관리나 배송을 직접 하지 않습니다. 출하를 관리하는 건 본사의 담당자지요.

 

일본의 경우 누가 그래픽카드 유통을 하느냐 하면 아스크텍을 비롯한 5개의 회사입니다. 북미 시장에 비해 정말 작은 양을 다르지만, 위험을 감수하면서 대만이나 홍콩에서 수입하고, 그 유통 리스크나 수입/재고 관리, 중간 마진을 정해서 유통점에 공급하게 됩니다. 이렇게 GPU가 발표된 후 한동안 판매자가 얻는 수익은 그래픽카드 제조사 판매 가격(FOB)의 10% 정도입니다.

 

이야기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일본 시장에서 그래픽카드를 판매해 얻는 수익은 GPU가 발표된 직후에는 15%가 되는데, 이건 제품이나 제조사에 따라 다릅니다. 엘사 브랜드의 경우 일본에서 20%의 마진을 보며, 판매 경쟁이 시작되면 수익율은 점점 줄어든다네요. 여기에 대리점이 끼면 대리점의 수익은 그래픽카드 제조사의 출하 가격 FOB에 유통 이익을 모두 더한 금액의 15%가 됩니다.

 

예를 들어 FOB 가격이 500달러인 하이엔드 시장용 그래픽카드가 있다 칩시다. 이 때 환율은 1달러가 120엔, 북미 시장에서 수익률이 10%라면, 북미 시장에서 판매 가격은 FOB에 그 10%를 더한 것이니 500+50달러니 550달러고, 이걸 엔화 환산해서 6만 6000엔이 됩니다. 그럼 일본에선 유통 이익 10%, 대리점 수익 15%을 더해야 하니까 500+50+82.5=632.5달러, 7만 5900엔이 됩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선 아마존의 판매 가격보다 일본의 판매 가격이 비싼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일본의 PC 부품 시장을 북미와 동일한 수준으로 키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 대세는 모바일이지요. 일본이 그 정도면 한국이야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