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이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든 물건이라면 잘 어울리는 게 있고 뭔가 맞지 않는 경우도 있겠으나, 컴퓨터는 디지털 기반의 전자기기라 정해진 규격을 충실히 따르고 전기만 공급된다면 궁합이란 걸 따지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고 봐야 되겠는데...

 

분명 작동해야 하는데 되지 않는다던가,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상황, 다시 말해 궁합을 탓하게 되는 경우가 가끔씩 나온단 말이죠. 물론 작동 원리나 부품의 특성을 세세히 따져보면 그 답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제가 뭐 그 정도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가한 것도 아니고요.

 

저는 지금 MSI Z97 MPOWER 메인보드에 MSI GTX 970 아머를 사용 중입니다. 이 메인보드에는 MSI의 다른 그래픽카드 몇장도 끼워봤고, 얼마 전에는 이엠텍 GTX 960과 사파이어 R9 380 같은 것도 써봤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어요. 그런데 어제 말이죠.

 

이엠텍 GTX 950을 꽂아보니 전원이 안 켜져요. 포스트 LED가 00에서 넘어가질 않네요. 이게 항상 그러면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분명 전원이 들어왔다가 나중에는 안 되더라구요. 주요 부품 다 뺐다 끼우고 바이오스 리셋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고 메인보드나 다른 부품의 문제라고 보긴 뭐한 게, 다른 설정을 일절 건드리지 않고 기존에 사용 중이던 MSI GTX 970을 꽂으면 켜져요. 그런데 GTX 950은 안되요.

 

그럼 이 그래픽카드의 문제냐? 그건 또 아닌게 옆에 굴러다니던 ASUS GTX 960을 꽂아보니 얘도 마찬가지에요. 한번에 전혀 다른 제조사의 그래픽카드 두장이 동시에 고장났다고 생각하긴 좀 어렵지요.

 

하지만 정말 웃긴 건 따로 있어요. 메인 슬롯에 문제의 GTX 950이나 GTX 960을 꽂고, 다른 슬롯에 GTX 970을 꽂아두기만 하면 전원이 켜진다는 거지요. 심지어 보조전원도 꽂을 필요가 없어요! 이게 없으면 작동을 안하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말이에요.

 

메인보드를 의심하기도 좀 그런게. ASUS GTX 970이나 MSI의 다른 그래픽카드들은 또 아무 문제 없이 바로 켜진단 말이죠. 전에는 정말 저렴해뵈는 이엠텍 GTX 960도 아무 문제 없이 작동했었고. 이쯤 되면 정말 특정 부품과 궁합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20160319_15451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