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롤을 잘 하는 건 아닙니다. 멘탈이 약해서 랭겜은 안 돌리는데 뭐 돌려봤자 브론즈겠지요. 그래서 제 관점이 롤 초보분들에게는 더욱 유용할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피지컬이 안 되는데 고수 흉내를 내봤자 그게 될 리가 없으니까요.

 

제 롤 인생은 가렌을 하기 전과 가렌을 한 뒤로 나뉩니다. 요새는 칼바람만 하는지라 딱히 기록이 남은게 별로 없긴 한데 그래도 가장 많이 하는 게 가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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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이런 분위기. 제가 가렌을 많이 한다고 설명하기 위해서 올린 겁니다. 솔직히 게임은 못하죠.

 

초보들에게 가렌을 추천하는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우선 쌉니다. 450ip니까 몇판만 하면 금방 살 수 있지요. 그리고 스킬 조작이 쉽습니다. QWE가 모두 상대를 지정할 필요 없이 누르면 바로 나가는 거고, R만 상대를 골라서 찍으면 되는데 그것도 공격 기술이니까 별게 없지요. 게다가 R은 상대 캐릭터가 악당으로 지정됐을 경우, 지금 궁을 쓰면 확실하게 죽일 수 있다고 따로 표시까지 해줍니다. 사실 여기에 유혹되서 들어갔다가 죽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정적으로 생존력이 좋아서 실수를 해도 재기할 기회를 준다는 점이 큽니다. 패시브가 일정 시간 동안 공격을 안 당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거거든요. 체력 회복의 대명사인 문도 궁 저리 가라 할 정도에요. 그러니까 좀 많이 맞아서 피가 60% 정도로 떨어졌다 싶으면 한발 물러나서 포탑 아래에서 왔다갔다하던가 수풀 속에 숨어서 앞에서 미니언들이 열심히 치고 박아 나오는 경험치나 먹으면 됩니다. 돈은 별로 못 벌지만 그보단 안 죽는 게 중요하죠. 레벨이 좀 오르면 피 차는 속도도 꽤 빨라지고, 에픽 몬스터가 아니면 맞아도 피가 계속 찹니다.

 

이러다보니 가렌의 패턴은 매우 뻔합니다. 수풀 속에 숨어 있던가 미니언 뒤에 서 있다가, 때릴 기회가 된다 싶으면 Q 켜고 빠르게 접근해서 한대 때리고, E로 돌면서 긁어주고, 공격이 많이 들어온다 싶으면 W 켜고. QWE 스킬이 다 빠졌으면 다시 뒤로 물러나서 피 채우고. 이짓거리를 계속 반복하다가 킬각이 나온다 싶으면 QWE 쓴 후 R을 써서 궁으로 마무리. 안죽었다구요? 그럼 점화. 몇번 하다보면 지금 이게 궁으로 킬각이 나오는지 안 나오는지 금방 감이 옵니다.

 

조금 더 응용한다면 수풀 속에 숨어 있다가 적이 가까이 오면 우선 평타를 한대 때린 후 바로 Q로 캔슬해서 한대 더. 그럼 침묵에 걸려서 스킬을 쓰지 못하니까 E 켜고 돌며 피를 깎으면 되지요. 사실 가렌 스킬에서 가장 중요한 게 Q입니다. 평타 캔슬-침묵-이동 속도 증가다보니 공격은 물론 도망갈때도 매우 중요합니다. 상황에 따라서 Q를 먼저 써서 들어가느냐 아니면 나중에 써서 도망치느냐를 잘 판단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제가 요새 칼바람만 한다고 했는데 칼바람에서의 공식도 뻔합니다. 좀 뒤에 물러나서 피 채우고 있다가 혼자 떨어져 있는 적에게 눈덩이를 던져 맞으면 바로 접근해서 Q. 그럼 E로 긁어주다가 뒤로 빼기. 상대가 피가 많이 빠졌거나 도주기가 없는 캐릭터라면 먼저 E부터 긁고 R로 마무리한 후 Q로 도망쳐도 되겠네요.

 

롤이란 게임이 캐릭터마다 능력치/스킬이 다르기에 그걸 숙지해서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인데, 가렌은 스킬이 워낙 뻔하다보니까 쓰기가 쉽습니다. 이 말은 한계가 뻔하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프로들이 경기에서 가렌을 안 꺼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변수를 만들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프로가 아닌 초보라면 그나마 할 수 있는 걸 확실하게 활용하는 캐릭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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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은 항상 유동적으로 가라고 하지만 제가 쓰는 건 항상 뻔합니다. 이게 다입니다. 심지어 순서조차도 별로 바뀌지 않아요. 생각하기 귀찮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설명해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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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갑옷입니다. 체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며 계속 움직이면 추진력이 붙어 이동 속도와 데미지가 추가됩니다. 체력이나 방어력이야 다른 템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이나 여기서 중요한 건 데미지와 이동 속도입니다. 가렌은 특별한 이동기가 없다보니 이동 속도가 매우 중요한데요. 망자의 갑옷을 사고 수풀 속이나 타워 뒤에서 왔다갔다해 추진력 100을 채운 후 Q와 함께 적한테 붙어 한대 때리기 매우 좋습니다. 대게 제가 첫번째로 완성하는 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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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흑의 양날 도끼입니다. '적한테 피해를 입히면 방어력을 감소시키며 6번까지 중첩. 피해를 입히면 이동 속도가 상승'입니다. 가렌의 E가 달라붙어 회전하면서 공격하는 것이니 '방어력 감소 중첩'을 쌓기가 매우 좋고, 이동 속도를 높이니까 뚜벅이 가렌한테 매우 요긴하지요. 가렌의 딜템은 이거 하나로만 해결하는 편입니다. 일단은 오래 살아 남는게 중요하다보니.. 대게는 하위 아이템인 탐식의 망치를 가장 먼저 완성하고, 그 다음에 망자의 갑옷과 신발을 완성한 후 이걸 만들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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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의 발걸음: 민첩성입니다. 가렌은 상태 이상 기술(CC)를 풀 방법이 없습니다. Q로 이동속도를 높여서 도망가는 것 정도? 그러다보니 열심히 쫓아가도 CC 기술에 걸리면 할게 없어요. 따라서 이 신발의 옵션으로 CC기 지속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대로 재빨리 붙어서 때리고 재빨리 도망가는 게 중요하니 민첩성 옵션을 붙인거죠.

 

위 3개 아이템은 무슨 일이 있어도 갑니다. 꼭 갑니다. 탐식의망치-신발-망자의갑옷-칠흑의 양날 도끼-헤르메스의 발걸음 쯤 되려나요. 솔직히 민첩성 업그레이드까지는 잘 안가요. 그 전에 다른 템을 올리는 게 먼저인지라. 그럼 나머지 아이템 칸은? 대게 이런 템으로 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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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락의 도전입니다. 체력과 공격력을 높여주는데다, 순간적으로 두드려 맞을 경우 공격력/체력을 순식간에 늘려주는 부가 기능이 있습니다. 공수 양면에 모두 좋은 아이템이라 할 수 있지요. 이게 은근히 생존에 도움을 주는지라 매우 좋아합니다. 상대가 잘 뭉쳐서 두드려 패는 일이 잦다면 이걸 우선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그 전에 상대가 2명까진 몰라도 3명 이상이 몰려있다 싶으면 거길 아예 들어가질 않는 게 답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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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불꽃 망토입니다. 체력과 방어력을 올려주며 근처 적에게 지속적으로 마법 피해를 줍니다. 가렌 자체가 달라붙어 근접 공격을 하는 캐릭터인데다가, 주력 데미지 딜링 스킬인 E가 계속 비벼주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 태양불꽃 망토가 은근히 좋은 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아이템을 우선 갔는데 요새는 망자의 갑옷 때문에 순번이 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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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갑옷입니다. 방어력을 크게 높여주고 기본 물리 공격에 맞으면 피해량을 반사합니다. 따라서 기본 공격을 집요하게 날리는 원딜이나 트린다미어 같은 캐릭터랑 맞붙을 땐 이걸 꼭 가줘야 합니다. 반대로 상대 조합이 평타 위주가 아니라면 이걸 갈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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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의 형상입니다. 체력, 마법 저항력, 체력 재생, 재사용 대기시간 감소가 붙어 있어 방어에 매우 좋습니다. 특히 가렌의 체력 재생 효과를 크게 높여주니 수풀이나 타워 아래에 쳐박혀서 아씨 오지마 오지말라구! 이러고 있을 거라면 이 템이 좋습니다. 상대가 스킬 공격(AP) 위주라면 특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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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모셔스의 아귀입니다. 공격력과 방어구 관통력이 붙어 있어 공격에 좋고, 마법 저항력과 마법 보호막이 있어 생존에도 좋습니다. 상대가 계속해서 스킬 공격을 하는데 이쪽의 공격도 좀 올려야겠다 싶으면 이 템도 좋습니다. 하위템인 주문포식자만이라도 먼저 가두면 괜찮아요.

 

그 외에 쓰는 템이라면 상대의 이동 속도를 줄여 추격에 유리한 공격템인 얼어붙은 망치, 이와 비슷한데 방어템에다가 사용 효과를 지닌 란두인의 예언, 상대 스킬 공격이 너무 아파서 방어를 더 높여야겠다 싶을때 쓰는 밴시의 장막(칼바락 나락에선 필수죠), 체력과 회복만 무식하게 높이는 워모그의 갑옷, 어떻게든 살아야겠다 싶을때 쓰는 수호천사 같은 게 있는데.. 여기까지는 잘 쓸 일이 없네요. 템 칸이 6개다보니.

 

딜가렌이라고 공격 아이템을 잔뜩 섞어주는 게 있는데 개인적으론 아니라고 봅니다. 상대를 죽이는 것보단 내가 안 죽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초보들에게 딜가렌을 추천하기도 좀 그렇지요. 우선은 생존성 위주로 셋팅해 보세요.

 

정리하면 가렌은 동네 양아치입니다. 수풀이나 타워 아래에 비겁하게 숨어 있다가 이쪽의 피가 찼다 싶으면 큰 소리를 치며 나가서 QWE 스킬에 평타 몇대 섞어 쓰고 다시 도망치기를 반복. 적이 나보다 유리하다 싶으면 절대로 나서지 않고 찌질찌질하게 몸을 사리다가, 상대의 체력이 많이 빠져서 만만해졌다 싶으면 우렁찬 소리와 투다닥 때리고 궁으로 마무리. 이게 어딜 봐서 근위대장 캐릭터인지 모르겠어요.

 

다른 자세한 공략은 여길 보세요. 이동 속도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셋팅이 제 개인 취향에 참 맞더군요. 저도 이걸 보고 이속룬을 사볼까 지금 고민중인데 이거 은근히 룬값이 많이 드네요. http://lol.inven.co.kr/dataninfo/champion/manualToolView.php?idx=12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