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 근처에는 아버지의 고향 친구분께서 사진관을 하고 계십니다. 예전에 증명사진 찍으러 갔을때 보니까 5D 마크 2에 빨간색 테두리가 둘러진 렌즈(정확히 뭔 렌즈인지는 캐논 렌즈를 몰라서 패스 -_-)를 쓰시더군요.

 

그걸 보고서 아, 사진관이라면 저정도는 쓰는게 맞겠구나. 여기에 비교해 보면 대한민국 아마추어들은 정말 장비 좋구나(...) 하지만 나도 왠지 풀프레임 같은거 사고싶다. 그러고 있었지요.

 

오늘 여권사진을 찍을 일이 있었는데, 구청과 아버지 친구분의 사진관 방향이 정 반대인데다가, 제가 거기서 찍으면 돈을 절대로 안 받으려 하시다보니(...) 그냥 구청 앞에 있는 사진관에 가게 됐습니다.

 

아무레도 카메라에 관심이 가니까 바디 뒤쪽을 보게 되는데 역시 캐논입니다. 사실 캐논인건 별 상관이 없다 못해 아주 당연한 것인데, 문제는 LCD가 정말 작아요. 음? 이거 도대체 뭐지?

 

의자에 앉을려고 돌아가면서 바디 오른쪽을 보니 모델명이 없는겁니다. 어? 여기에 모델명이 안 붙어 있으면 도대체 어디에 붙어있단 말인가? 혹시 몰라서 셔터 스위치와 펜타프리즘 사이를 보니 거기에 모델명이 있더군요.

 

캐논 EOS 10D.

 

...

 

왠지 제 가방 속의 K20D가 훨씬 더 낫다고 생각되는건 착각이 아니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서, 렌즈는 도대체 뭐지 하고 보니까 노란색 띠같은게 있습니다. 탐론인가? 하고 보니 '울트라소닉이라고 써진 글씨네요'. 어 그럼 캐논 초음파 모터로 돌아가는 렌즈 맞는데. 그럼 뭐지 하고 보니까-

 

24-85mm

 

...

 

아무리 캐논 렌즈는 모른다지만 '이런 것도 있었나(...)'하고 생각할 정도로 썩 많이 쓰이는 애는 아니라서 -_-a 스펙이나 지금 신품 판매 가격(http://blog.danawa.com/prod/?prod_c=151101&cate_c1=842&cate_c2=1157&cate_c3=1230&cate_c4=0)을 보면 결코 값비싼 고급 렌즈는 아니지요.

 

사실 이때까지도 그냥 '신기한 것을 보았다' 정도였는데, 여권 사진을 바로 뽑아 가야 하니까 아저씨가 후보정을 할 동안 기다려야 하잖아요? 그래서 뒤에 서서 메모리 카드에서 사진을 읽어들이는걸 보니-

 

...

 

얼굴은 안그래도 까만데 무슨 장비 익덕 수준으로 검고, 눈은 안그래도 짝눈인데 더더욱 짝눈이고, 입술은 삐뚤어져 있고. 이거 왠지 다시 찍어야 할것 같은데 다시 찍자는 소리를 안하고 작업을 시작하시네요.

 

그리고, 저는 후보정의 달인이 어떤 속도로 작업을 끝내며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를 똑똑히 보게 되었습니다. 뭐 결과물은 절대로 올릴 수 없으니 생략하고. 가히 구청 앞에서 여권 사진으로 장사하기에 충분한 분이었지요.

 

결과물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니, 그 사진관의 아저씨한테는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하는데 10D와 24-85mm 정도면 충분했던 것이에요. 그러니 삐까번쩍한 최신 장비가 필요하지 않지요. 10분도 안 걸리는 후보정을 조합하면 자신이 원하는(그리고 클라이언트가 만족할만한) 결과물을 충분히 뽑아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럼 그 아저씨를 보고 다시 생각해 보면, 전 과연 더 좋은 장비가 필요해서 이러는 것일까요 -_-a

 

정답은 예(...). 실력이 없으니 장비라도 좋아야지 하하하하하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