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소니 바디를 제대로 써 본 적이 없다는 생각에. 얼마 쓰다가 팔아버릴 요량으로 지른 알파850입니다.

비록 여기에 올린 사진은 얼마 없지만. 풍경도 찍고 음식도 찍고 사람도 찍어보니 대충 감이 오네요.

일단 기계는 잘 만든 부분도 있고 별로인 부분도 있습니다. 묵직하고 단단한 만듬새와 92만 화소 lcd는 이 구형 카메라가 지금 최신 기종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뷰파인더도 동급 중에선 제일 좋다고 하는데 이건 감이 잘 안오네요.

대신 90년대 게임기를 보는듯한 상단 정보창. 오디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미러쇼크. 오디보다 나을 게 없는 연사와 af.. 버튼은 다 달려 있는데 썩 편하지 않은 인터페이스. 도대체 왜 있는건지 모를 인텔리전트 프리뷰 기능은 단점에 속합니다.

렌즈는 펜탁스보단 낫습니다. 왜냐면 미놀타 시절 유산을 그대로 쓸 수 있는 풀프레임이니까요. 지금 제가 쓰는 갓도 미놀타 구형 점사입니다. 하지만 캐논 니콘과 비교해서 한숨나오는 건 펜탁스랑 별반 차이가 없을 것 같네요.

화소 수로만 따지면 현역 풀프레임과 충분히 경쟁하고도 남습니다. 계조도 나쁜 편은 아닙니다. 그러나 고감도는 포기해야 합니다. 200부터 시작하는 감도는 왜 6디 쓰는 사람들이 호들갑을 떠는건지를 알려주더라구요.

자동 노출은 언더로 치우친 것 같은데 아직은 자신있게 말 못하겠고. 오토 화이트벨런스는 포기했습니다. 요샌 펜탁스 k-5도 별로라고 커스텀으로 쓰지만. 이걸 만져보니 펜탁스의 오토화벨은 역대 최강이라 말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오죽하면 지금 적응하면서 제일 머리가 아픈 게 화벨을 잡는 걸까요. 이래서 너무 좋은 기계를 써도 안좋은겁니다. 기계에만 의존하게 되니까요. 근데 제가 만족할만한 오토 화벨이 나올만한 카메라는 지구상에 없을 것 같군요.

색감은 나쁘지 않습니다. 각각의 픽처 모드는 개성이 나름 뚜렷한 편입니다. 최신 바디처럼 극단적인 색감은 없지만. 화벨만 잘 맞춰준다면 인물도 괜찮게 찍을테고(쉽진 않지만) 풍경도 그런대로 봐줄만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전 이녀석을 별로 오래 쓸 것 같진 않네요. 뷰파인더 크고 센서 큰 것 외에 딱히 k-5보다 나은 걸 찾기 힘들어서 말입니다. 소니 카메라도 쓸만 하다는 인상은 심어줬으나, 풀프레임의 환상을 깨는 데도 일조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값싼 풀프레임을 구하고 싶으시다면 전 알파850을 제일 먼저 추천할 겁니다. 70만 중후반대에 상태 괜찮은 바디를 구할 수 있거든요. 장농인지 폭탄인지 구분 안되는 오디나 왕데스도 60만 원은 줘야 구할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