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아프고 머리 어지러워 상태가 영 안좋은 관계로. 제가 쓰고 싶은 걸 써보기로 했어요. 그건 바로 소니의 QX100과 QX10.

 

저는 좀 성능 좋은 폰카를 쓰고 싶었어요. 카메라는 이미 좋은 제품을 갖고 있지만 가지고 다니기가 번거롭고, 핸드폰은 항상 가지고 다녀야 하니까 핸드폰의 카메라 성능이 좋은 편이 낫지요. 그래서 아이폰 5S가 나오면 초기 가격이 30만 정도 될테니(아이폰 5가 나왔을 때 보조금 붙여서 이정도 가격이었죠?) 사볼까 고민하다가. 삼성의 갤럭시 NX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허나 갤럭시 갤럭시 NX는 대형 센서, 놀라운 화질, 풍부한 렌즈, 검증된 갤럭시의 안드로이드 시스템까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모으기에 충분한 놀라운 스펙을 갖췄지만,  그저 그런 조작감, 그리고 갤럭시 S4와 NX300의 출고가를 그대로 더해 둔 가격으로, 갤럭시 NX를 사느니 갤럭시 S4와 NX300을 따로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소니에서 신기한 물건을 내놓는다는 소문이 나오더라구요. 그건 바로 쓸만한 디지털 카메라에서 액정 스크린을 뺀 QX10, 그리고 똑딱이 카메라 종결자 소리를 듣는 RX100 MK2에서 액정 스크린을 뺀 QX100이었는데요. 출시도 하기 전부터 큰 괌심을 갖게 만들었고, 그리고 어제 나왔습니다. 근데 지금은 고민중이네요.

 

QX 시리즈의 장점은 두 가지가 있다고 봅니다. 폰카보다 뛰어난 카메라 성능, 그리고 같은 스펙의 디지털 카메라보다 싼 가격. 전자는 RX100의 성공으로 검증됐고, 후자는 RX100의 가격과 비교해 보면 나오는 거지요. 그리고, 이게 끝입니다. 다른 장점은 없어요. 게다가 이 장점조차도 다른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인 우위를 얻을 순 없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QX 시리즈가 싸긴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기본으로 삼은 모델(QX10은 WX100, QX100은 RX100 MK2)보다 싸다는 것이지, 절대적인 가격은 싸진 않다는 겁니다. 지금 500달러와 250달러가 나왔는데, 이걸 단순히 환율로 계산하면 27만 원과 55만 원 정도가 나오고, 소니 코리아 프라이스가 붙으면 30만 원과 60만 원이 나올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 정도 가격이면 미러리스를 번들 렌즈 포함해서 중고 말고 신품으로 살 수 있는 돈이 되지요. 아무리 QX 시리즈의 화질이 좋다고 한들, 미러리스의 화질은 그보다 더 뛰어나고, 조작이나 기능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습니다. 그럼 여기서 이런 반론이 나오겠지요. QX 시리즈는 작고 가볍다고. 그럼 과연 얼마나 더 작고 가벼울까요?

 

QX100은 크기 62.5x62.5x55.5mm에 무게 179g, QX10은 크기 62.4x61.8x33.3mm에 무게 105g입니다. 소니의 주력 미러리스인 NEX-3N이 210g이니까 여기에 렌즈를 더하면 못해도 400g은 될테고. 아무리 QX 시리즈가 핸드폰과 같이 들고 써야 한다는 걸 고려해도 QX보다는 더 무거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제 생각에는 이게 그렇게 가벼운 무게라고 생각되진 않네요. 핸드폰 무게를 따지면 100g 정도 차이날텐데.


사실 무게보다 더 큰 문제는 크기라고 봅니다. QX10은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으면 될 크기지만 QX100은 NEX-3N에 16-50mm 렌즈 물린거랑 두께가 별 차이가 없지 싶어요. 그럼 QX10이라면 몰라도 QX100을 들고 다닌다면 결국 가방 한 켠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건데 그럴 바에는 작은 미러리스가 굴러다니는 것과 도대체 다른 것이 뭐가 있을까요.


QX 시리즈의 문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비록 스마트폰과 분리된 상태로 사진을 찍을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화면을 보면서 찍으려면 뒤에 붙여 두는 작업을 해야 하며, 연결은 안한다 하더라도 WiFi로 잡아서 앱을 실행하는 작업은 꼭 해야 하며, 배터리를 이중으로 잡아먹는다는(QX 본체와 스마트폰의 배터리) 겁니다. 무슨 RAW가 안되느니 P와 A 모드만 된다느니 이런 건 빼구요.


결론은, 정말 무게 1g과 크기 1mm가 중요할 정도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사진을 찍는다면 QX 시리즈보다는 여전히 보급형 미러리스가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겁니다. RX100이 비싸니 QX100을 사겠다는 접근 방식도 나올 수 있겠지만, 그러면 연결-조작의 귀차니즘을 감내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됩니다. 장점만 있는 건 아니죠.


결론: 와아 지름신을 물리쳤다.
결론 2: 그러니 미러리스를 중고로 사야겠다.
결론 3: 아냐 역시 풀프레임을 중고로 살까.

결론 4: 갤럭시 NX가 가후되면 사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