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알러지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큰 구분은 1세대와 2세대입니다. 1세대는 BBB, 그러니까 혈액뇌관문을 통과하고, 히스타민의 H1수용체 접합부는 물론 콜린 같은 다른 신경전달물질 수묨체까지 억제하는 작용을 합니다. 무식하게 효과는 좋아요. 하지만 혈액뇌관문을 통과해 신경계까지 침투하는 특성 상 무지무지 졸립니다. 1세대 항히스타민제의 일부(독시라민 호박산염, 디펜히드라민)는 수면유도제로 사용되기도 하니까요.게다가 히드록시진(유시락스)은 항불안제로 쓰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의 수면제는 액티피드. 트리프롤리딘과 슈도에페드린의 합제인데 대단해요. '복용 후 15분이면 콧물이 마르기 시작합니다' 라고 하는데 틀림없이 그 전에 쓰러져 잠들어버릴 거예요.

 

그런 문제를 개선한 게 바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 혈액뇌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는 특성 상 졸음이 아예 없거나 거의 없습니다. 민감한 사람 빼놓고는 거의 안 졸리대요. 초기에 나온 테르페나딘(노드로시-국제)과 로라타딘(클래리틴-엠에스디)은 '졸리지 않은 알러지약' 으로 특히 코감기에 단골 처장이었대요. 하지만 테르페나딘에는 중대한 부작용이 있었어요. 간 내에서 대사되는 일부 약물(특히 니조랄, 디푸루칸 같은 아졸계 항진균제)과 상호작용을 일으켜 치명적인 심혈관계 부작용을 일으키는 문제가 있어서 아예 사라졌다고 해요. 하지만 활성물질을 직접 투약해서 문제되는 간대사 과정을 스킵하게 만들어버린 펙소페나딘(알레그라-한독)이 생겨났고, 결국 그 명맥은 끝까지 유지됐습니다.

벨지움 UCB는 이미 유시락스로 알러지약 분야에서 명성을 갖고 있었는데, 이 회사 역시 졸리지 않는 항히스타민제 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유시락스와 계통이 비슷한 히드록시진 계열의 새 화합물인 세티리진을 개발했고, 이것이 고르바초프와 대처 수상,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대통령이 등장하는 광고로 유명해진 지르텍이예요. 한국에선 처음부터 일반약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처방전 따위는 필요없었어요.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미국에선 지르텍이 2007년까지는 처방약이었다가 2008년에 일반약 승인이 나서 처방전 없이 살 수 있게 됐고, 여기에 맞불을 놓겠다는 심사로 쉐링푸라우(지금의 MSD)는 2008년에 클래리틴을, 아벤티스는 알레그라를 2011년에 일반약 승인을 받아내 이제 미국은 항알러지제 천국이 돼버렸어요.

 

대표적인 2세대 항알러지제들을 쭉 읊어 보면 이 정도예요.

테르페나딘(노드로시-국제, 타민-안국 등 다수)

펙소페나딘(알레그라-한독, 펙소나딘-한미 등 다수)

올로파타딘(알레락-삼오/대웅 등 다수) 

에피나스틴(알레지온-베링거)

베포타스틴(타리온-동아, 포타스틴OD-한미)

에메다스틴(레미코트-코오롱)

에바스틴(에바스텔-보령 등 다수)

세티리진(지르텍-UCB/유한 등 다수)

로라타딘(클라리틴-엠에스디 등 다수)

 

이제 항알러지제는 2.5세대로 넘어가는 추세입니다. 2세대의 광학이성질체(화합물을 이루는 분자가 거울상으로 다른 위치에 있는 화합물인데 활성이 있는 쪽이 따로 있어서 흔히 레보체, 라세믹체 등으로 이름을 붙여요) 형태를 띠는 활성이 더 강한 물질을 새 약으로 판매하는 전략이예요. 하지만 이건 좀 다른 측면에서 이해돼야 하는데, 새로 만든 약은 보통 10년에서 20년 동안은 그 특허가 유지되는데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공개된 합성법으로 특허기간이 끝난 약을 싸게 찍어낼 수 있거든요. 그래서 광학이성질체를 발견해 사실상 거의 동일한 성분에 대한 독점권을 보다 오래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여기에 해당하는 약으로는 씨잘(세티리진의 레보체인 레보세티리진, 유씨비), 에리우스(클래리틴의 데스체인 데스로라타딘. 엠에스디). 이 중에서 씨잘은 특허기간이 끝나 많은 업체에서 같은 성분의 약들을 찍어내고 있지만 에리우스는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신상이예요.

 

이론설명은 여기까지. 먹어 본 사람의 리얼한 후기가 이어집니다!

 

지르텍-대중성 확보된 약은 오래 써서 안 듣는 게 최대의 적입니다. 그래서 지르텍. 이거 오래 쓰니까 이거 진짜 안 듣더라구요. 근데 안 들어서 두 정 먹으면 졸려요.

 

알레그라-안 졸리는 건 확실하긴 합니다. 어느 정도 효과도 있는 것 같긴 한데 다른 약들처럼 빠르지는 않아요. 두세 시간 지나야 효과 오는 정도? 그리고 역시 오래 쓰니까 안 들어요.

 

레미코트-2세대인데도 불구하고 같은 계통의 다른 약들에 비해 상당히 졸려요. 밤에 먹으면 잠 잘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쓰러져요. 진심으로.

 

에바스텔-그럭저럭. 안 졸리고 듣는 건 그럭저럭이예요.

 

타리온-일단은 빨라요. 먹고 30분이면 끝. 특히 코 막히는 비염이나 두드러기 같은 데에도 이건 꽤 잘 듣는 것 같아요.

 

포타스틴-타리온의 염을 바꿔서 내놓은 개량신약. 게다가 이건 녹여먹는 약이라 물 없어도 먹을 수 있는 게 장점. 맛은 합성감미료 맛에 그냥 좀 상쾌한 맛이 나요. 효과는 더 빨라요. 괴로운 증상이 있을 때 녹여먹으면 10분이면 OK. 함량도 적어졌습니다(타리온이 10mg인데 포타스틴은 7.79mg.)

 

에리우스-예전에 성남 살 때 이비인후과 선생님이 클래리틴만 줄창 쓰셨는데 주치의 선생님이 다짜고짜 이걸 권해주셨어요.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좀 졸려요. 하지만 레미코트만큼 쓰러뜨리지는 않으니 밤에 먹으면 괜찮을 것 같아요. 클래리틴 때처럼 효과는 그저그래서 포타스틴 같은 걸로 보충이 필요할 때도 있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