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글 하드웨어 커뮤니티 게시판
일단 저는 골수 블빠에 진성 와덕이며, 워크래프트 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다는 점을 먼저 밝힙니다.
개봉 당일날은 일이 있어서 아쉽게도 못봤으나, 오늘에야 무려 아이맥스 3D로 관람했습니다.
주말에 무슨 프라임석이라고 만팔천원을 받더군요. 치사한 CGV놈들..
이왕 3D로 보는김에 컨텍트 렌즈를 착용하고 갔는데, 좋은 선택이였던것 같습니다. 3D 효과가 아이맥스라 그런진 몰라도 아주 뛰어납니다.
일전의 아바타에 비해서 3D 기술이 얼마나 진보했는지 새삼스레 느끼게 해주더라구요.
내용적으론 일단 좋은점과 나쁜점이 아주 극명합니다.
나쁜 점 부터 말해보자면..
1. 워크래프트 스토리(그것도 와우에 잘 언급되지 않는 옛날 대전쟁 이야기)를 모르는 일반인에겐 '이게 도대체 뭔 내용이여?' 라는 의문이 2시간 내내 들 수 있는 구성입니다.
와우의 각종 스토리에는 배경 설정이 아주 장대하고 디테일하면서도 복잡하게(사실은 얘가 이러는 이유가 뭐때문이였어~) 깔려 있는데.
이 부분을 영화 한편에 도저히 설명할 수 없으니까, 설명을 생략해버리는것이 대다수이며, 어떤 부분에선 원작의 내용을 바꿔서 보여줍니다.
2. 그렇다고 워크래프트 팬들에게 100% 어필을 할 수 있느냐 하면 또 그건 아닙니다.
물론 전반적으로 CG도 훌륭했고, 호평할만한 부분도 군데군데 있긴 합니다만. 대전쟁의 여러 사건들 중에 가장 핵심적이였던 사건 몇가지를 영화 서사의 편의성에 따라 바꿔서 풀이합니다.
그래도 큰 틀에서의 결과는 동일하기에, 원작 파괴라고까진 볼 수 없지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이 있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런걸 서사하기가 너무 길고 복잡해서 힘들었더라면 차라리 대전쟁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어야 하는게 맞지 싶습니다.
3. 서사 구조(편집) 자체가 영 재미가 없습니다.
와덕으로써의 팬심을 버리고 순수하게 영화적 구조를 보자면 정말 중구난방이고 재미없는 스토리텔링 방식입니다.
이 훌륭한 재료를 가지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게 실망스러운 부분입니다.
특히 영화적 연출 편의를 위해 원 스토리에서 바뀐 부분 때문에 오히려 더 재미없어진 부분이 있었다는건 더더욱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좋은 점은..
1. 와우를 비롯한 워크래프트 시리즈의 팬들에겐, 영화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도 감지덕지입니다.
특히 중간중간 나오는 아제로스의 다양한 모습에서 많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 보고 와우 복귀하신분도 더러 계셨습니다)
2. CG가 상당히 좋습니다.
초 고퀄의 CG로 호평받는 와우의 시네마틱 동영상보다 더 고퀄의 CG를 2시간동안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엘프의 눈이나, 드워프의 분장이나, 인간의 갑옷에 박혀있는 보석 장식 등. CG 외적으로 분장이 좀 어색해 보이는 부분은 있습니다만.
그런 부분의 비중은 크지 않으므로, 겁나게 간지나는 오크와 전투늑대들을 보면서 감탄하실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3. 라면법사놈들이 간지나보입니다
제가 지금껏 본 그 어떤 판타지 영화의 마법 장면보다, 워크래프트의 마법 장면이 제일 멋져 보였던것 같습니다.
단순히 게임의 팬이라서 그런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그래 보입니다. (영화의 연출이 게임에서의 모습과도 꽤 다릅니다.)
그래서인지, 비작만 죽주구장창 날리는 라면법사가 (게임에서는 전혀 멋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한번 해보고싶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구요.
4. 음악도 나름 괜찮았습니다.
한두군데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영화 느낌에 그럭저럭 걸맞는 판타지 느낌의 OST가 잘 들어갔습니다.
또한 스톰윈드와 오그리마의 배경음악 멜로디가 일부 들어간 음악이 한번씩 나오므로, 아시는 분이라면 슬쩍 미소가 지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의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Watcha 기준)
와우 팬이라는 사실을 배제하고 매긴다면 2점입니다.
단점으로 지적받는 부분을 개선하고, 좀 더 흥미로운 소재로 (총 3부작에 다음 이야기는 스랄, 마지막 이야기는 아서스가 된다고 합니다)
후속작을 만든다면 블빠로써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론 아서스 이야기를 먼저 풀어놓고 (넬쥴에 대한 설명을 제외하면 배경설명이 적게 필요하기도 하니) 대전쟁 이야기는 나중에 프리퀄 형식으로 제작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결론
와덕이시면 꼭 한번 보시고. 워크래프트가 뭔지 모르시면 돈아까우니까 보지 마세요. 끝!
차라리 영화 한편에 대표적인 와우 속의 영웅들중 한 명에게 포커스를 맞추거나,
그 영웅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내세워서 마치 이야기를 퀘스트 진행의 동선처럼
임팩트 있게 진행하면서 주변에 대한 약간의 설명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풀어나가며,
차후의 시리즈에서 다른 영웅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조금씩 이어나가면서 다양하게 풀어나도 좋지 않았을가...생각도 해보게 되더군요.
아서스나 일리단 등의 임팩트 끝판왕들의 단독 포커스가 오히려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임팩트가 더 강할 것 같기두 하구요...
솔직히 와우 속의 사랑이야기만 하더라도 여러 편의 영화 제작이 가능할텐데 말입니다...
예를 들면, 와우속 도적 직업의 훔치기 스킬로 나오는 "야한 연애소설"이라든지 말입니다.
또는 와우의 석공길드에 관한 이야기라던지...SI:7 단장 마티아즈 쇼와 관련된 이야기라던지
그게 아니라면 각 직업별로 초점을 맞추고 진행하거나,
와우의 레이드 진행 중 하나의 던전(예: 오닉시아, 데스윙... etc)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그런 류로 집중력을 높이고
와우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더라도 누구나 접근하기 쉽게 방향을 잡으면서도,
검은용 군단이나 불타는 군단 등의 위협에 대항하는 얼라 호드의 갈등과 화합의 스토리는 조금씩만 엮어 나가면서,
007 시리즈나 근래의 마블 히어로물처럼, 장편 시리즈물로 엮을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구축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네요...
아...그리고, 글 다 쓰고 나서 생각해보면...
얼라와 호드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라면 아라시 고원이나 타렌 밀 농장을 배경으로 한
하나의 새로운 캐릭터(유저)를 내세워서 그를 중심으로 서로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와 배경을 풀어도
영화 한편에서 담아내기에는 충분했을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시작부터 끝까지 대작의 느낌만을 중점으로 이야기 진행을 한다고 하는 것도
뭔가 시대의 분위기에 맞아 떨어지지 않는 느낌은 아니였을까? 하는 고민도 해보기도 하구요...
크...
글 작성하다보니...
괜히, 와우저라서 너무 들떴나 봅니다...@,.@;;
처음에 영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당연히 최근작(?)인줄 알았습니다. 시간 순대로 나간다는 시도가 너무 정석적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