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헤아국스페인 vs 부폰국이탈리아

세리에를 챙겨보는 편이 아니라 콩테의 전술적 능력을 모르고 있었는데, 전성기를 지나 내리막을 걷는 라인업이지만 스페인의 미들진을 말그대로 지워버리는 수준의 완성도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TV 카메라 시점으로 보면서도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잘 나갈 때의 스페인이라면 풀백이 전진함과 동시에 뛰어난 볼간수능력을 지닌 이니에스타-세스크-(부스케츠)가 간결한 움직임/터치로 상대 압박을 무력화하면서 자연스레 전진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을 보인 적이 없었어요. 중간에 해설진도 한 번 지적한 적이 있는데 미들과 풀백진의 호흡도 맞지 않으면서 패스미스 나는 장면도 몇 있었고요. 데헤아는 국대에서도 극한직업이었네요. 세대교체가 되면 좀 바뀌겠죠.

이탈리아는 그에 비해서 모든 면이 나아보였습니다. 사실 뒤의 잉글랜드 경기가 너무 충격적이라 잘 기억이 나지 않고 그냥 오오 부폰느님만 기억나네요.


느그랜.... 아니 잉글랜드 vs 아이슬란드

- 뭔가 쓰고 싶어도 쓸 게 없네요. 잉글랜드는 무력했고, 아이슬란드는 빈틈을 찾아 두 번 찔렀습니다.

- ZM의 표현(https://twitter.com/Zonal_Marking/status/747533637432770560) 잉글랜드 선수들은 누구도 제대로 된 전진(패스든 드리블이든)을 시도하지 않았(못했?)고, 오직 막판에 투입된 래쉬포드만이 제대로 된 전진을 보여줬습니다. 잉글랜드의 패스맵을 보면 더 끔찍해집니다. 다음 그림은 잉글랜드가 후반전에 어태킹 서드(경기장을 1/3으로 나눈 것 중 아이슬란드 부분)를 목표로 한 패스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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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의 마구잡이 크로스 말고는 PA 안으로 들어간 패스가 손에 꼽습니다. PA 위에서 공만 돌리다가 제대로 된 공격을 시도해보지도 못하고 시간보내는 전형적인 패턴이죠.


- 그간 명예 잉글랜드인 아니냐는 비난을 들을 만큼의 편파를 보여줬던 이주헌 해설도 참다참다 못해 일갈할 만큼 오늘의 루니는 니갱망 그 자체였습니다. 스탯만 보면 패스 62/71로 준수해 보입니다만 죄다 횡패스입니다. 그나마 몇몇 전진패스는 영양가있다고 보긴 어렵고요.(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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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다른 미들들이 잘 했느냐 하면 그것도 딱히 아니었죠. 델레 알리는 토트넘에선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대표팀에선 왜 같은 자리에서 드리블치다가 템포를 죽이고 죽은 패스만 내주더라고요. 공격적인 역할을 기대하고 다이어와 교체된 윌셔도 무력하긴 매한가지였고요.

공격진에선 좀처럼 돌파를 해내지 못하는 스털링은 맨시티에서 안 풀릴 때와 똑같고, 스터리지도 찬스 상황에서 볼을 잡은 기억이 없네요. 케인은 답답하니 내가 내려온다를 시전하며 델레 알리와 겹칠 정도까지 2선으로 내려왔지만 그런다고 아이슬란드의 수비진이 끌려 올라온 것도 아니라 별 효용은 없었죠. 그리고 분명 호지슨 지시였겠지만 데드볼 상황에서 키커를 도맡아 하며 자신의 무기 중 하나인 신장을 낭비(?)했고요. 안 풀린 날임에는 분명하지만 오늘의 케인은 마치 헤딩하기 싫어하는 피터 크라우치같았습니다.

바디도 좀 좋은 해결책이 아니었어요. 역습 상황에서 한 번 찬스를 잡았는데 슈팅을 시도하지 못하고 키퍼에게 잡혔던 것만 기억나네요. 스피드로 뚫어낼 뒷공간도 없었고, 그렇다고 잘게잘게 쪼개들어갈 파괴력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덧) 글을 쓰는데 호지슨 사임 속보가 트위터에 떴네요. 호지슨 아저씨는 이제 히드로 공항(혹은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토마토를 몇개 맞을지가 관건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