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에 디지털HP(HP 관련 쇼핑몰)에 스펙터 X2 펜이 등록돼 있는 걸 보고 문의해서 주문을 마친 뒤에 잊고 지내다가(해외에서 따로 주문해야 돼서 2주 걸린다더군요) 어제 혹시나하고 패드를 회사에 갖고 왔는데 펜이 도착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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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아티브 계열이나 i7 Stylus의 기본 제공 스타일러스 펜보다 두꺼운데 그립감은 덕분에 좋은 편이고요. 배터리가 들어가는데 AAAA(...살면서 처음 보는 듯요)입니다. 펜 뒤쪽의 홀더 부분을 돌려서 열고 집어넣으면 되죠. 무게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좋군요. 이 상태에서의 크기나 무게는 뚜껑을 벗긴 뱀부 스타일러스 필과 거의 같은 수준.


간략하게 와콤 AES에 대한 평을 하자면:


와콤 AES의 감도는 정말 구립니다. 서피스 프로 시리즈랑 다를 게 없어요. 서드파티 앱을 쓰면 뭐 보정이라도 해주니까 쓸 만해지는데 그림판 같은 어플을 써보면 이게 얼마나 구린 건치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래서 물건은 써보고 판단해야 되는 거라고요. 아무튼 클립 스튜디오에서도 기본 세팅으로는 그냥 쓸 수 없어서 설정은 필수적입니다.


세밀하게 그을 때 절대 원하는 대로 안 되는 건 EMR 쓸 때도 똑같지만 문제는 펜팁 인식 거리가 너무 짧아요. 서피스 프로 만져볼 땐 잠깐 만져보는 거라 몰랐던 건지 그땐 크게 문제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말입니다. 여튼 인식 범위가 되게 짧아서 EMR 방식처럼 펜을 공중에 들어서 움직이는 건 좀 힘들어요.


빨리 그으면 선 꽁무니에 자잘한 티가 생기는 건 뭐 EMR 때랑 비슷하긴한데 플로팅이 안 되다시피 하니 더 지저분해지는 것 같군요. 그리고 EMR 쓸 땐 없었던 문제가 있는데 손터치랑 병행해서 쓰려고 하면 바보가 되는 - 선 긋다가 손을 동시에 대거나 플로팅된 상태에서 손터치를 하거나 그러면 손터치 작동 안 함 - 경우가 생깁니다. 확실하게 펜을 화면에서 떼고 손을 대야 함.


클립 스튜디오를 쓸 때 생기는 또 다른 문제는 선을 긋고 펜을 화면에서 뗀 시점에서 포인터가 남아 버리는데  플로팅을 해서 포인터를 이동시켜도 마지막 자리에 흔적이 남으니까 끊긴다는 느낌이 든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다른 곳에 선을 그으면 끊기지 않고 잘 그어집니다만...


그나마 좋은 점은 외곽오차가 없다는 거랑 팜 리젝션 구린 거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점, 믹스 700에는 윈도우 버튼이 없어서(!) 손목을 대고 써도 오입력이 없다는 점은 마음에 듭니다. 화면비도 마음에 들고요.


...한 줄로 줄이자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은 느낌이군요. 사실 장치 관리자에서 드라이버를 봐도 디지타이저 장치는 와콤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지도 않습니다. HID 규격 펜이라고만 나오죠.

아무튼 현재로썬 AES로 괜찮은 성능을 체감하기란 어느 제품을 쓰더라도 불가능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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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믹스 700에서 잠깐 테스트해본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