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희귀한 두 파운드리의 동시 제조

 

아이폰 6s/6s 플러스의 칩이 두개의 서로 다른 파운드리에서 제조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아이폰 6s/6s 플러스의 SoC인 애플 A9는 애플의 발표대로 새로운 트랜지스터 구조인 FinFET 3D 트랜지스터 기반이었습니다. 놀라운 점은 지금까지의 애플 A 시리즈 SoC와 달리 한 곳의 파운드리가 아니라 두 곳의 파운드리에서 이루어지며 제조 기술도 두가지라는 것입니다. 삼성의 14nm 프로세스와 TSMC의 16nm 프로세스지요.

 

두 가지 프로세스로 A9를 제조한다는 것이 왜 이렇게 놀라운 일일까요? 그 이유는 현재의 첨단 프로세스 기술로 고성능 SoC를 만들 경우 두 가지 공급처를 확보하기 위해 따로 설계하려면 엄청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A9처럼 복잡하고 성능/전력/비용 (PPA : Performance, Power, Area)의 조정이 필요한 칩의 경우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물론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마스크 비용도 두배로 늘어납니다. 그래서 현재 칩 제조 업체들은 어지간해선 여러 파운드리에 맞춰 설계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한 프로세스로 먼저 생산하고 이후 다른 프로세스를 추가해 제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A 제품의 A 칩을 특정 프로세스로 제조하고, B 제품에 들어가는 A 칩은 다른 프로세스를 사용한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제품에 두 파운드리에서 설계한 칩을 함께 쓰는 건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두 개의 서로 다른 프로세스에 제각각 최적화된 물리 설계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쉽지 않은 일을 애플이 이번에 도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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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와 인텔의 프로세스 로드맵

 

 

제조의 어려움이 있는 2 파운드리 전략

 

이 사건이 시사하는 건 애플이 하나의 파운드리 생산 라인에서 아이폰 6s/6s 플러스의 출시에 필요한 A9 칩의 수량을 확보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또는 확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들었으며, 이 때문에 돈을 더 들여서라도 안전한 방법을 쓸 필요가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폰 6s/6s 플러스의 판매는 첫 주말에만 천만대니 그런 우려가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출하량이 많기에 안전한 방법을 가도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20nm 프로세스의 A8에선 TSMC 한 곳에 의지했었으니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입니다.

 

출시 초기부터 두 파운드리의 칩을 모두 썼다는 말은 이러한 결정이 오래 전, 아마도 1년도 더 전에 결정됐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A9의 제조를 삼성과 TSMC가 모두 담당한다는 소문이 나온 것이기도 합니다. 두 곳의 소스가 바람직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A9를 두 파운드리에 분산한다고 보기란 어렵기에, 어떤 절박한 이유가 있었던 건 확실합니다.

 

만약 애플이 칩의 생산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A9를 삼성과 TSMC에 분산한 것이라면, 그것은 FinFET 프로세스가 시작됐을 때 양산 물량이 상당히 제한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혹은 한 곳에서 공급을 받는 게 불안했을지도 모르겠지요.

 

애플이 TSMC에 생산을 위탁하면서 TSMC의 FinFET 프로세스를 사용하면, 애플 이외 다른 고객의 생산 라인 물량을 압박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즉 아이폰 6s/6s 플러스 외에 다른 제품은 FinFET를 사용하는 공정에서 생산량의 제약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TSMC의 FinFET 프로세스는 고객이 많기에 그 영향이 큽니다.

 

물론 삼성과 TSMC의 FinFET 공정 양산 태세가 갖춰지면서 FinFET 공정에서 웨이퍼 출하량이 증가하면 생산량의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애플이 TSMC FinFET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것입니다.

 

또 삼성은 주요 파운드리 제조사인 글로벌 파운드리와 14nm 프로세스의 제휴를 맺었습니다. 삼성과 글로벌 파운드리는 14nm 프로세스 레시피 레벨에서 호환되기에, 삼성에서 생산하는 A9는 거의 그대로 글로벌 파운드리에서 만들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2016년에 애플은 A9를 세 곳의 파운드리에 생산을 위탁할 수 있습니다.

 

 

같은 칩을 제조하면서 명확해진 삼성/글로벌 파운드리의 FinFET 프로세스 스케일링

 

두 곳의 파운드리가 A9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아이폰 6/s/6s 플러스를 분해해 분석한 chipsorks의 블로그에서 TSMC 버전과 삼성 버전의 존재를 지적하면서 확인됐습니다. TSMC와 삼성은 FinFET 공정을 양산할 수 있는 양대 제조사입니다. 삼성은 14nm, TSMC는 16nm라는 프로세스 노드 이름 FinFET 프로세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14와 16이라는 프로세스 노드의 숫자는 실제 크기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상대적인 숫자입니다. TSMC 16nm와 삼성 14nm는 모두 배선층의 배선 사이의 거리인 메탈 피치가 이전 세대의 20nm 프로세스와 같은 64nm(M1) 피치를 채용했습니다. 인텔의 14nm 프로세스처럼 52nm의 좁은 메탈 피치 프로세스가 아닙니다.

 

그러나 삼성의 프로세스는 게이트 사이의 간격인 게이트 피치가 TSMC의 표준보다 좁습니다. 따라서 똑같은 칩을 만든다고 해도 삼성의 프로세스를 쓴 쪽이 다이 크기는 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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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글로벌 파운드리의 14nm는 TSMC의 16nm보다 더 작은 칩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실 chipworks의 분석을 보면 같은 A9 칩이라 해도 삼성 버전은 96제곱mm인데 비해 TSMC 버전은 104.5제곱mm라고 합니다. 삼성이 8% 정도 다이가 작은 것이지요. 삼성과 글러벌 파운드리 등의 14nm 공정은 TSMC의 16nm에 비해 최대 14~15% 정도 다이가 작아질 것이라 봅니다. 그 정도까지 나오진 않는다 해도 삼성 프로세스 스케일링이 뛰어나다는 게, 똑같은 A9 칩을 만들면서 입증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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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SoC의 다이 크기

 

프로세스의 차이는 당연히 성능과 소비 전력에도 영향을 주지만 이번엔 아직 그 정도까진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두 프로세스 모두 FinFET이기에 누설 전류는 기존 프로세스보다 크게 개선됩니다. 또 지금까지 애플 A 시리즈의 제조 공정은 삼성 45nm(A4/A5) → 32nm(A6) → 28nm(A7), TSMC 20nm(A8), 그리고 이번 삼성 14nm/TSMC 16nm(A9)로 바뀌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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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FET의 비교

 


LPDDR4 2GB로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확장

아이폰 6s 계열의 또 다른 개선점은 DRAM입니다. 애플은 이번 세대에서 지금가지 썼던 LPDDR3 대신 LPDDR4로 전환했습니다. 또 메모리 용량도 아이폰 6 세대까지 고집했던 1GB가 아니라 2GB로 늘렸습니다. 안드로이드의 고급형 스마트폰 수준의 메모리를 간신히 따라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Wide I/O 시스템 메모리가 또 다시 보급에 실패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아이폰 6s/6s 플러스가 Wide I/O 2를 쓰지 않은 건 Wide I/O 2가 생산되지 않았던 것이기에 당연한 일입니다. Wide I/O 2는 모바일 스택 DRAM 기술로서 LPDDR4과 메모리 대역폭이 같을 때 소비 전력은 더욱 낮아집니다. 그러나 제조 비용이 상승합니다.

 

Wide I/O 2 같은 새로운 메모리는 시작할 때 대규모의 고객이 필요합니다. 거대한 고객을 확보해 양산에 추진력이 붙으면 가격도 낮출 수 있습니다. 가격이 떨어지면 고객도 늘어납니. 하지만 먼저 거대한 고객이 붙지 않는다면 양산 효과의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없기에 메모리가 보급되지 않는다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Wide I/O 시스템 메모리는 분명 애플을 염두에 둔 것이나, 애플은 메모리에서 상당히 보수적인 입장이며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LPDDR4를 아이폰 6s/6s 플러스에서 채택한 것도 생산량과 가격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번에는 저전력에서 유리한 FinFET 공정의 SoC, 대역폭 당 전력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LPDDR4가 아이폰 6s 세대에 도입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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