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사건의 발단은 프리싱크 기술을 지원하는 모니터를 테스트하게 된 것입니다. 앙자님께서 R9 270X HAWK를 주신지라 뭐 프리싱크는 당연히 돌아가겠지~ 이런 마인드였지요.

 

모니터 덩치가 좀 큰지라 사진을 찍는 게 성가시긴 한데 이건 결국엔 해야 하는 거니 삽질에 넣을 순 없는거고.

 

 

1. 모니터를 꽂았는데 모니터 자체는 인식을 잘 하네요. 하지만 프리싱크는 드라이버를 몇번을 재설치하고 모니터에서 기능을 껐다 켜도 인식이 안됩니다.

 

알고 보니 AMD 사골 코어는 프리싱크를 지원하지 않아요. http://gigglehd.com/zbxe/12682847 여기에 썼었던 거지만.. 그냥 막역하게 R9니까 되겠지 이랬던 게 큰 실수였네요.

 

 

2. 그럼 이제 나온 결론은? 프리싱크가 돌아가는 그래픽카드를 구하는 것.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니 마침 하드매냐님이 R9 380X를 들고 계셔서 그걸 가지러 버스타고 한시간 걸려서 가기로 했어요.

 

하지만 안주인께서 조공 없이는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고 단호히 말하셔서 화곡의 자랑인 족발집 앞에서 20분동안 줄 서서 들고 갔어요. 간 김에 고양이도 괴롭히고 뭐 그러다가 한시간 걸려서 다시 집으로. 일만 아니었으면 느긋하게 놀다가 올 수 있었는데 궁시렁궁시렁.

 

 

3. 집에 와서 R9 380X를 꽂아봅니다. 근데 안꽂아져요. 인상쓰고 슬롯을 노려보니 백플레이트랑 램슬롯의 메모리 고정 장치가 걸려요.

 

뺐다 꼈다 뺐다 꼈다 시도를 하다가 결국 포기하고 그래픽카드에서 백플레이트를 뺐어요.

 

 

4. 근데 이번에는 안 켜져요. 인상 쓰고 컴퓨터를 노려보니 아까 램 슬롯에 그래픽카드가 걸리면서 메모리가 빠진 것 같아요.

 

메모리를 다시 끼워봤지만 삽질 때문인가 바이오스 인식을 못하는 것 같아요. 바이오스 리셋도 해 줘요.

 

 

5. 하지만 여전히 안 켜져요. 그래서 8+6핀 보조전원에서 하나를 빼보니 비프음이 들려요. 근데 두개를 다 끼우면 비프음이 안 나요. 어 왠지 이쯤 되면 파워 용량이 부족한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요. 최대 500W쯤 되는 물건이던가.

 

문제는 지금 당장 파워가 없어요. 이럴 줄 알았음 천와트짜리 파워를 들고 올라왔겠지만 그건 저 아래에 있고. 할 수 없이 하매님한테 또 sos를 치니 내일 와서 가져가래요. 왜 내일이냐구요? 그때가 토요일 밤 12시였거든요 -_-)

 

 

6. 그래서 일요일 오전에 일어나서 역시 조공이 있어야 되겠구나 싶어서, 전에 맛나게 먹었던 에그타르트집에 들리기로 했어요. 홈페이지에서 일요일에 장사한다는 걸 확인하고 영업 시간 맞춰서 몇정거장 전에 내렸어요. 그리고 걸어갔지요.

 

근데 문을 닫았네요. 아 나 홈페이지를 만들어놓고 관리는 안하나 ㅁㄴㅇㄹ. 결국 에그타르트는 포기하고 털레털레 집까지 걸어갔어요.

 

 

7. 일찍 간지라 저 때문에 집주인이 잠에서 깨버렸네요. 민폐지만 뭐 어쩌겠나요. 파워 받고 밥도 같이 먹고 그리고 집으로 왔어요.

 

조카가 와 있는지라 조카랑 놀아주고 피곤해서 좀 자고 저녁이 다 되서야 시도를 하게 됐네요.

 

 

8. 대충 천와트짜리 풀모듈러 파워를 얻어가지고 와서 연결을 하기 시작했어요. 아 근데 이거 어쩌죠. CPU 보조전원 케이블이 8핀짜리 하나밖에 없는데 이건 분리가 안되요. 그리고 메인보드는 4핀이에요.

 

메인보드의 4핀 보조전원 바로 옆에는 인덕터가 있는지라 8핀 케이블을 방향 맞춰 꽂아도 인덕터 때문에 안들어가요. 그렇다고 케이블을 자를 수도 없어요. 돌려서 꽂는 것도 안되요.

 

 

9. 할 수 없이 CPU는 기존 파워에서, 그래픽카드는 가져온 파워에서 전원 공급받게 하고 억지로 파워를 두개 동시에 켰어요. 근데 이번에도 그래픽카드가 인식이 안되네요.

 

전원 넣는 타이밍이 안 좋았나 하고 몇 번을 시도했지만 여전하네요. 이쯤 되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럼 이건 파워 부족이 아니었던걸까.

 

 

10. 그래서 나오는 결론이, 이 메인보드는 요새 나온 라데온을 인식 못하는 거 아닐까. 위에서도 말했지만 4핀 보조전원 바로 옆에 인덕터를 붙였다던가, 메모리 슬롯과 PCI-E 슬롯 간격이 너무 짧다던가 등등. 문제가 없진 않은 보드지요.

 

그러니 그래픽카드만 어디서 하나 구해와서 여기에 붙인다고 해도 프리싱크를 쓸 수 있겠다는 보장이 없을 것 같았아요. 그래서 이 시스템에서 프리싱크를 돌려보는 건 포기. 그냥 정리나 해야겠네요.

 

 

11. 그래픽카드는 빼서 백플레이트 다시 조립하고, 파워도 빼서 넣어두고, 원래 시스템 원상복구해서 켰어요. 근데 순순히 끝날 리가 없지요. 블루스크린이 뜨네요. 윈도우를 다 로딩하기도 전에 계속 블루스크린이 떠요. 복원이고 안전모드고 뭔 짓을 다 해도 계속 블루스크린이에요.

 

윈도우를 다시 깐다? 윈도우 설치용 USB는 아래에 두고 와서 깔 수도 없어요. 에라이 모르겠다 밥이나 먹자 이러다가 생각났어요. 어제 바이오스 리셋이 한번 됐구나. 바이오스 들어가서 스토리지 모드를 IDE에서 ACHI였나 뭐 그걸로 바꾸니 부팅은 되네요.

 

 

결론: 그냥 시골 들어가서 컴퓨터 같은거 안 보고 살면 안될까요. 긁적긁적.

 

아 생각해보니 그러면 사진을 찍어도 저장을 못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