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하는 잉여 공리주의자 큐베입니다. 일전에 어떤 FM 관련 글 덧글에도 왕창 적었지만, FM은 나름대로 사실적이라고 좋은 평을 받곤 합니다. 물론 축구계 전반에 걸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사건을 잘 시뮬레이션하고 있지...만, 그래도 부족한 점이 보여서 갑자기 글을 써봅니다.


FM의 제작사는 스포츠 인터랙티브(SI)입니다. 홈페이지 찾아서 들어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영국 회사입니다. 축구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자면, 잉글랜드란 고리타분[?]한 나라지요. 지금이야 메날두를 비롯한 2선 측면 미드필더들이 마치 농구의 스윙맨마냥 안으로 치고들어오는 대 공미 시대라 잉국도 그 영향을 받으면서 바뀌어 가고 있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잉국 국대는 기존의 틀을 깨지 않았습니다.

그 틀이 무엇이냐, 하면... 공격진에서의 '빅 & 스몰' 구상입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442의 공격진 두 명을 어떻게 구상하느냐의 문제인데, 떡대 좋고 헤딩 잘 하는 소위 '타게터', 빠른 스피드로 상대방의 뒷공간을 휘젓는 '포처'(FM의 포지션 용어를 그대로 가져왔습니다)로 구성되어 있지요. 98년의 테디 셰링엄 - 앨런 시어러 시절부터, 02년의 마이클 오웬 - 에밀 헤스키[...], 그 이후의 타게터는 피터 크라우치[...] 등등... 최근에는 해리 케인이 다시 떠오르고 있죠. 포칭 스타일로는 05년 이후부터는 루니의 차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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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많이 보았을 그 짤. 저 주인공이 피터 크라우치입니다.


어쨌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그겁니다. '이 게임이 영국 게임이다 보니. 빅 앤 스몰 안 쓰면 답이 없어!'

요즘은 메날두 등등의 2선 공격자원이 공격의 중심을 맡게 되면서, 최전방 공격수는 투탑보다는 원탑으로 바뀌고, 마무리 개념보다는 서포터처럼 바뀌었습니다. 수비수를 달고 다니면서 공간을 내준다던가, 볼이 투입되었을 때 떡대로 지켜내면서 다시 연계시켜준다던가 말이죠.(물론 찬스가 왔다면 귀신같이 연결시키기도 해야겠습니다만)

근데 이런 플레이가 FM에서는 그렇게 잘 되지 않아요. 좋은 선수들로 구성하고 전술을 열심히 짜면 물론 한 경기에 두세번씩 그런 찬스가 나곤 합니다. 하지만 게임이나 실전이나 그런 찬스가 100% 골로 연결되진 않지요. 특히 FM의 AI 골키퍼는 미묘한 보정도 걸리고 해서(야신 모드라고 부릅니다) 잘 안 들어갑니다.


원톱을 두고 고민고민하다가 결국 투탑으로 선회했습니다. 비슷한 질의 스쿼드라고 할 때, 평균 득점이 예전에 비해 폭발하는게 느껴질 정도로 잘 넣습니다. 어떤 날은 빅 스타일이 미친듯이 헤딩으로 전반전에만 해트트릭을 달성한다던가(...), 아니면 뒷공간이 약한 팀이면 포처가 그렇게 한다던가. 이도저도 아니면 어찌저찌 우겨넣는다던가.


여하간 이 게임이 영국맛이란 걸 이런 식으로 다시 한 번 체감하게 되니까 기분이 묘하네요. 얼른 쿼드러플(리그+FA컵+챔스+대륙간 클럽 선수권) 달성하고 지우든가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