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비타에 L2/R2 트리거를 추가하는 그립 케이스의 소개입니다. 사실 제품 자체는 그냥 특이한 액세서리구나 싶은데. 인터뷰를 읽어보니 개발 배경이 독특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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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타에서 PS4 리모트 플레이를 할 때는 불편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PS 비타 위의 버튼은 2개밖에 없어, PS4의 듀얼쇼크 4에 있는 L2/R2 트리거를 쓸 수 없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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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니는 PS 비타의 뒷면에 있는 터치패드 탭에 버튼 기능을 할당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버튼 대신 터치패드를 탭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며, 터치 패드에 손가락이 잘못 닿았다간 오타가 날 수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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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에쓰 전자공업에서 L2/R2 버튼을 탑재한 그립 커버를 발표했습니다. 4월에 4298엔으로 출시. 이 회사는 원래 산업 기계의 제어 기판이나 자동차 램프를 만드는 곳인데, 회사 사장이 게임을 워낙 좋아하다보니 게임 주변 기기 사업에 뛰어들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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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하면 이렇게 됩니다. 색상은 화이트와 블랙의 2가지. 그리고 최종 제품판이 아니라서 디자인은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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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자체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크기는 190x91x35mm, 무게 72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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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정 장치를 사용해서 PS 비타와 그립 케이스를 고정하는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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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커버를 위에서 올려다봤을 때. 비타가 들어가야 하다보니 이쪽엔 별거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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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중간에 구멍이 하나 크게 뚫려있는 게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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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립 케이스를 씌운 상태에서도 터치패드를 조작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함입니다. 또 위쪽의 작은 구멍은 카메라용. 그래서 PS 비타의 기능을 쓰기 위해 굳이 이 케이스를 분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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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착했을 때 첫인상은 상당히 좋습니다. 특히 뒷면에 손잡이가 생기면서 잡았을 때 편하다고 하네요. 터치패드를 오타할 일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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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잡으면 이런 모습입니다. 그립감이 좋아지면서 무게가 더 늘었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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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특징인 L2/R2 트리거는 범퍼 버튼 바로 아래에 위치합니다. 은색의 커다란 버튼이 보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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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거 버튼은 이렇게 누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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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 원리는 간단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전기 전도성을 띈 고무가 안쪽으로 밀려 터치패드를 탭하는 것. 일본에서는 실용신안과 디자인 권리를 신청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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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제로 게임을 했을 땐 어떨까요. 아주 좋다고 한 첫인상은 실제 게임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더 무거워지긴 했지만 편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이 큽니다.

 

L2/R2 트리거의 눌렀대 뗄 때의 느낌이 좀 딱딱한 편. 듀얼쇼크 4의 트리거도 누를 때 힘을 줘야 하지만 이건 그보다 힘을 더 줘야 합니다. 다만 조작이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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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설정을 바꿔 줄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파이널 판타지 XIV의 경우 듀얼쇼크 4의 L2/R2 트리거가 PS 비타의 L/R 버튼에 할당돼 있고, L1/R1 범퍼가 터치패드에 할당돼 있다보니, 버튼의 기능을 교체하면 같은 조작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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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정밀도 역시 FF XIV 플레이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전기 전도 고무에 특수 가공을 넣어 전도성을 높이고, L2/R2 트리거가 되돌아오는 과정이 부드럽도록 만들었기 때문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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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임에서도 느낌은 괜찮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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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개발자인 후지카와 히데, 판매를 담당하는 혼다 카오루와의 인터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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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번 인터뷰 신청을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장 먼저 묻고 싶었던 것은 조에쓰 전자 공업이 어떤 회사냐는 것입니다. 회사의 소개부터 부탁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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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조에쓰 전자 공업 관리부 부장

 

후지카와 히데: 기본적으로는 전자 회로 기판 설계와 개발, 최근에는 LED 라이트의 설계와 개발입니다. 그러한 제품의 위탁 생산이 주요 사업이네요.

질문: 웹사이트에 나온 설명대로 게임 업계와는 관련이 없다는 인상을 받는데요. 그럼 어떻게 PS 비타용 그립 커버를 만들게 된 것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개발하게 된 계기는 저한테 필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질문: 자신이 필요해서요.?

후지카와 히데: 네(웃음). 저도 게이머거든요. PS4와 PS 비타를 사용하는데, PS 비타에서 리모트 플레이를 할 때 뒷면 터치 패드를 이용하는 게임이 가끔 있지요. 그때 정말 플레이하기 어렵다고 계속 생각이 들어서, 어디 다른 회사에서 이런 그립을 내놓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었어요.

질문: 테스트 글을 본 분들 중에도 왜 이걸 소니에서 만들지 않았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후지카와 히데: 바로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저희 회사에서도 협력사가 아니라 자립해서 제품을 만들자는 방침이 나와, 기존의 업무 외에도 다른 걸 시작하고 싶다는 게 사장-제 아버지이십니다-님의 생각이었고, 뭔가 새로운 게 없을까 찾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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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그 새로운 것의 하나가 게임 관련 사업이었고, 그립을 만들자고 제안하신 거였군요?

후지카와 히데: 그렇습니다. 좀 옛날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패미컴을 들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 다음은 슈퍼 패미컴을 거쳐 세가 세턴으로 건너갔다고 해야 할까요. 정확히 말하면 V 새턴(일본 빅터가 세가 라이센스를 받아 출시한 세가 새턴 100% 호환 기종)이었지요.


질문: V새턴!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이름이군요.

후지카와 히데: 그 당시 저희 회사는 빅터의 협력 공장이라서, V 새턴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V 새턴을 갖고 있었던 것이지요.

질문: 2015년에 V 새턴의 제조 공장에 대한 일화가 밝혀질 줄이야(웃음). 그 말씀대로라면 조에쓰 공업이 게임 업계와 전혀 상관이 없었던 것도 아니군요.

후지카와 히데: 그러네요. V 새턴을 만들었던 적도 있다보니, 이번의 그립 커버를 준비할 때도 사장님은 게임 관련 OEM이려니 정도로 생각하신 것 같아요. 또 회사 내부에서 반대도 나오지 않아 기획이 진행됐습니다.

질문: V 새턴도 참 옛날 이야기라서요. 다른 업종을 새로운 사업으로 추진하면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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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쓰 전자 공업의 주요 사업 내용

 

후지카와 히데: 그 점은 저희 회사의 분위기가 영향을 줬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원래 저희 회사는 전자 회로 기판 전문 기업이었는데, 앞서 소개한 LED 라이트의 설계와 개발도 신규 사업으로 전개한 것이거든요. LED 라이트처럼 새로운 사업이라 해도 할 수 있으면 한다는 정신을 지녀, 이번에도 새로운 일을 벌일 수 있게 됐습니다.

질문: 주요 사업인 LED 라이트에 자사 브랜드를 붙여 판매한다는 생각은 없으셨나요?

후지카와 히데: 그런 기획도 있었지만, 저희는 자동차 부품 업체를 위해 차량용 LED 라이트를 생산하고 있거든요. 대기업이 큰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시장에 전혀 알려진 것이 없는 브랜드로 제품을 전개하는 건 판매 전략적으로 너무 어렵습니다. 그리고 유통망도 약하구요.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 제품과 비슷한 걸 독자 브랜드로 내놔도 성공하기란 힘들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질문: 즉, PS 비타에 L2/R2 트리거를 추가하는 그립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니까 기회가 있다고 보신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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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네. 트리거를 추가하는 그립 커버는 평범한 제품이 아닙니다. 저는 저 자신을 코어 게이머라고 생각하며,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상, 이 세상에 저처럼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알아보았다...고는 해도 한계가 있어서 인터넷 정도가 고작이었지만요. 그래도 인터넷에서 보면 트리거를 추가할 수 있는 PS 비타용 그립을 원하는 의견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노리면 주목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질문: 그럼 후지카와씨는 어떤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런 그립 커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셨나요?

후지카와 히데: 저는 오브 어스나 킬존: 쉐도우 폴 같은 액션 게임을 리모트 플레이하면서, L2/R2 그립 커버가 필요하다고 줄곧 생각했습니다. 유럽-북미에서 개발한 게임은 PS4 리모트 플레이를 할 때 뒷면 터치 패드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서구에서도 이런 그립 커버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질문: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후지카와씨가 상당한 게이머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기억에 남는 타이틀이 있으신가요.

후지카와 히데: 아까 이야기한 세가 새턴 시절엔 가디언 히어로즈 같은 게임을 좋아했습니다. 유명한 대작 게임은 별로 플레이한 적이 없네요.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도 처음에 플레이한 게 7탄이고,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손도 안 대봤습니다. 어렸을 때는 주위 친구들이 FF파와 DQ파로 갈렸는데 저는 그렇게 나눠본다면 브레스 오브 파이어 쪽이었습니다.

질문: 그랬군요(웃음).

후지카와 히데: 그런 유형의 게이머여서 그랬을까요. 회사의 새로운 사업으로 무엇을 제안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니 역시 게임 뿐이었습니다.

질문: 이 아이디어는 후지카와씨가 100% 낸 것인가요? 아니면 게임을 좋아하는 회사의 다른 분들이 함게 모여 아이디어를 낸 것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저희 회사에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예 없습니다. 기껏해봤자 캐주얼 게이머가 한두명 정도. 저처럼 기다리던 타이틀이 나오면 출시 후 바로 구입하는 그런 사람은 없네요.

질문: 그럼 이 그립을 개발한 사람이 후지카와씨 혼자라는 이야기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그렇군요. 정확히 말하면 제가 3D 캐드 도면을 그릴 줄 모르다보니 이건 다른 회사에게 부탁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거의 저 혼자입니다.

질문: 그 분은 예전에 무슨 사업을 함께 하신 분이신가요?

후지카와 히데: 제가 입사하기 전부터 계셨으니 자세한 건 모르지만, 그 분의 금형 공장에서 성형이 가능하고 CAD도 할 줄 아시다보니 부탁을 들여주셨습니다.

질문: 그럼 그 분까지 더해서 두명? 그럼 전문 부서에서 개발한 것도 아니네요?

후지카와 히데: 부서를 따로 만들진 않았네요. 저와 개발 부문 부장까지 두명이서 토론하고, 거기에 협력 하청 회사까지 더해서 전부 3명입니다.

 

질문: 그립 커버의 개발이 시작된 것은 언제쯤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대충 1년 전입니다.(자료를 확인한 후) 2014년 1월 31일에 그립 커버의 아이디어를 회사에 제안했네요.

질문: 그 다음에는 어떤 흐름으로 개발이 진행됐는지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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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초기의 러프 이미지

 

후지카와 히데: 1월 말에 회사 내부에서 기획 제안을 마친 후에는 정말 혼자서 그립의 형태를 만드는 작업을 반복했습니다. 심할 때는 아침에 출근하고 퇴근하기 전까지 계속 그립의 형태를 고민하곤 했어요. 대충 4월 말까지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질문: 그 말은 L2/R2 트리거가 동작하는 매커니즘까지 나온 게 4월이란 말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모양이 정해진 다음에는 이걸 도면으로 만들 회사가 필요해져서, 아까 말한 협력사에 기획 참가를 부탁했습니다. 3월부터 그런 작업을 시작했지요. 아까 말한대로 저희가 유통 부문이 없다보니 5월부터는 여러 회사에 영업을 해보기도 하고.

질문: 대리점은 어떻게 정해졌나요?

후지카와 히데: 영업을 시작했지만 저희가 게임 업계에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보니 거의 반응이 없었어요.

질문: 요즘은 클라우드 펀딩도 있지요. 하드웨어 쪽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데 그건 생각하지 않았나요?

후지카와 히데: 킥스타터 같은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만 저희 회사에 영어에 능통한 사람이 없었고 킥스타터는 잘 몰랐거든요. 그리고 PS 비타가 판매 중인 일본에서 먼저 팔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처음부터 해외를 공략한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질문: 그렇게 되면 역시 일본 판매 대리점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대리점인 앤서와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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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사의 개요

 

후지카와 히데: 2014년 6월 정도인데요. 대리점을 찾다가 문득 앤서의 웹 사이트를 봤습니다. 다른 회사와 다르게 친근한 느낌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이런 그립 커버를 만들고 있다고 메일을 보내자, 사장님이 답장을 주셔서 유통을 부탁하게 됐습니다.

질문: 대리점 계약 체결은 여름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7월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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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카오루. 앤서 상품 부장

 

혼다 카오루: 그래서 저희는 2014년의 9월 도쿄 게임 쇼 2014 시점에 어느 정도 완성된 것을 준비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알시다시피 전시하진 않아도 상담 쪽에는 내놓을 수 있도록 해서 판매점의 의견을 듣고 싶었거든요.

질문:  대리점인 앤서 입장에서 보자면 연말의 판매 경쟁에 맞추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혼다 카오루: 그런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정성을 들여 만든 제품이니 모든 사람들이 납득할 수준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출시를 우선으로 하면 가치가 훼손될 수 있으니 제조사가 됐다고 할 때까지 기다렸지요. 그래서 2015년 4월 30일에 출시됐습니다.

질문: 도쿄 게임 쇼 2014에서 출시까지 반년 이상 걸렸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도 버튼 조작을 터치로 바꾸는 전도 부분의 개발이 끝나지 않았는데요. 개발에서 가장 고생한 부분이 이건가요?

후지카와 히데: 그렇습니다. 그립 커버를 장착한 상태에서 헤드폰을 연결하면 뒷면 터치 패드가 반응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해, 전도 고무의 적당한 면적과 형태를 찾는데 엄청 고생했어요.

질문: 도쿄 게임 쇼 이후 계속 그 문제를 연구한 건가요?

후지카와 히데: 그렇습니다. 아마도 헤드폰을 구동하는데 전력을 사용하면서 뒷면 터치 패드의 반응이 무뎌지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걸 대처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작년 12월엔 터치 패드와 사투를 벌였던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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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모델과 최종 모델의 터치 전도 고무를 비교하면 형태와 면적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내구도는 10만번의 자체 검사를 통과한 수준.

 

질문: 최종 제품 버전과 개발용 프로토타입을 비교하니 제품 버전에선 고무의 형태가 특이하네요. 직사각형에서 PS 비타의 터치 패드와 닿는 부분의 면적을 늘리는 식으로 바꾼것 같은데, 이건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후지카와 히데: L2/R2 트리거를 누르면 그립 본체에 힘을 주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고무 부분이 떠서 터치 패드에 닿는데, 이 때 고무 부분의 면적이 좁으면 접촉되는 면적이 줄어들어 입력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 해결책을 찾다가 아래로 면적을 키우면 좋아진다는 것을 발견해, 형태를 여러가지로 만들다가 크기를 많이 키우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양호한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모양을 찾아 최종 제품으로 정했습니다.

질문: 이 전도 고무는 조에쓰 전자 공업이 기존의 사업에서 길러왔던 노하우가 살아 있는 건가요.

후지카와 히데: 아뇨. 전혀 없어요.

질문: 네? 기존의 노하우를 활용한 것이 아닌가요?

후지카와 히데: 설계와 함께 전도 고무를 만드는 공부를 했습니다. 전도율을 높이면 비싸지고, 고무에 카본의 비중을 높이면 PS 비타의 뒷면이 쉽게 더러워지지요. 적정선을 찾기 위해 여러 고무 회사를 찾아다니며 미팅을 거듭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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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PC 기판을 사용해 만든 초기 디자인

 

질문: 처음부터 전도 고무를 사용한 매커니즘을 생각했나요?

후지카와 히데: 처음에는 내부에 플렉시블 프린트 기판(FPC)을 넣어 뒷면 터치 패드를 전기적으로 L2/R2 트리거까지 연결하는 걸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플렉시블 기판의 내구도가 낮고 안정성에 문제가 있었어요. 플렉시블 기판을 PS 비타의 뒷면 터치 패드에 직접 붙이는 것도 생각했지만, 그럼 면 접촉이 아닌 점 접촉이 되면서 잘 반응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어요. 그래서 플렉시블 기판을 쓰는 건 포기하고 도금 가공한 L2/R2 트리거와 면 접촉이 되도록 전도 고무를 쓰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질문: 그 결정을 내린 것은 언제쯤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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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꽤 초기 단계입니다. 초기에는 버튼을 누르면 내부의 톱니바퀴가 회전해 끝부분을 움직여 터치패드를 탭하는 구조, 튜브 모양의 고무를 뒷면 터치패드에서 L2/R2 트리거까지 이어 트리거를 누르면 고무 끝부분이 밀리면서 다른 한쪽을 탭하게 하는 구조도 생각했는데, 전자는 비용, 후자는 실현의 문제로 배제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획득한 실용 신안을 보면 지금 설명한 내용도 있습니다. 이번에 나온 그립 커버는 축늘 눌러서 지렛대의 원리로 전도 구무를 누른다는 가장 실현하기 쉬운 기구를 채용했습니다.

 
질문: 듀얼쇼크 계열의 컨트롤러를 쓰면 L2/R2 트리거의 입력감을 다른 버튼과 비교하게 되지요. 헌데 그립 커버의 트리거는 그것과 다른 감촉입니다. 이렇게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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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처음에는 듀얼쇼크 3를 참고하면서 그것처럼 만드려 했습니다. 다만 듀얼쇼크 3의 L2/R2 트리거는 누른 순간 반응하는데, 그립 커버는 설계 특성상 밀어 넣었을 때 반응하게 됩니다. 그러면 듀얼쇼크 3와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을 경우, 반응할 때까지 듀얼쇼크 3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래서 듀얼쇼크 3처럼 만들면 무거워지지요.

 

그 무거운 느낌으로 게임을 플레이하자니 제가 버튼을 누른 타이밍과 게임의 움직임 사이에 시차가 생기면서 느낌이 좋지 않더군요. 그래서 L2/R2 트리거는 듀얼쇼크 3보다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질문: 그것은 여러가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고 보고 결정했다는 말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네. 라스트 오브 어스를 비롯해 여러 게임에서 테스트하며 찾아 봤습니다. 트리거가 무거우면 누르는 타이밍과 게임에서 입력되는 시점이 차이가 생기기도 합니다. 듀얼쇼크 3에 비해 가벼운 느낌이 싫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입력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걸 우선했습니다.

 

질문: L2/R2 트리거에서 듀얼쇼크 3와 차이점이라면 트리거가 헐렁하다는 것도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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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튼 주변의 디자인

 

후지카와 히데: 개발을 시작했을 때 기준으로 삼을 것이 제 손밖에 없어서요. 우선 제 손을 기준으로 L2/R2 트리거의 위치를 결정했어요. 당연히 저보다 손이 작거나 큰 사람들이 있겠지요. 그런 분들도 무리 없이 조작할 수 있도록 L2/R2 트리거의 면적을 가로로 늘려 여유를 뒀고,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올릴 수 있도록 둥그스름한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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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개인적으로 터치 패드보다 그립을 잡기 쉽다는 점이 끌렸는데, 그립의 형태는 어떻게 결정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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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타에 랩을 감고 찰흙을 붙여 디자인을 검토

 

후지카와 히데: 10명에게 의견을 구하면 10개의 대답이 돌아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묻는 건 내키지 않았고, 제가 쓰기 쉽다고 확신할 수 있는 형태라면 그걸 좋게 평가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처음에는 출시중인 그립 커버에 찱흙을 붙여 모양을 만든 후, 직접 쥐어보며 형태를 정했습니다.

 

질문: 코어 게이머인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면 똑같이 느낄 사람이 있다는 거군요.

 

후지카와 히데: 네. 개발하면서 현재 판매중인 그립 커버를 몇개 구입하고, 그걸 직접 잡아보며 잘못된 점을 분석했습니다. 사실 듀얼쇼크 3를 참고하다보니 그립 부분이 크게 튀어나온 형태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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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흙으로 만든 초기의 그립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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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 부분이 크게 나와 있습니다.

 

질문: 그럼 최종 제품에선 모양이 상당히 많이 변한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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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그렇습니다. 그립 커버를 PS 비타에 장착하고 L2/R2 트리거를 PS 비타의 범퍼 버튼 아래에 배치하는 경우, 그립을 앞으로 내밀면 손가락이 L2/R2 트리거에 닿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PS 비타의 형태에 맞춰 플레이하기 쉬운 감각을 찾아 봤습니다. 저는 데이터는 보지 않고 실제 사용감을 중시했습니다. 

 

질문: L2/R2 트리거를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잡기 쉽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다는 거군요.

 

후지카와 히데: 네.사실 개발 초기 그립에는 스탠드 기능이 있었는데, 냉정하게 생각해 보니 PS 비타를 스탠드에 거치해 두고 싶은 사람은 이미 스탠드를 샀겠더라구요. 또 스탠드를 구입하면 충전하면서 동영상을 보고 싶다던가 이런 수요도 나올 것 같은데 그럼 비용과 개발 기간에서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부가 기능을 없애고 L2/R2 트리거를 쓰는 PS 비타 그립이라는 기본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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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스탠드 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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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비타와 합치면 세워둘 수 있습니다.

 

질문: 그것이 이 형태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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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 커버 디자인 러프

 

후지카와 히데: 네. 초기 모델이 나온 후 그립 커버의 모양이 촌스럽다는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런 지적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점은 있으나, 이 그립 커버는 보기보다 잡기 쉽고 쓰기 쉽다는 점을 중시했으니 직접 만져 보면 그 느낌을 아실 겁니다.  

 

질문: 개인적인 질문입니다만 L3/R3 버튼을 조작하는 기능을 넣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제 경험 상 L3/R3 버튼은 게임에서 긴급한 조작에는 쓰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PS 비타의 뒷면 터치 패드로 문제없이 조작할 수 있으니 L3/R3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게다가 L3/R3 버튼까지 물리적으로 넣으면 그립 커버가 커지고 휴대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있습니다.

 

질문: 앞으로의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PCH-1000를 지원할 예정은 있나요? 처음 이 제품을 소개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은 PCH-1000 모델에 대한 지원이었는데, 이 점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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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저도 가능하면 PCH-1000 버전도 만들고 싶지만, 우선 제조 비용, 그리고 PCH-1000이 이제 생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번에는 PCH-2000 지원으로 만들었습니다. 기존의 사용자를 포기한다는 건 아쉬운 점이나, 앞으로 시장의 성장을 생각하면 PCH-2000이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PCH-2000용 그립 커버가 큰 인기를 누리면 PCH-1000 버전도 나올 수 있을까요?

 

후지카와 히데: 물론 그런 상황이라면 저도 내놓겠지요.

 

질문: 후지카와씨가 갖고 있는 건 PCH-2000인가요.

 

후지카와 히데: PCH-1000과 PCH-2000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그럼 PCH-1000를 쓰다가 PCH-2000이 나와서 일단 산 것인가요? 아니면 그립 개발용으로 구입한 것입니까.

 

후지카와 히데: 아니요. 총 4대를 갖고 있어 게임마다 다른 걸 씁니다. 이건 이 게임 전용, 이건 리모트 플레이 전용, 이런 식으로요.

 

질문: 정말 대단하십니다(웃음). 이번 그립 커버를 시작으로 해서 앞으로 다른 제품을 개발할 예정은 있나요.

 

후지카와 히데: 하고 싶습니다. 이 그립 커버의 매출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게이머의 수요가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액세서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질문: 뭔가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요?

 

후지카와 히데: 지금 판매중인 콘솔 게임기를 대상으로 뭐가 없느냐고 물어보신다면 없습니다. 앞으로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신형 PS 비타나, 닌텐도의 코드네임 NX를 보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할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저희 회사는 모터 스포츠용 LED 라이트를 개발하고 있기에 서킷의 테스트 드라이브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그런 노하우도 있고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으니 레이싱 게임 같은 현실 체험형 주변 기기를 만들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그래도 기대되는군요. 마지막 질문인데 그립 커버를 개발할 때 반성과, 이를 바탕으로 한 앞으로의 전망을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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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카와 히데: 글쎄요... 이번 그립 커버 개발은 돈 계산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출발했습니다. 경영적인 관점에서 보면 좋은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 개발에 1년 이상 걸렸다는 것도 문제네요.

 

결과적으로 PCH-2000이 출시되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야 출시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앞으로 새 게임기가 나오면 바로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 나가겠습니다.

 

어쨌든 이번에는 리모트 플레이를 비롯해 PS 비타에서 플레이하는 컨텐츠가 늘어나면서, 이를 더욱 즐기기 위해 그립 커버를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게임 업계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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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에쓰 전자 공업이라는 이름만 보고 다른 업종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 개발을 착실히 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립 커버를 개발하면서 게이머의 입장에 서고, 아날로그적인 시행 착오를 반복했다는 이야기는 꽤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립과 트리거의 조작감에서 게이머의 고집과도 같은 요소를 느낄 수 있었는데, 이건 어떤 데이터나 통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코어 게이머의 고집이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PCH-1000용 그립이 등장할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건 아쉬운 일이나 PCH-2000 사용자는 한번 써볼만한 물건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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