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일본 나고야의 한 료칸입니다. F1 일본 그랑프리 보러 왔습니다. 물론 여기는 18호 태풍 판틴(맞나?) 때문에 본 경기를 2시에서 11시로 땡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네요 ㅎㅎ 그리고 백투백으로 바로 다음주 주말에 러시아 소치작년 동계올림픽 열린 거기 맞습니다)로 가야 하는데 태풍 때문에 제시간에 떠날 수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고 하는군요. 이거야 뭐 It's not my business니까 먼나라 이야기긴 하네요. 여하간 비가 오면 레이스는 재밌어지는지라 기대됩니다.


그리고 교통 수단 이야기. 간사이 공항에서 신오사카 역으로 가는 급행 하루카와 신오사카-나고야를 잇는 신칸센(등급은 노조미였네요)을 타는데 완전 천국입니다. 좌석간 거리가 KTX하고는 비교가 안돼요. 거의 새마을호랑 맞먹을 수준입니다. 한국 보통 키인 제가 다리를 쭉 뻗어도 될 만 합니다. 물론 가격도 무자비해서 간사이 공항에서 나고야까지 달려가는데 지정석 기준 8600엔(!) 자유석은 7600엔인가 하더군요.


조금 슬프게도 저는 일본 도착한 첫날에 아직도 자지 못하고 연구실에서 남은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약간 무리수를 둬가며 온 여행이라 모두가 자고 있는 이 시간에도 혼자 료칸 정원에 나와서 모기향과 함께 보고서를 써야 하는 스스로가 약간 처량해지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호젓함의 진수를 느끼고 있습니다. 에비스의 빙결(?)이라는 레몬 들어간 맥주 마시고 살짝 알딸딸한 상태에서 보고서를 쓰고 있자니 내가 보고서인지 보고서가 나인지... BGM으로 Ellie Goulding의 노래를 들으려니까 좀 더 처량해지네요.


아까전에 잠시 쉰답시고 초속 5센티미터 소설판을 보다가 꿀꿀해져서 일을 못한게 원인입니다. 이 뻘글 대충 마무리하고 일하러 가겠습니다.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