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은 지난 9월 9일 11일에 열린 IDF(Intel Developer Forum)에서 자사의 모바일 기기용 SoC(System On a Chip) 사업 성과를 몇가지 발표했습니다.

 

가장 큰 성과는 이날 기조 강연 마지막에 선보인 아톰 Z3500 시리즈(코드네임 Moorefield)를 탑재한 델 베뉴 8 7000이었습니다. 두께 6mm로 현 시점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얇은 8인치 태블릿인 베뉴 8 7000은 인텔의 3D 카메라 리얼센스 스냅샷(R100)을 탑재하는 등 매우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한편 14nm 공정으로 제조하는 차세대 아톰 SoC인 체리트레일을 온해 안에 발표할 수 없다는 점도 조용히 밝혔습니다. 14nm SoC 출하는 2014년 말이 될 것이라 약속했는데 그것을 실현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또 태블릿 시장에서 인텔 SoC를 탑재한 제품을 2014년에 4000만대 출시라는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나 이 제품을 다루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부는 여전히 적자가 계속되고 흑자화의 전망은 보이지 않는 실정입니다.

 

 

4천만대의 IA 태블릿이라는 공약의 실현을 향해 순항중

 

9월 5일~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에선 인텔 부사장 겸 클라이언트 사업 본부장인 커크 스코겐의 기조 강연이, 9월 9일~11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DF14에선 인텔 CEO인 브라이언 크르자니크의 기조 강연이 열렸습니다. 이 2개의 기조 강연에서 강조된 것이 IA(Intel Architecture) 태블릿을 2014년에 4000만대 출시한다는 목표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란 메세지입니다.

 

이 목표는 2013년 11월에 열린 투자자용 설명회에서 밝혀진 것으로 2013년에 천만대를 팔았는데 올해엔 그 4배인 4천만대 판매를 목표로 하겠다는 것입니다. 인텔같은 대기업에서 그런 숫자를 목표로 내걸면 실패했을 때 주주들에게 왜 못했는지 질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에 자신이 없다면 이런 공약은 내세우지 않으며 이런 공약이 나온 이상 무조건 실현하게 됩니다. 그러니 인텔의 경영진은 목표가 항상 순조롭다고 말하게 되지요.

 

그 4천만대 판매를 실현하려면 대형 OEM 업체와 계약을 맺는 건 물론 그곳에 제품을 제공하는 ODM 업체와의 공급을 확보해야 합니다. 인텔은 대만의 대형 ODM 업체와 중국 선전에 있는 중소 ODM 업체 등에게 판매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다수의 채용 사례가 태=생겨나고 있습니다. OEM 회사의 제품도 늘어나고 있어 ASUS의 MeMO Pad 7이나 MeMO Pad 8 같은 저가형 고품질 제품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번 IDF에서도 그런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크르자니크 CEO의 기조 강연에서 공개된 델의 베뉴 8 7000입니다. 인텔의 아톰 Z3500 시리즈(무어필드, 쿼드코어)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으로, 8.4인치 크기에 2560x1600이라는 고해상도 화면을 채택했으며 두께는 6mm로 세계에서 가장 얇다는 타이틀을 소니 엑스페리아 Z3 태블릿 컴팩트에서 뺏어오는 데 성공했습니다.

 

베뉴 8 7000은 리얼센스 스냅샷(R100)이라 불리는 3D 카메라를 내장해 여기에 딸린 심도 센서를 이용해서 물체의 크기를 계측하고 촬영 후 기록된 심도 데이터를 활용해 초점의 위치를 바꾸는 등의 응용이 가능합니다. 이것은 특수용도 뿐만 아니라 일반 사용자에게도 어필할만한 가능성이 높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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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9일에 열린 IDF14의 기조 강연에서 델 베뉴 8 7000을 소개하는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CEO와 델 회장 겸 CEO인 마이클 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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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 베뉴 8 7000. 8.4인치에 2560x1600 해상도 스크린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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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부분입니다. 적외선 심도 센서를 갖춰 깊이를 가늠하거나 촬영 후 초점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리얼센스 스냅샷의 기능. 터치한 곳으로 초점이 이동되며 심도 데이터도 함께 기록되기에 촬영 후 조정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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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이미지를 터치해 거리를 잴 수 있습니다.

 

 

4천만대의 IA 태블릿 목표는 달성. 댓가는 영업 손실의 확대

 

이렇게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아 2014년에 4천만대 출시라는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지만 인텔의 모바일 제품을 취급하는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의 실적은 썩 좋지 않습니다. 아니 썩 좋지 않은 수준이 아니라 전보다 나빠진 상황입니다. 아래 표는 2014년 2분기의 인텔 사업부 매출과 영업 이익입니다.

 

인텔의 2014년 2분기 사업부 매출액(단위:100만달러)
제2분기 제1,2분기 합계
2014년 2013년 2014년 2013년
PC 클라이언트 사업 본부 8,667 8,160 16,608 16,214
데이터 센터 사업 본부 3,509 2,944 6,596 5,721
IoT 사업 본부 539 434 1,021 799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 51 292 207 696
소프트웨어&서비스 사업 부문 548 534 1,101 1,054
다른 사업 부문 517 447 1,062 907
매출 합계 13,831 12,811 26,595 25,391
인텔의 2014년 제2분기 사업부 영업 이익/손실(단위:100만달러)
제2분기 제1,2분기 총
2014년 2013년 2014년 2013년
PC 클라이언트 사업 본부 3,734 2,646 6,536 5,134
데이터 센터 사업 본부 1,817 1,302 3,134 2,446
IoT 사업 본부 155 123 278 190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 -1,124 -761 -2,053 -1,464
소프트웨어&서비스 사업 부문 8 -1 1 -7
다른 사업 부문 -746 -590 -1,542 -1,061
영업 이익 합계 3,844 2,719 6,354 5,238

 

보면 알겠지만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는 대규모의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매출이 5100만달러인 반면 영업 손실은 11억 2400만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적자는 PC 클라이언트 사업 본부의 영업 이익인 37억 3400만 달러의 1/3에 달하는 막대한 손실입니다. 즉 현재의 인텔 모바일 사업은 PC나 서버 등의 수익으로 버티고 있는 구조가 되는 것입니다.

 

왜 이런 영업 손실이 나오는 것일까요. 거기에 대해서 OEM 업체 관계자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현재 인텔 SoC를 구입하면 그것과 묶어 마케팅의 백 마진을 받습니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SoC를 무료로 입수하는 상황이지요." 즉 열세에 몰린 모바일 SoC 시장에서 점유율을 되찾기 위해 OEM 업체에게 페이백을 주기로 하고 그 댓가로 인텔 CPU를 쓰다보니 이로 인한 '영업 비용'이 늘어나 적자가 높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단가가 높은 PC용 프로세서에 비해 SoC는 단가가 압도적으로 저렴합니다. 그래서 많은 양을 팔았다 해도 매출이 늘지 않습니다. 그런데 판매량이 늘어나면 영업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텔 모바일 사업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지요. 물론 기업 전체의 경영에서는 다른 사업부의 수익을 다른 쪽에 사용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앞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에 대해 투자한다는 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 흑자로 전환하느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돈을 뿌리는 것을로 끝나게 되니 조만간 주주들이 문제 제기를 할 것임은 뻔합니다.

 

 

체리트레일의 출시는 2015년. 늦어질수록 매리트가 줄어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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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F14의 테크니컬 세션에서 공개된 슬라이드. 체리트레일에 해당되는 14nm가 2015년에 나올 예정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이것을 언제 뒤집을 수 있을까요? 인텔이 그런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요? 그 핵심은 코어 M과 5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조에도 쓰이는 14nm 프로세스입니다. 인텔은 14nm 프로세스 세대의 아톰으로 GPU를 강화한 체리트레일, 새로운 CPU 아키텍처를 도입한 Broxton을 출시합니다.

 

인텔은 이 14nm 프로세스 세대의 제품에 큰 자신감을 갖고 있습니다. 컴퓨텍스 타이페이에서 인텔의 부사장 겸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사업 본부 모바일 & 인텔 보안 플랫폼 사업 부장인 줄리 코퍼노르는 "2015년에 Broxton을 시장에 출시하면 현재 다른 회사의 SoC를 이용하는 17대 스마트폰 OEM 업체도 우리 SoC와 모뎀을 쓰기 시작할 것"이라 자신하고 있습니다.

 

그 말대로 경쟁사는 현 시점에 겨우 22/20nm 세대의 프로세스 양산을 시작한 상황이며 16/14nm 세대의 프로세스에서 제조를 시작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스마트폰과 태블릿 전용 SoC를 14nm 공정으로 제조해 성능에서 우위성를 지녀 대형 OEM 업체를 확보한다는 것이 인텔의 계획입니다.

 

허나 이 전략은 썩 순조로워 보이진 않습니다. 왜냐하면 원래 연말까지 발표될 예정이었던 체리트레일이 1, 2분기 늦어지면서 2015년으로 넘어갔기 때문입니다. IDF에서 열린 모바일 SoC의 전략을 설명하는 테크니컬 세션에서도 체리트레일이 2015년 출시가 됐음이 밝혀졌습니다.

 

현 시점에서는 왜 연기됐는지가 분명하지 않지만 같은 14nm 공정을 쓰는 브로드웰의 수율을 높이기 힘들었고 그 여파가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진 Broxton의 출시 시기가 어떻게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체리트레일이 연기된 이상 당연히 Broxton도 늦춰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일정에서 벗어날수록 인텔이 14nm 공정에서 얻을 수 있었던 매리트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입니다. 경쟁사도 16/14nm 도입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이 경우 인텔의 우위는 줄어들고 OEM 업체가 다른 선택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인텔은 로드맵대로 제품을 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무리해서 점유율을 높인 2014년. 다음 수는 무엇인가?

 

14nm의 모바일용 SoC를 2014년 중에 내놓겠다는 공약은 안타깝게도 지킬 수 없게 됐지만 또 다른 공약인 IA 태블릿을 2014년에 4천만대 출시하겠다는 목표는 실현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일본같은 선진국 시장에서도 가격이 매력적인 IA 태블릿이 다수 등장했으며 델 베뉴 8 7000처럼 앞으로도 더욱 매력적인 제품이 다수 예정된 상황입니다. 또 성장 시장에는 ODM 업체의 값싼 IA 안드로이드 태블릿이 다수 등장했고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이 상황은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SoC 제조사가 적자건 흑자건 최종 제품을 구입하는 사용자와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입니다. 인텔이 적자를 각오하고 현재의 가격 전략을 계혹하면 OEM 제조사는 저렴하게 SoC를 구할 수 있으니 최종 제품의 가격도 낮추게 됩니다. 베이트레일을 탑재한 안드로이드 태블릿은 가격 이상의 성능을 실현하고 있어 최종 사용자에겐 꽤 매력적인 선택지이기도 합니다.

 

물론 인텔도 영리 기업인 이상 지금처럼 계속 사업부가 적자를 보는 상황을 방치하진 않을 것입니다. 현재 상황은 일단 사업부를 살리기 위한 것이며 지금의 처방이 정상적이라고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리베이트 전략을 포기하면 점유율이 급속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으니 인텔은 꽤 어려운 타이밍을 재야 될 것입니다.

 

또 확실하게 수익을 낼 수 없다면 주주 입장에선 사업부를 없애라고 압력을 넣을 수도 있으니 궤도 수정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인텔이 개최할 투자자 설명회에서 어떤 전략을 내놓는지가 중요합니다.

 

인텔 경영진이 2014년에 IA 태블릿을 4천만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을 때는 영업 적자를 투자라고 여겼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경영이 잘못된 것이겠지요. 그리고 다소 무리해서라도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는 걸 우선해 이를 꾸준히 실행했습니다. 이후 2015년의 목표와 그것을 실현하는 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앞으로 눈여겨 볼 부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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