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얼마 전에 애플페이를 발표했죠.


관련 글들을 보니 애플이 대~단한 신기술을 발표했는데, 한국은 정부가 뒤떨어져서 이를 막을거가는 어이가 없는 글들이 많습니다.

일부 기자들까지 그렇게 쓰고 있다는게 참...

그래서 관련해서 글 좀 써보려고 합니다.



먼저 애플이 신기술을 발표했다고 눈에 콩깍지가 씌신 분들에게 말씀드리면, 이미 예~전에 나왔고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


일단 2011년에 나온 구글월렛이 있죠.

애플페이와 똑같이 휴대폰 내부에 암호화된 저장장치에 카드정보 넣어두고, nfc 통해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일부사람들이 그렇게 까대는 한국에서는 통신사들이 2010년부터 nfc결제 시작해서 현재 하나SK카드나 비씨카드, 티머니 등이 있습니다.

차이는 살짝 있는데, 휴대폰 내부가 아니라 유심에 카드정보를 넣어두고, nfc를 통해서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한 이유는 통신사들이 자기 영향력이 미치는 유심을 써먹고 싶었고, 또 처음 나왔을 당시에 휴대폰 내부에 암호화 저장장치가 따로 없었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3년이 넘도록 모두 제대로 보급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이유는 2가지 입니다.

1.  nfc를 통한 결제를 위해서는 카드리더기처럼 전용 단말기인 nfc동글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걸 모든 가게(한국에만 수백만개가 있겠죠)에 보급하려면 엄청난 돈이 듭니다.

2. 새로운 중개업체가 받아갈 수수료를 얼마 수준에 정하냐는 문제와 이 중개업체가 제대로 보안문제를 다룰 수 있는지 의문이 있습니다.



2번은 시간을 들여서 협상하고 시스템을 구축하면 해결할 수 있지만, 외국기업에게는 더욱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만약 애플페이가 한국에서 그냥 시행된다고 하면, 한국 사람들의 카드정보가 계속 외국 기업인 애플에게 넘어간다는 거고, 한국 경제에서 막대한 액수가 계속 수수료로 외국 기업에게 넘어간다는 겁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흔쾌히 허락할리가 없습니다.

카드 수수료란게 앱스토어같은 어플 중개 수수료하고는 비교가 안 되니깐요.


그리고 사실 진짜문제는 1번입니다.


nfc동글을 보급하는데 드는 돈을 누가 투자하느냐의 문제인데, 한국에서 시작한지 4년이 넘도록 편의점같은 가맹점을 빼고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오히려 한국에서는 이걸 회피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다른 서비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사들과 카카오가 합쳐서 내놓는 뱅크월렛 카카오 페이나 삼성과 페이팔과 합쳐서 지원하는 서비스처럼, 온라인 한정으로 모바일결제를 먼저 시작해서 소비자들이 익숙하게 만들고, 오프라인으로 넘어가겠다는 회사들도 있고요.

하나SK카드나 비씨카드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한국 카드회사들은 앱카드라고 해서 전용 어플 설치해서, 그 어플로 짧은 시간만 사용할 수 있는 바코드를 발급해서 그 바코드를 읽어서 결제하는 방식을 보급하고 있습니다.

바코드 읽는 기계는 이미 보급되어 있으니 이러는건데, 한국에서는 이 방식이 점점 더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에서 nfc동글 보급문제를 해결하기 힘들었다는 거죠.


애플은 일단 미국 내에 먼저 nfc동글 보급 문제를 해결해야됩니다.

일단 22만개의 동글을 보급하기 했다고 하는데, 미국에는 수천만개의 가게가 있을겁니다. 이 가게들에 다 보급되지 않으면 플라스틱 카드는 사라지지 않죠.

그러기 위해서는 엄청난 돈이 필요합니다.


애플은 전자책에서 담합이라는 수단을 써서, 전자책 제작에 필요한 막대한 비용을 소비자에게서 뜯어내서 기업들이 투자하도록 유도한적이 있습니다. 당시 아마존이 총대를 매고 전자책 제작에 많은 투자를 하기도해서, 한국에는 지지부진한 전자책 보급이 미국에는 꽤 많이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애플페이가 성공하려면 이런 더러운 비장의 수와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봅니다.



결국 애플페이는 다른 기업들이 다 시도했던걸 이제 시작한 것 뿐입니다.

애플이 어떤 비장의 수를 준비했는지는 지켜봐야겠죠.

근데 이걸 가지고 애플 옹호하고 한국 정부 욕하는 꼴은 좀 안 봤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