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Technology Conference 2014(GTC 2014)에서 대형 C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유명한 Pixar Animation Studios(픽사)의 기조 강연이 열렸습니다.

 

픽사는 토이 스토리를 비롯한 CG 애니메이션을 내놓은 3D 애니메이션의 명가로, 이 회사가 CG의 전문가라는 건 누구든지 인정하겠지만, 픽사가 GPU의 전문가는 아니라 한다면 놀라는 사람들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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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k Van Gelder(Engineering Lead, Pixar) 

 

그랬던 픽사가 지금은 GPU를 열정적으로 도입해 제작 환경의 혁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강연에서는 픽사에서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Dirk Van Gelder가 나서 픽사의 창업부터 지금까지의 역사와, 픽사가 CG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GPU를 어떻게 활용해 효율을 높였는지를 설명했습니다.

 

 

루카스 필름의 컴퓨터 부문으로 시작한 픽사

 

앞서 픽사는 GPU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말했지만, Gelder 씨 본인은 GPU의 전문가가 맞습니다. 현재 픽사에선 Gelder씨의 부서가 중심이 되면서 GPU 활용을 추진 중에 있습니다.


픽사가 GPU의 전문가가 아니였던 시절은 픽사의 초창기입니다. 지금은 CG 애니메이션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창업 초기에는 GPU를 개발했던 적이 있습니다. 본론과는 좀 거리가 있지만 그때 이야기를 보지요.

 

1979년에 스타워즈의 감독인 조지 루카스의 영상 제작 회사 루카스필름이 뉴욕 공대의 컴퓨터 전문가들을 뽑아 컴퓨터 개발 부문을 만들었습니다. 폴리곤을 매끄럽게 분할하는 서브 디비전 서피이스(테셀레이션)의 알고리즘으로 유명한 Catmull-Clark법을 고안해 낸 Edwin Catmull 씨도 뉴욕 공대 컴퓨터 그래픽 연구소장을 물러나 루카스필름으로 이적했던 사람이며 지금 픽사의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개발 부문을 1986년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인수해 설립한 것이 픽사입니다. 2006년에는 월트 디즈니에 인수되어 지금은 디즈니 산하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됐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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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초기 픽사가 개발했던 PIC에 대해 설명 중

 

1986년 설립 당시 픽사는 Pixar Image Computer(PIC)라는 컴퓨터를 개발했습니다. PIC는 요즘의 그래픽 카드가 아니라 큰 큐브 케이스에 들어간 컴퓨터로 픽셀의 색을 계산해 렌더링을 하기 위한 전용 기기입니다. 이것 하나로 영상을 제작하는 기계가 아니라 당시에 널리 쓰이던 Sun Microsystems등의 워크스테이션에 그래픽 기능을 추가하기 위한 코프로세서나 그래픽 가속 장치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PIC는 판매가 늘어나지 않았고 경영이 어려워진 픽사는 PIC의 기술을 매각한 후 CG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주력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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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가 사용했던 그래픽 하드웨어의 역사

 

90년대의 픽사는 실리콘 그래픽스의 그래픽 워크스테이션을 사용해 토이 스토리를 비롯한 4개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2001년부터는 NVIDIA GPU를 탑재한 PC 워크스테이션을 제작 장비의 주력으로 삼았고 지금까지 몬스터 주식회사를 비롯한 10개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픽사가 만든 제품 중에는 NVIDIA GPU를 쓴 것이 더 많다는 것이지요.

 

픽사가 지금까지 썼던 NVIDIA GPU는 지포스 256(NV10)을 시작으로 해서 지포스 3(NV20), 지포스 6000(NV40), 지포스 8000(G80)을 거쳐 최근에는 페르미와 케플러 GPU를 탑재한 쿼드로 시리즈를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캐릭터를 중시하는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

 

픽사의 CG 애니메이션 제작 순서는 대충 다음과 같은 순서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토리 보드(그림으로 된 콘티)의 제작
캐릭터나 소도구, 대도구 오브젝트의 레이아웃
군중 시뮬레이션에 의한 군중의 설정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는 애니메이션
라이팅(오프라인 렌더링에서는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을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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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대학에선 20만 장의 스토리 보드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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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아웃이란 소품이나 대도구 같은 오브젝트를 장면에 배치하는 작업입니다.

 

이 기조강연에서 나온 건 작업 과정 중에서 마지막의 2개 부분, 애니메이션과 라이팅입니다. 여기선 2013년에 출시된 몬스터 대학의 제작을 예로 들어 어떻게 작품을 만들었는지를 해설했습니다.

 

픽사는 모션 캡처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픽사 작품에서 볼 수 있는 풍부한 표정의 캐릭터 움직임은 사람의 움직임을 그대로 본딴 모션 캡처가 아니라 디자이너가 그려 넣은 애니메이션으로 실현됩니다.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이 스토리 진행과 아이디어를 스케치화로 정리한 스토리 보드를 바탕으로 해서 수작업으로 캐릭터에 움직임을 넣게 됩니다.

 

우선 캐릭터가 움직일 때의 규칙을 철저하게 설정합니다. 몬스터 시리즈의 주인공인 파란색 털의 몬스터 샐리는 꼬리가 있는 짐승에, 거인이라는 설정이니까 몸이 무겁다는 걸 의식해서 애니메이션을 그리게 됩니다. 샐리의 큰 머리와 굵은 팔은 무거우니까 새우등이 나오게 되고, 팔은 힘이 빠져 있을 때 이리저리 흔들리게 되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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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을 그릴 때 규칙을 나타낸 슬라이드. 오른쪽대로 그리면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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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스토리 보드에는 '지각한 샐리가 손을 깍지 껴 머리 뒤에 두고 의자에 앉는다'라는 장면이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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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애니메이션에선 몸이 무겁다는 규칙에 따라 팔을 의자의 손잡이에 올려두는 자세로 바뀌게 됐습니다.

 

그리고 샐리의 꼬리는 어떤 시점에서도 발에 가리지 않도록 그렸습니다. 왜냐면 꼬리가 보이지 않으면 인형을 입은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꼬리를 항상 노출시켜 인간처럼 보이지 않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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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스토리보드에 없던 애니메이션 설정의 뒷 이야기도 공개했습니다. 샐리가 팔을 내밀면서 혀를 차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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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한 애니메이터의 버릇에서 나온 것이라고.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이 GPU에 따라 실시간 처리됨

 

픽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자사에서 직접 개발한 툴인 프레스토(Presto)를 사용합니다. 원래는 마리오네트Marionette)나 Menv(Modeling Environment)로 불린 툴이지만 2008년에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 프레스트의 이름을 붙였다고 하네요. 그리고 Solid Iris Technologies의 오프라인 CG용 레이아웃 엔진 Thea Presto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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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없는 샐리. 예전에는 여기에 애니메이션을 넣었다고 합니다. 슈렉같네요.

 

샐리는 90만개의 털이 나 있는 몬스터입니다. 털 1개에는 4개의 버텍스-정확히 말하면 곡선화를 할 때의 제어용 버텍스가 들어가니까 샐리의 털에만 360만개의 버텍스 처리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GPU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전에는 와이어 프레임과 플랫 쉐이딩(단일 색 채우기)만 된 상태로 털이 없는 프리뷰를 보면서 애니메이션을 넣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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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털을 설명한 슬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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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버텍스를 통해 1개의 털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최종 렌더링 시엔 털을 넣게 되는 캐릭터라 해도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는 털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털의 방향을 설정하는 걸 잊어버리고 1프레임 당 몇 시간씩 걸려서 최종 렌더링을 한 후 재작업을 하는 일도 있었다고.

 

또 털이 달린 캐릭터에서 털을 빼면 캐릭터의 볼륨감이 최종 영상과 다르고, 미묘한 움직임의 특징이 잘 나오지 않거나 다른 캐릭터에 비해 볼품이 없어 위화감이 보이는 일이 많아 문제가 꽤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구버전의 이야기고 최신 버전의 프레스토는 OpenGL 기반으로 GPU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털을 렌더링하는 기능이 구현되어, 애니메이터는 털이 달린 샐리의 모델을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애니메이션을 그리게 됩니다.

 

털이 달린 캐릭터 모델을 사용해 실시간으로 카메라 앵글과 움직임도 넣을 수 있기에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의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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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없는 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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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이 있는 샐리

 

 

 

캐릭터 표정의 디테일은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치환 맵핑)으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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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는 모든 오브젝트의 3D 모델에서 폴리곤 수를 줄여 모델링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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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렌더링을 할 때 매끄러운 곡면이 되도록 폴리곤 한개를 1픽셀 이하로 분할하고 렌더링하는 작업 흐름이 구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쓰이는 폴리곤 분할에는 게임 그래픽에서 유명해진 테셀레이션 기술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픽사가 지난 15년 동안 만들었던 모든 작품에서 이용됐던 폴리곤 분할 기법이 앞서 설명했던대로 Edwin Catmull씨가 발명한 Catmull-Clark 법입니다.


현재 프레스토는 GPU를 활용해 Catmull-Clark법을 적용한 매끄러운 폴리곤 모델을 만들어 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건 여길 참조하세요. http://gigglehd.com/zbxe/10490646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선 풍부한 표정을 지닌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몸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표정의 변화도 페이셜 모션 캡처로 사람의 표정을 따낸 것이 아니라 수작업으로 만든 것이라 합니다.

 

픽사는 텍스처에 미리 설정해 둔 미세한 요철을 기초로 3D 모델을 변형시키는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으로 캐릭터의 얼굴 표정 디테일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 렌더링 과정에서 적은 수의 폴리곤 모델을 테셀레이션에 의해 풍성한 폴리곤 모델로 바꾸면서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으로 디테일을 추가하는 작업을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딧테일이란 몬스터 대학에서 캐릭터의 얼굴 주름이나 뿔 같은 것이 있겠지요.


캐릭터의 표정은 얼굴의 미묘한 움직임을 연속해서 표시함으로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세부 표현을 적용한 상태에서 얼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지 않으면 정확한 움직임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프레스토는 폴리곤을 분할하기 전의 낮은 수의 폴리곤 모델만 작업 화면에 표시할 수 있었던데다, CPU에 의한 렌더링이라 겨우 10~15fps 정도의 프레임 레이트가 고작이었습니다.

 

털의 표현처럼 질감과 디테일까지 적용된 상태에서 실시간에 준하는 프레임 속도로 모델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오랬동안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GPU라고 Gelder씨는 설명합니다.


Gelder씨의 부서에선 그동안 프레스토가 CPU에서 처리하던 테셀레이션가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을 다이렉트 X 11세대의 테셀레이션 기능을 지원하는 GPU에서 실현하도록 개량하는데 노력했으며, 이것이 절대적인 효과를 발휘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낮은 수의 폴리곤을 쓴 모델이나 디테일을 적용하기 전의 모델에서 표정 애니메이션을 구동했지만 지금은 최종 렌더링과 매우 가까운 3D 모델을 작업 화면에 표시하고 직접 표정 애니메이션을 얻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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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레스토는 3D 모델에 텍스처가 들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스먼트 맵핑에 의한 미세 요철을 적용한 상태에서 얼굴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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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모델을 눈꺼풀을 위로 끌어 올리자 그 변화가 바로 반영됩니다. 디테일이 추가되지 않은 상태에선 최종 결과물을 상상하면서 만들었어야 했으니 제작 효율이 크게 개선된 셈이지요.

 

그리고 Gelder씨와 그 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기술을 오픈 소스로 만들어 널리 공개하기로 결심했는데, 그게 바로 2012년에 발표된 OpenSubdiv 프로젝트입니다. 거기에 대한 설명은 http://gigglehd.com/zbxe/10490646 여기를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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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GPU를 활용하도록 바뀐 프레스토의 개선점에는 실시간 그림자 생성이 있습니다. 특정 캐릭터의 그림자가 다른 캐릭터의 얼굴을 가려 표정을 보기 힘들어지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움직임이나 위치를 일일이 조절하는 작업을, 최종 렌더링을 거치지 않아도 수행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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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대학의 한 장면입니다. 프레스토의 그림자 생성은 털의 그림자까지 실시간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네요. 이걸로 그림자가 특정 장면에서 어떻게 표시되는지를 확인하면서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조명 파이프라인을 수작업에서 물리 기반 작업으로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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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ny Nahmias(Technical Director, Pixar) 

 
Gelder씨에 이어서 무대에 오른 사람은 라이팅 효과의 전문가인 Danny Nahmias 테크니컬 디렉터입니다. 픽사 작품에의 조명의 역사와 GPU를 이용한 라이팅 기술에 대한 해설을 맡았습니다.

 

픽사의 작품 뿐만 아니라 모든 CG에서 라이팅은 매우 중요합니다. 물체의 질감을 전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간의 확대나 오브젝트 사이의 위치 관계라는 정보를 느끼는데도 중요합니다. 게다라 라이팅을 연출에 사용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희망, 불안, 기쁨, 슬픔 등의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영상 표현에서 중요한 무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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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브레이브에서 나온 한 장면. 이렇게 보면 그냥 숲의 CG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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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효과가 들어가면 이렇게 바뀝니다.

 

그런데 픽사는 이 스크립트도 애니메이션 제작처럼 최근 15년 동안 장인 정신을 발휘해 작품을 계속 만들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게임 그래픽에서도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같은 물리 기반 레이아웃 기술의 연구 개발과 도입이 진행 중이지만, 픽사가 작품 제작에서 이런 요소를 도입한 건 몬스터 대학이 처음이었다고 합니다. 그 전까지의 픽사는 기본적으로 직접 조명 방식만 사용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허나 직접 조명이라고는 해도 픽사는 장인정신을 발휘해 글로벌 일루미네이션과 비슷한 표현을 실현했다고 합니다. 그것은 직접 조명을 간접 조명처럼 보이도록 배치해서 표현한 노가다가 되겠습니다.

 

예를 들어 좁은 방에 하얀 광원이 있다고 칩시다. 이 빛을 빨간색 벽에 비추는 빨간색의 간접 광선이 생기고 이 빛이 방 안을 불그스름하게 비출 것입니다. 이걸 픽사의 장인정신 노가다에선 빨간색 벽에 무수히 많은 빨간색 광선을 만들어 간접 광선처럼 보이도록 표현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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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토이 스토리 3의 한 장면입니다. 풍부한 간접 조명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사실 모두 직접 조명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경우 캐릭터가 움직이면서 흰색 광원을 가리면 빨간 벽에서 나오는 간접 조명만 남아 부자연스럽게 됩니다. 그래서 그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빨간 광원 쪽을 적절하게 비활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게임에선 이런 방법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가 조작하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게임 개발 시점에서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픽사는 게임이 아니라 영상을 만드는지라 이런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허나 영상이라 해도 이건 힘든 작업임에 분명합니다. 라이팅 아티스트가 각각의 장면마다 수백개의 광원을 수작업으로 조작해야 하니 힘들었다고 하네요.

 

이렇게 광원을 배치해서 간접 광선을 만들어내는 방법은 Virtual Point Light(VPL)라고 부릅니다. 픽사처럼 수작업으로 하면 힘들지만 VPL 기법을 자동으로 실시간 배치하는 방법이 게임 그래픽에서 연구 중입니다.

 

최근 게임 그래픽 엔진에서 많이 사용하는 Deferred Rendering은 동작 왕원을 무제한으로 늘릴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VPL 기법의 실시간 사용에 딱 알맞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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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랜 시간동안 장인 정신의 수작업에 의존했던 픽사도 이 부분은 개선해야 된다고 판단하고 물리 기반 레이아웃(Physically Based Lighting)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몬스터 대학을 제작할 때부터 도입하게 됐다네요.

 

물리 기반 레이아웃이란 빛의 반사나 전파, 굴절과 같은 현상을 표현할 때,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것과 최대한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렌더링하는 방법입니다. 기본적인 규칙은 '들어오는 빛의 에너지 총량과 반사되서 나오는 빛의 에너지 총량을 똑같이 맞추는 것'입으로 Bidirectional Reflectance Distribution Function(BRDF)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널리 쓰입니다. BRDF를 구성하는 요소에선 에너지 보존 법칙을 지키는 것이 필수입니다.

 

Nahmias씨는 픽사가 물리 기반 레이아웃을 도입, 즉 지금까지의 픽사 방식에서 벗어나면서 크게 변화한 요소를 해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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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가 정해진 광원을 사용하는 라이팅

 

먼저 크기가 정해진 광원의 사용입니다. 현실 세계의 일반적인 조명 기구나 발광 현상에 따라 작품 내에서 이용하는 광원에 크기나 광량의 개념을 도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막대 모양의 형광등에서 오브젝트를 비출 경우 형광등은 길쭉한 직사각형의 빛을 냅니다. 오브젝트를 형광등에 가깝게 다가가면 밝아지고 멀리 하면 어두워집니다. 픽사가 수작업으로 VPL 기법을 표현할 때는 이걸 아티스트가 감으로 처리했지만 지금은 물리 기반 계산으로 실현하게 됐다고 합니다.

 

이 방법은 차세대 게임 그래픽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PS4의 게임 타이틀인 킬존: 쉐도우 폴에선 광원을 모두 면 광원으로 만들어 크기가 정해진 광원이란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또 몇몇 게임 스튜디오에선 실재로 존재하는 조명 기기의 광 분포 프로파일을 참고해서 조명을 제작하는 곳도 있습니다.

 

두번째는 수작업으로 VPL 기법 기반으로 가려낸 가짜 간접 광선을 차단해 진짜 간접 광선 조명인 것처럼 그려내는 것입니다.

 

세번째는 장면이나 조명 환경이 변해도 일관성 있는 스크립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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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기반 레이아웃에서는 특정 종류의 소재를 특정 조명 환경으로 가져가도 실제와 비슷한 조명 결과가 나타납니다. , 왼쪽의 공은 샐리를 비추는 환경 맵을 가시화한 것이며 오른족의 공은 평행 광원의 방향을 나타낸 것입니다.

 

그리고 네번째는 조명을 매우 간단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세번째와 네번째 요소는 실제의 간접 조명을 실현하면서 자동으로 얻게 된 변화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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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환경에선 부드러운 그림자와 투과광의 간접 조명이 서로 비추는 조명 효과가 악몽과도 같았지만, 이제는 키 라이트를 설정하는 것만으로 자동으로 해당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픽사는 레이 트레이싱 렌더링을 사용합니다. 긴 시간을 들여 1 프레임씩 렌더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환경에 물리 기반 레이아웃을 도입하면 어덯게 될까요.

 

광원의 배치가 편해지고 수동으로 VPL 기법을 구현할 필요 없이 간접 조명을 자동으로 얻을 수 있는 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최종 장면에서 어떤 이미지가 나오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몇 시간의 렌더링을 수행해야 하는 건 곤란한 상황입니다. 애니메이션과 마찬가지로 라이팅 역시 수없이 조절과 확인을 반복해 최종 영상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픽사에서 스크립트 작업은 광원을 배치하고 그 위치나 방향, 빛의 세기를 바꾸거나 오브젝트의 재질을 조정하고 장면을 만들고 가공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그 장면에 배치하는 것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오브젝트가 조금이라도 바뀌면 렌더링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제대로 된 영상이 나옵니다.

 

물리 법칙을 제대로 지키고 위화감이 없는 영상을 얻는 것이 중요하지만, 조명 아티스트의 작업에선 특정 스크립트나 재료를 이렇게 변경하면 장면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해야 작업 효율을 높일 수가 있습니다.

 

픽사는 이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을까요? 수억개의 광선을 장면에 있는 수만개의 오브젝트에 쬐서 물리 기반 렌더링의 개념대로 간접 조명을 살린 레이 트레이싱을 수행하고 최종 렌더링 이미지와 동일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픽사는 NVIDIA의 GPU와 NVIDIA의 레이 트레이싱 플랫폼인 OptiX를 선택했다고 합니다.

 

픽사는 라이팅 과정의 실시간 프리뷰를 위해 The Foundry Visionmongers가 개발하는 스크립트 툴 KATANA를 사용하며, 카타나의 프리뷰용 레이 트레이서를 픽사가 Optix 기반으로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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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VIDIA의 레이 트레이싱 플랫폼인 OptiX를 프리뷰용으로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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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전자의 재료를 황금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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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에선 약간 노이즈가 끼긴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최종 렌더링에 가까운 품질이 됩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도 시점을 바꾸거나 광원의 위치나 재료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영상은  몇초 안에 표시되며 프레임도 꽤 높기 때문에 작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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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리의 머리와 뿔, 눈에서 산란된 빛을 계산하는 것이기에 부담이 매우 큽니다. 처음에는 노이즈가 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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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초 되지 않아 고품질 영상이 나옵니다. 또 렌더링 중에도 수정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OptiX의 도입에 대해 픽사는 '순차적인 실시간 광선 추적 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에 라이팅 아티스트들이 필요한 라이팅 결과를 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됐으며, 특히 영상을 포함한 표현의 조정과 표면 산란 효과를 최종 렌더링 결과에 가까 수준으로 미리 볼 수 있어, 전보다 극단적으로 작업 효율이 향상됐다'고 평가합니다.

 

픽사가 OptiX를 선택한 이유는 단지 빠른 GPU 뿐만은 아닙니다. OptiX가 CUDA에서 동작하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NVIDIA가 앞으로 나올 자사 GPU에서 CUDA의 작동을 보증하고 있기에, 새 GPU가 등장하면 그것으로 바꾸기만 해도 OptiX 기반 프리뷰 환경을 빠르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픽사가 시스템을 재구성할 필요도 없지요.

 

GPGPU 플랫폼으로서는 OpenCL이 있고 OpenCL 기반 레이 트레이싱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CG 업계에서의 실적을 보면 OptiX가 더 많습니다. 픽사가 이걸 고른 것도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픽사는 OptiX를 스크립트나 재료의 설계 프리뷰에 활용하는 것이지 최종 영상 렌더링엔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최종 렌더링은 지금도 여전히 RenderMan의 CPU 기반 레이 트레이서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NVIDIA는 최종 렌더링에도 OptiX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게 앞으로 해야 할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시간 그래픽 기술과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의 시너지는 앞으로도 늘어날 것

 

뛰어난 CG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픽사의 제작 스타일이, 다른 업체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며 수작업 노가다가 많았다는 것에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이렉트 X 11 세대 GPU의 테셀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게임 그래픽에서 쓰이는 물리 기반 레이아웃, 글로벌 일루미네이션 기술을 도입하는 식으로 제작 스타일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게임 그래픽을 비롯한 실시간 그래픽 기술은 오프라인 렌더링 CG 기술에서 도입했던 것을 받아 쓴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픽사처럼 실시간 그래픽 기술이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에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실시간 그래픽 기술이 진화해 오프라인 렌더링 기술과의 격차가 줄어들면 이러한 시너지 효과의 사례는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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