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에르고노믹 데스크탑(Microsoft Sculpt Ergonomic Desktop) 키보드/마우스의 사용기입니다.

 

다나와 링크: http://prod.danawa.com/info/?pcode=2310940&cate1=861&cate2=881&cate3=1006&cate4=0

 

사실 저는 유서깊은 네추럴 키보드 덕후입니다. 2007년 12월에 한국에 영구 귀국하자마자 샀던 것이 네추럴 키보드였고, 그 전에도 중국에서 네추럴 키보드를 썼었거든요. (http://gigglehd.com/zbxe/97224) 지금 옛날 글을 보니 네추럴 키보드를 두드리는 제 손가락이 오그라드는 것 같지만.

 

그러다가 애플 키보드로 전향했습니다. 이건 네추럴-혹은 에르고노믹의 키 배열이나 손목 받침대가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멤브레인보다 펜타그래프가 제 취향에 맞았기 때문이죠. 보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 시리즈 9 노트북 (http://gigglehd.com/zbxe/6300828)을 쓰면서 생긴 습관이지만요.

 

애플 키보드를 윈도우에서 쓰려면 키 맵핑을 해야 하고 (http://gigglehd.com/zbxe/10284661) 일부 특수 기능 키도 포기해야 하는 등, 불편함이 있었지만 디자인과 키감 하나는 지금 나온 펜타그래프 키보드 중 제일 마음에 들었고, 만듬새도 괜찮다고 생각해서 제 키보드는 전부 이걸로 맞췄어요.

 

문제는. 만듬새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건 제 착각이었다는 것. 한 녀석은 일부 키만 죽지 않나 (http://gigglehd.com/zbxe/10916272) 다른 녀석은 아예 키보드 자체가 죽지 않나 (http://gigglehd.com/zbxe/11167619). A/S 정책은 로지텍보다도 더 악명이 높고 펜타그래프 특성상 수리를 포기할 수밖에.

 

대신 쓸 키보드를 빌리긴 했지만 (http://gigglehd.com/zbxe/11168472) 펜타그래프에 길들여진 저에게 기계식 키보드는 맞지 않더라구요. 사실 그건 예전에 멤브레인 네추럴을 쓸 때에도 마찬가지였긴 한데. (http://gigglehd.com/zbxe/982636) 그래서 나온 결론은 키보드를 새로 하나 사야겠다는 거.

 

그리고 무슨 키보드를 살 것인지는 알아볼 필요도 없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에르고노믹 데스크탑의 출시 뉴스 (http://gigglehd.com/zbxe/10345627)가 나오자마자 질러야겠다 고민하고 있었거든요. 네추럴에 펜타그래프. 딱 제가 원하는 구성이니까요. 마침 마우스도 상태가 불량한지라 세트로 같이 지르고.

 

나중에 직접 만져보기도 했지만 (http://gigglehd.com/zbxe/10777677) 그땐 애플 키보드가 고장나지 않았던지라 살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고. 저때 고장나면 지르겠다고 했는데 정말 말이 씨가 되버렸군요. 물량이 없어서 (http://gigglehd.com/zbxe/11204761) 좀 기다리긴 했지만서도.

 

쓸데없이 링크가 많이 걸린 것 같은 서론은 이만 줄이고. 하여간 본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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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아저씨가 힘겹게 들고 온 박스입니다. 무겁진 않은데 커서. 아이폰 5s를 비교용으로 올려뒀으니 짐작이 가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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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아이코다의 박스. 박스 크기가 딱 정해져 있어서 저게 들어가려는 걸 찾다 보니 저런 박스를 골랐다는 건 알겠는데. 저래버리면 박스 포장이 무슨 소용이려나요. 큰 박스 안에서 작은 박스가 신나게 흔들리고 부딛히고 있을텐데. 신문지라도 구겨서 공간을 채우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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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건. 마이크로소프트는 Sculpt Ergonomic Desktop이라고 쓰고 Sculpt 인체 공학 데스크톱이라고 읽어주길 바라는 키보드와 마우스의 셋트 박스가 등장했습니다. 이것도 제법 큰 크기를 자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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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 봅시다. 뭐 이것저것 설명이 있는데 귀찮으니까 넘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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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를 열면 이런 포장재가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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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합니다. 사실 키보드가 오른쪽 부분이 위로 들러져 있었는데 안쪽으로 쑤셔넣고 찍었어요. 이래서 아까 박스가 너무 크다고 궁시렁거린거고. 키보드, 키패드, 마우스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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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패드. 오오 비닐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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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오오 비닐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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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 오오 비닐...같은 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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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구성품은 아무도 안 읽을 것 같은 종이쪼가리와 아무도 안 쓸것 같은 높이 조절용 받침대가 있습니다.

 

저 받침대는 키보드 손목 받침대 아래에 간지나게 자석으로 촭 달라붙는다는 특징이 있긴 하지만 손목이 너무 높아져서 저에겐 도저히 안 맞더라구요. 서양 사람들 체구에는 저게 유용한지 몰라도 최소한 제가 주변에서 네추럴 쓰는 사람 중에 저거 쓰는 사람은 못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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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패드랑 마우스는 박스를 한번 더 열고 꺼내야 합니다. 어차피 저 박스는 바로 버려버려서 이렇게 공들여서 꺼낼 필요는 없지만. 제가 카메라를 자주 사지만 그건 언젠가는 도로 팔 거니까 박스를 꼭 보관하죠. 하지만 컴퓨터 부품은 고장날 때까지 쓸 거니까 박스를 보관할 필요가 없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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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의 인체공학 기보드는 키보드가 양쪽으로 떨어져 있고 중간이 위로 솟아 올라와 있습니다. 그래서 손목이 자연스러운 각도로 키보드를 두드릴 수 있다는 것이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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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크기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저게 키패드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넉넉한 책상 공간은 꼭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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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주변의 저 반짝반짝한 유광 플라스틱은 솔직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전체적인 디자인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키보드의 하이글로시 플라스틱은 별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마우스가 지뢰라는거지.. 뭐 그건 나중에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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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감은 애플 키보드보다는 조금 무겁습니다. 하지만 MSI 노트북보다는 조금 무른 편이네요. 뭐 그렇게 써봤자 다 같은 펜타그래프니까 결국은 그나물에 그밥인것 같아요. 기계식처럼 확실하게 차이가 나고 스위치를 바꿔 쓰는 것도 아니고.

 

한가지 주의할 건 메인 키보드와 키패드의 제일 윗줄. 그러니까 키보드의 ESC부터 계산기 버튼까지, 키패드의 넘버 락부터 백스페이스까지는 펜타그래프 키가 아니라 그냥 버튼입니다. 펑션키를 자주 쓰는지라 이건 마음에 안드네요. 느낌도 적응이 안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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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델리트 키가 어딨지 어 델리트 이러고 있었습니다. 백스페이스 옆에 있고 길이가 길다는 건 마음에 드는데, 그 아래에 있는 인서트 키는 뽑아버리고 싶네요. 홈/엔드/페이지업/페이지다운의 배열을 적응하는데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는 것도 문제고.

 

제일 윗줄의 펑션키는 멀티미디어 키의 역할을 겸하고 있습니다. 여기선 아예 슬라이드 스위치를 넣어 놨네요. 뭐 예전 에르고노믹 키보드처럼 켜자마자 멀티미디어 키로만 인식하게 하는 것보다는 아주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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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침대. 정말 편합니다. 끝내줘요. 어찌보면 네추럴 키보드는 좌우로 떨어지고 가운데가 높이 솠았으며 옆으로 틀어진 키 디자인만큼, 이 받침대의 형상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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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판에선 스페이스바를 좌우로 분리해 놨는데 한글판은 그냥 한 덩어리입니다. 사실 그럴 필요가 없어요. 스페이스바가 작거든요. 손을 올렸을 때 딱 한영 키에 손이 닿습니다. 물론 한영키를 자주 쓰기에 주저하지 않고 한글판을 샀지만, 쓰잘데기 없는 윈도우 키의 크기를 줄이면 되잖아요?

 

뭐 그래도 그건 별 문제는 안됩니다. 제가 스페이스바를 칠 때 99% 오른손으로 치지만, 그건 그냥 적응하면 적응이 되거든요. 마찬가지로 B/ㅠr가 모음인데도 왼쪽에 가 있는 것 역시, 저는 적응이 되서 그런가 별루 불편한 줄은 모르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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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봅시다. 스탠드를 고정하는 홈과 받침대. 배터리 커버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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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는 키보드도 무선입니다. 무선 마우스는 편하겠지만 무선 키보드가 뭐 편하겠나 생각했는데 편하네요. 특히 밥 먹을 때 편합니다. 키보드를 옆으로 치워두고 밥상으로 셋팅하면 되니까요. 또 키패드가 분리형이라서 그걸로 페이지를 넘겨가며 밥먹기 매우 좋습니다.

 

배터리 수명은 36개월 간다고 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조루 키보드 설계를 썼을 것이라 생각진 않습니다. 들어가있는 배터리도 듀러셀이니 싸구려는 아니군요. 이거 배터리 커버는 벗기기가 상당히 까다롭네요. 자석이라서 간지가 나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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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것만 따로 사고 싶다고 말하시는 키패드입니다. 왼쪽 아래에 불이 잠깐 들어오긴 하지만 그것 외에는 불이 들어오는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배터리를 아낄려고 그런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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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녀석은 십자 나사를 돌려야 배터리 커버를 뺄 수 있습니다. 나사를 쓸거면 금속으로 하지 왜 나사선 나가게 저렇게 했는지 불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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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입니다. 옆으로 틀어진 삐딱한 불량아같은 형태의 디자인은 적응이 좀 필요합니다. 기존의 마우스를 잡는 것처럼 쓰면 안되고 손목 자체를 돌려야 합니다. 써 보니까 각도 자체에는 금방 적응하겠더라구요.

 

버튼 수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전혀 그렇게 안 생겼는데 틸트 버튼이 있구요. 지금 윈도우 8 노트북에 이걸 물려서 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어디다 쓰라는건지 모르겠을 파란색 윈도우 버튼이 있습니다. 다른 기능을 할당하고 싶네요. 그리고 뒤로가기 버튼까지.

 

키보드는 키 스트로크가 펜타그래프답게 낮은 편인데 마우스는 버튼을 누르는데 힘을 좀 줘야 합니다. 솔직히 게이밍 마우스와 비교하면 버튼의 느낌은 매우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건 별 단점이 아니에요.

 

제일 큰 단점은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고 주장하다가 탈탈 털리고 있는 사람의 머리처럼 반짝반짝한 등짝과, 우레탄 느낌이 나는 엄지손가락 그립이지요. 손에 땀이 나면 등짝이 매우 끈적해지고 엄지손가락 부분은 영 껄쩍지근한 느낌이 납니다. 지금까지 써본 마우스 중 재질이 제일 형편없습니다.

 

키보드 손목 받침대같은 재질을 마우스에 쓰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플라스틱을 쓰면 마이너스는 안 됐을텐데요. 물론 유광이 예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실용성은 0점을 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키보드만 따로 사는 게 병행수입 10만원이 넘어서 그럴 바에는 세트로 사는 게 낫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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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의 dpi는 역시 게이밍 마우스와 비교할 것이 못됩니다. 별로에요. 하지만 저 파란색 불을 뿜어내는 센서는 매우 만족스럽네요. 유리 위에서도 굴러보고 글레어 패널의 모니터에서도 굴려봤는데 아주 잘 인식됩니다. 그런데 왜 이런 좋은 센서를 넣어두고 등짝은 유광을 바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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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는 두개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무선 마우스 치고는 무게가 좀 나가는 편입니다. 그리고 전원 버튼도 있네요. 아무래도 키보드와 달리 불빛을 계속 내야 하니까 전원 스위치가 필요하긴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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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기는 마우스 안에 들어 있으며 이거 하나로 키보드, 키패드, 마우스의 모든 신호를 다 받습니다. 그리고 저 수신기를 꽂아두고 마우스의 전원을 꺼도 키보드의 사용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마우스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던 거기도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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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품 중에 종이쪼가리 말고는 다른 게 없더라구요. 드라이버도 없고.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따로 받을 수 없나 찾아볼 생각도 안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하드웨어를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에서 쓰는데 뭐 문제가 생기려구.

 

 

결론입니다.

 

키보드 자체는 스페이스바의 살짝 작은 크기와 첫줄 키가 버튼식이라는 걸 빼면 단점은 없습니다. 델리트 키 쪽의 배열은 단점이라기보다는 그냥 개인적인 불만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네추럴 키 디자인, 펜타그래프, 뽀송뽀송 받침대, 무선, 분리형 키패드는 마음에 쏙 듭니다.

 

마우스는 센서가 참 좋고 무게나 디자인은 그럭저럭 합격을 주겠는데 재질이 모든 걸 깎아먹었습니다. 뭐 저야 아쉬운대로 이걸 계속 쓰겠지만, 도대체 왜 그랬어요 마이크로소프트? 지금까지 만든 마우스가 몇갠데 마우스 만들 줄 모르는 회사도 아니고 도대체 왜 그랬어요?

 

현재 키보드 마우스 합쳐서 12만원 쯤 하는데, 값싼 키보드 마우스가 두개 합쳐서 배송비 포함해 만원이면 산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누가 뭐래도 더럽게 비쌉니다. 아무리 무선이라고 해도 그렇죠. 진짜 비싼 겁니다. 그래서 절대로 남에게 추천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샀습니다. 어찌됐건 저는 키보드를 두드리는 게 일이고, 이걸 쓰면 빠르고 정확하게는 아니어도 그만큼 편하게는 두드릴 수 있거든요. 특히 컴퓨터 앞에서 밥 먹을때 밥상 공간 확보하는 용도로도 매우 좋아요. 

 

펜타그래프에 네추럴. 이 두가지 조건이 필요하신 분은 사실 이거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무조건 그 두개를 만족시키는 키보드가 필요하다 이런 분들은 제가 이런 글 안 써도 사시겠고. 그 두개가 절실하지 않으신 분은 살 필요가 전혀 없는 물건이지 싶습니다.